코펜하겐 시내 워킹투어 하기

코펜하겐 운하 투어,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

by 세런 Seren

9시부터 16시까지 7시간 동안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 아말리엔보르 궁전, 로젠보르 성, 국립미술관, 칼스버그 박물관을 방문했다. 전날 스웨덴 말뫼, 룬드 투어와 같이 진행했어야 할 코펜하겐 시내 가이드 투어 미팅 장소에 딱 맞춰 도착했다. 오늘도 일대일 가이드 투어로 진행되었다.


가이드님과 중앙역을 나와 시청사로 갔다. 시청 안에 들어가면 천문시계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 시청 앞 '용의 분수'가 설치된 배경, 타이 항공 건물의 비밀 등을 들었다. 이어서 운하 투어 장소로 가기 위해 덴마크의 '명동 거리'인 스트뢰에(Strøget)를 걸었다. 스트뢰에는 코펜하겐 시청광장(Rådhuspladsen)에서 시작해, 콩겐스 뉘토르브(Kongens Nytorv) 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1.1km의 보행자 전용 거리다.


배에서 찍은 풍경

원래는 운하 투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품인데 가이드님이 본인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된 것에 대한 서비스로 투어를 해주시기로 했다. 한편 뉘하운까지 오는 길에 비바람 불기 시작해서 불안했다. 제발 날씨 요정이 빛을 발하길 기도하며 배를 탔다.

한편 배는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사람이 타면 출발한다고 했다. 출항을 기다리는 동안 가이드님이 뉘하운의 특색 있는 집들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뉘하운은 1670년대에 스웨덴 포로들을 데려와 인공으로 파낸 운하라고 한다. 여기서 가장 오래된 코발트색 집은 외관에 지어진 연도 1681이 보인다. 연필같이 생긴 폭 좁은 집과 안데르센이 살았던 집도 알려주셨다.


코펜힐과 Holmen 지구에 위치한 퇴역 군함

다행히 비바람이 그치고, 조금씩 해가 비쳤다. 배가 출발하면서 함께 탄 투어 직원도 영어로 가이드를 해주었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폐기물 소각 발전소 중 하나인 코펜힐(CopenHill)이 보였다. 검은 매연이 아닌 구름처럼 보이는 흰색 연기가 굴뚝에서 나오고 있었다. 코펜힐의 디자인이 특이한데 한 면을 산처럼 지어 하이킹이나 인공 스키 슬로프로 이용할 수 있다. 혐오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해결한 비결이다. 또한 “산업 시설을 시민 생활공간과 결합”시킨 대표 건축물이 되었다. 한편 코펜하겐의 옛 해군 기지 Holmen에 정박해 있는 퇴역 군함이 보였다. 이곳은 현재 해군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 정박해 있는 왕실 요트

여러 나라 국기가 걸려 있고 고급스러운 크루즈처럼 보이는 배가 보였다. 왕실 요트 HDMY Dannebrog(His/Her Danish Majesty’s Yacht Dannebrog)라고 한다. 이 요트 이름은 덴마크 국기 이름인 다네브로(Dannebrog)에서 비롯되었으며, 왕실이 덴마크 군항 또는 해외 항구를 방문하거나 여름휴가를 갈 때 이용된다고 한다.


나름 360도 회전하면서 감상


인어공주 동상 뒷태를 끝으로 운하 진입

세계 3대 허무한 동상 중 하나인 인어공주 동상의 뒤태를 본 후 배가 운하로 진입한다. 마침 키싱 브리지(Kissing Bridge)로 알려진 인드레 브로(Inderhavnsbroen)가 열려 있었다. 직전에 대형 선박이 지나간 거 같았다. 이곳을 지나면 이제 큰 배들이 정박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덴마크에서는 뉘하운의 배도 '주택'으로 신고하고 부동산 거래를 한다. 고정된 다리가 설치되어 더 이상 바다로 나갈 수 없는 대형 선박들이 일종의 수상 가옥처럼 쓰이는 셈이다.


가끔 물총을 쏜다는 녀석

레고로 만든 듯한 선원 모형이 진짜 물총을 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지날 때는 가만있어 주었다. 이어지는 뱃길에는 배와 같은 높이로 야외 테라스를 꾸며둔 식당, 카페가 이어진다. 그래서 야외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바로 옆을 지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왕이 궁전에 있음을 알려주는 국기 게양

운하 투어를 마치고 아말리엔보르 궁전으로 걸었다. 오전에 올 때만 해도 몰랐던 국기 게양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가이드님이 왕이 왕실 요트에서 내려 궁전에 도착했다는 뉴스를 좀 전에 봤다고 얘기해 주셨다. 듣고 보니 운이 좋아 왕실 요트도 보고 왕이 안에 있는 궁전도 볼 수 있었다.


게피온 분수와 인어공주 동상

다음으로 궁전에서 15분 정도 걸어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갔다. 우선 게피온 분수를 먼저 봤다. 게피온(Gefion)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여신인데 스웨덴의 왕 길피(Gylfi)로부터 “네가 하루 만에 갈아낸 땅은 모두 가져도 된다”는 약속을 받고 자신의 네 아들을 거대한 황소로 변신시켜 땅을 갈아 덴마크의 최대 섬, 셸란 섬(Zealand, Sjælland)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서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갔다. 이 동상은 그동안 반달리즘(Vandalism) 때문에 많은 수난을 겪었다고 한다.

투어는 인어공주 동상에서 종료되었다. 나는 중앙역으로 가기 위해 가이드님과 함께 기차를 탔다. 가이드님의 설명 덕분에 따로따로 방문했던 명소들 간 연결고리도 생기고,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도 알게 되었다. 1시간 가량의 운하 투어 역시 영어 가이드가 있지만 전문 용어가 많아 혼자는 다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 같다. 하지만 가이드님이 통역에 부연 설명까지 해주신 덕에 더 알찬 시간이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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