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의 코펜하겐 카드 200% 활용-7
약 3시간 정도 코펜하겐 시내 가이드 투어를 마친 후 중앙역에 돌아오니 19시 30분쯤이었다. 오전부터 엄청나게 돌아다녀서 발바닥이 아파왔지만, 해가 지지 않아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웠다. 그래서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티볼리 정원(Tivoli Gardens)으로 향했다.
무료입장을 위해 코펜하겐 카드를 보여줬더니 직원이 한 번만 쓸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해 질 무렵에 들어가는 내가 안타까워서 재확인한 거 같다. 왜냐하면 화창한 낮에 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티볼리 정원(Tivoli Gardens)은 1843년 8월 15일 코펜하겐 도심에 문을 연 유원지다. 코펜하겐 북쪽에 위치한 최초의 유원지 바켄(Bakken, 정식 명칭: Dyrehavsbakken)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창립자 게오르크 카르스텐센(Georg Carstensen)이 덴마크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꿈과 환상의 정원”을 만들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에게 '꿈과 환상의 나라'는 항상 에버랜드였는데!)
길을 걷다 보면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아스라이 들린다. 꽃 길을 지날 때는 마치 식물원에 온 것처럼 평화롭기만 하다. 한 공간에서 이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코펜하겐 시민들이 연간 패스(1년에 10만 원 정도)를 끊어 원할 때마다 방문할 만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더라도 둘러볼 곳이 많았다. 나처럼 여유롭게 정원을 거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원래 티볼리는 로마 근교의 도시명인데 고대 로마 시대부터 귀족들의 별장과 정원(대표적으로 Villa d’Este)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따라서 18~19세기 유럽에서는 이 도시 이름이 곧 “화려한 정원, 휴양지, 오락 공간"의 대명사가 되어 창립자가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이라 지었다고 한다.
팬터마임 극장에서 피에로(Pierrot) 공연을 하는 중이었다. 이 공연은 16세기 이탈리아 즉흥극인 Commedia dell’arte(코메디아 델라르테)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무언극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있었다. 즉흥 무언극답게, 애드리브로 대사 없이 진행하는 거라 이해는 어렵지 않았지만, 좀 유치하게 느껴졌다.
스웨덴 말뫼에 거주하면서 외레순 다리를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코펜하겐의 높은 물가 때문에 집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그런 점에서 180년 가까이 코펜하겐 중앙역 앞에 자리 잡고 있는 티볼리 정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놀이동산과 정원을 조합한 컨셉으로 내부에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진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이 근방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와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도심 전체에 활기를 주는 거 같다. 그렇기에 티볼리 정원은 내가 온종일 코펜하겐 시내를 다니면서 본 궁전들과 미술관, 박물관 못지않은 훌륭한 자산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