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의 코펜하겐 카드 200% 활용-9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은 덴마크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관 중 하나로, 코펜하겐에서 약 35km 북쪽 험블백(Humlebæk)이라는 해안 마을에 있다. 나는 프레데릭스보르 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힐레뢰드(Hillerød)에서 기차를 타고 Snekkersten St. 역에 내린 뒤,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388번 Lyngby St. 행 버스를 탔다. 코펜하겐 카드 덕에 모든 교통편이 무료였다.
Louisiana (Humlebæk Strandvej) 정류장에 내려서 미술관까지 걸어가면 된다. 여기서 하차한 이들이 다 같이 미술관으로 걸어가니 어렵지 않았다. 가는 길에 소품 전시한 것도 구경하며 미술관에 도착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정말 화창한 날씨에 가야 하는 곳임을 느꼈다. 현대 미술이 2, 자연이 8인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건물 내부에서도 방이나 복도의 큰 창문을 통해 풀과 나무, 바다가 보였다.
긴 복도를 따라 걸었더니 루이지애나 카페가 나왔다. 테라스에 앉아 쉬는 사람들을 지나 잔디밭을 걸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푸른 바다와 연둣빛 잔디의 조화가 눈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저 멀리 바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다른 세상에 온 거 같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도 처음 정원에서 본 듯한 작품이 있었다.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 거 같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전시관 건물로 들어갔다. 벽에 회고전(A Retrospective)이라고 적힌 통로를 따라 들어갔다. 알 수 없는 작품 세계였다. 목발만 쭉 전시해 놓거나 페인트로 스프레이 칠한 매트릭스가 걸려 있었다. 이어진 공간에는 우주선 같은 곳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듯한 영상이 나오면서 마루 아래에 이상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난해했다.
뭔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었다. 춤추는 무희와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을 이렇게 단순하게 그렸구나 싶었다. 다음은 내가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공책에 줄을 그어서 오목 두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을 감상하다 쉬어 가는 공간이 나왔다. 푸른 바다가 큰 창을 통해 보였다. 멀리 돛단배 한 척까지 유유히 지나가니 정말 작품 같았다. 한편 이 창 한쪽에 다이빙하는 보드가 작품으로 설치되어 있다. 바다 전망을 향해 길게 뻗어 있지만 유리창 때문에 뛰어내릴 수 없는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드러낸다고 한다. 풍경을 프레임 삼아 관람 경험을 확장하는 설치미술이라고 하는데 나는 상상력이 부족한 거 같다. (나는 파워 J일 뿐만 아니라 파워 S였다.)
다시 난해한 작품 세계가 펼쳐졌다. 안타깝게도 작품들이 나에게 '그렇군', '좀 기괴하군', '잘 칠했군' 정도의 감상만 주었다.
꽃이나 콜라, 해변의 파라솔 같은 소재는 익숙하니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현대미술에서도 나름의 취향을 찾게 되는 거 같았다. 마치 빛을 소재로 한 인상파 작품들보다 디테일한 그림이 좋고, 바로크, 로코코 스타일의 그림을 좋아하는 취향을 찾은 거처럼 말이다.
작품을 다 보고 이제 밖으로 나왔다. 정원을 따라 걸으면서도 곳곳에 작품들이 있다. 딱 봐도 지구와 목성 같은 구체가 잔디밭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더 걷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 조각상이 나온다. 나에겐 조각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나뉘는 풍경이 더 인상적이었다.
현대 미술관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편이라, 루이지애나 미술관도 올 생각이 없었다. (사실 이틀 전 가이드님이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해서 왔다!) 하지만 와 보길 잘한 거 같다. '자연 속의 미술관'이라는 별명을 완벽하게 구현한 곳이다 보니, 현대 미술을 무작정 피하기보다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