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하이킹 ft. 해리포터

나의 첫 동아리 활동은 Malham Cove 하이킹

by 세런 Seren

영국 대학에서 동아리는 'society(비체육 동아리, 동호회)'와 'sports club(체육 동아리)'으로 구분된다. 대학 오퍼 레터를 받은 후, 나의 로망이었던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해보고자 Students' Union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찾아봤다. (20대 시절 대학 다닐 때는 신림동에서 스터디만 했던 슬픈 기억이!) 덕분에 꼭 하고 싶은 동아리 몇 개를 찾았는데 그중 하나가 "The Outdoor Society"였다.

The Outdoor Society 동아리 로고

"The Outdoor Society is one of the university’s oldest and largest societies. Since 1964 we have been meeting every Sunday of term time and running weekly walks in the British Countryside. This society is well suited for anyone with an interest in seeing the beautiful British countryside, getting more exercise or who wants to make new friends."

- 학교 홈페이지 소개글 (그 모든 anyone이 나예요!)


매주 일요일마다 근교로 나가 하이킹하는 동아리로, 1964년부터 운영되었다고 한다. 대학 Welcome week가 시작된 첫 일요일에는 신입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예약을 받았다. medium(10-13 km)과 long(16-19 km)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무난하게 medium을 선택했다.


약 2시간 버스를 타고 근교로 가는 중 버스에서 본 풍경

미팅장소로 가는 길에 나처럼 등산복 차림의 사람을 만났다. 싱가포르에서 온 언니인데 성격이 너무 좋아 가는 길에 금방 친해졌다. (실제 나이는 모르지만, 내 기준 멋있으면 '언니'!)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영국 친구들과도 얘기를 나누었다. 다들 첫 동아리 활동이라 신난 듯했다.

1시간 40분가량 버스를 타고 가는 곳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촬영지로 유명한 Malham Cove였다. 이곳은 영국 요크셔(Yorkshire Dales National Park)에 있는 아주 유명한 석회암 절벽이다. 가는 길에 말, 소, 양, 염소 등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초원이 펼쳐졌다.


Malham Cove 도착

드디어 Malham Cove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살짝 선잠을 자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내려서 코스에 따라 long과 헤어지고, 식사 장소에 따라 medium은 Tea room파와 Pub파로 나뉘었다. 언니와 나, 그리고 버스 타기 전에 친해진 타일러 우리 셋은 Tea room을 선택해 함께 하이킹을 시작했다.


올라가면서 찍은 풍경들

전날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비가 쏟아진 게 믿기지 않게, 날씨가 정말 화창했다. 군데군데 웅덩이와 진흙밭은 있었지만 걷는데 문제없었다. 우리 팀 리더 제임스를 따라 열심히 올라갔다. 숨이 차서 점점 말을 잃어 가긴 했지만 차례차례 계단을 올라 마침내 해리포터 촬영지인 석회암 포장 지형(limestone pavement)에 도착했다.


석회암 포장 지형(limestone pavement)이라 불리는 곳. 돌이 정말 unique하다!
여기가 포토스팟

저너머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보니 시원했다. 감탄하며 계속 사진을 찍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20여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는데 촬영하는 사람이 신호도 안 주고 조용히 찍었다. 가는 길에 언니와 단체 사진 포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서는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파이팅 하는 포즈와 미니 손 하트를 주문한다고 했다. 언니가 싱가포르도 요즘 한류 영향으로 비슷하게 찍는다고 했다.


가는 길에 나타난 귀여운 사다리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내 어깨쯤 오는 바위를 만났는데 동아리 리더들이 위에서 잡아주었다. (사실 이 길을 가느냐, 다시 되돌아가느냐 고민했으나 다 같이 '짧고 굵게' 힘든 걸 택했다!) 이어서 작은 사다리가 나왔는데 선발대 리더 제임스가 시범을 보여줬다.


반려견 동반 가능을 'Muddy paws(동물 발바닥) Welcome' 이라고 표현하다니! 너무 귀엽잖아!
내가 먹은 Apple juice carton과 The old barn special

시내로 내려와 The old barn Tea room으로 이동했다. (번역하면 '오래된 헛간 티룸'!) 5, 6명씩 한 테이블에 앉아 각자 음료와 식사 메뉴를 정했다. 점원이 한 테이블씩 메뉴를 받아가고, 이어서 음료를 먼저 가져다준 뒤에 다음 테이블 주문을 받았다. 그 사이 요리사인 주인장이 식사 메뉴를 가져다주었다. 우리 테이블은 5명의 음료와 식사 메뉴가 다 달라서 재밌었다. 특히 제임스가 차(tea)를 시키니까 타일러가 자기는 완전 커피 파라고 했다. 그 와중에 그는 마시멜로를 잔뜩 넣은 핫초코를 시켰다. 모든 영국인이 tea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except you'라는 나의 농담을 받아줬다.


점심 먹고 다시 걷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인장이 밖에 앉아있었다. 각자가 먹은 메뉴를 알려 주면 이를 받아 적고 총액을 알려준 뒤 카드 결제를 했다. 약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계산을 했는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런 운영이 여러모로 신기했다. 한편 다음 장소로 이동 전, 잠시 대기하는 동안 어제 포트럭(Potluck)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카자흐스탄 출신인데 K-드라마로 한국어를 배운 친구였다. 그러자 싱가포르 언니도 자기도 K-드라마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우리 수다에 몽골 친구와 한효주를 좋아한다는 맨체스터 친구까지 합류해서 갑자기 K-드라마 대화가 불붙었다. 이렇게 글로벌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놀라우면서 한류 열풍에 정말 감사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 Janet’s Foss (재닛츠 폭포)

마지막 코스인 Janet’s Foss로 가기 위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폭포가 나타났다. Janet은 요크셔 지역에서 폭포 옆 동굴에 산다고 전해지는 요정의 여왕 이름이라고 한다.


요크셔 countryside 출신 치즈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치즈냥이를 만났다. 여유롭게 볕을 쬐고 있는 냥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친근함의 표시로 윙크를 해줬다. 언니와 내일 아침 9시에 열리는 티켓팅에서 다음 주 일요일 티켓을 꼭 구하자고 말하며 버스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 역시 푸릇한 초원과 초식 동물들의 향연이었다.


도착하니 6시였다. 아침 9시부터 만나 9시간 가까이 영어에 노출되어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그룹 대화에는 끼기 힘들고, 빠른 말이나 영국 악센트는 거의 안 들리는 수준이었지만 어제보다 좀 더 나아졌으리라 믿는다. (어제 요크 사는 20대 girl들 모임에 나갔다가 엄청나게 좌절했다. 딱 6개월 뒤에는 나도 다 알아듣고 말할 수 있겠지!) 나는 K-드라마로 한국어를 익힌 친구들 사이에서 영드, 미드로 남는 시간에 열심히 영어를 학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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