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미술관, Ordrupgaard

파워 J의 코펜하겐 카드 200% 활용-10

by 세런 Seren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 가까운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여기서 매시 4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오르드럽가드(Ordrupgaard) 미술관에 갈 수 있었다. 이곳은 코펜하겐 카드로 무료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인데 1918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고 덴마크와 프랑스 회화로 유명하다. 현대 미술보다 근대 미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루이지애나보다 더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다행히 도착해서 문을 닫기까지 1시간 정도 감상할 여유가 있었다.


버스를 내려서 보이는 표지판과 미술관 앞

마침 내가 방문했을 때, 덴마크어로 “Plantefeber: Verden i vindueskarmen (식물 열풍: 창가의 세계)” 즉, 실내에서 식물을 가꾸는 문화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회화 전을 하고 있었다.


작품 속 꽃 찾기

전시관을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대신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꽃'인 거 같다. 눈을 돌리면, 꽃이 그려진 회화들이 잔뜩 걸려 있다. 소담한 노란 꽃과 곡선이 살아있는 잎이 있는 화분 뒤로 뭔가를 노리는 고양이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노리는 건 참새일 거 같았다.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의 행동 패턴을 볼 때 저 정도 큰 화분을 넘어뜨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인 “Plantefeber: Verden i vindueskarmen (식물 열풍: 창가의 세계)”에 걸맞게 꽃은 메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이드에서 빛 내는 역할이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배경이 되는 그림에서 오히려 "식물 열풍"의 의미가 와닿았다. 그만큼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의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내에 푸릇한 생명체가 있어야 하는 사람들

관엽 식물과 공간을 향유하는 그림도 있었다. 역시 초록 생명체는 실내 분위기를 삭막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거 같다. 그림을 보니 직장을 구하고 드디어 제대로 된 나만의 집이 생겼을 때, 엄마가 집에 화분을 둬야 한다며 키우기 쉬운 식물들을 줬던 게 생각났다. 볕 잘 드는 곳에 둬서 죽지는 않았지만, 세심하게 못 키워서 결국 엄마에게 반납했었다.


정원 속의 사람들

식물원처럼 온갖 식물들로 채워진 유럽식 정원은 인상적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원을 생각하면 연못과 수석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뭔가를 따는 남자와 그걸 받으려고 앞치마를 든 여자를 그린 그림이 눈에 띄었다. 수탉과 암탉이 걷는 모습을 보니 저택 뒷마당의 정원을 그린 듯했다. 반면 한 노인이 정원을 배경으로 한 손에 책을, 다른 한 속에 펜을 들고 과학 실험 도구들이 놓인 책상 앞에 서있는 모습은 사진으로 순간을 찍은 거 같았다.


보는 순간 르누아르가 떠오르는 그림들

프랑스 회화만 모은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역시 르누아르 그림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 르누아르는 인상주의파답게 순간적인 빛과 색감을 포착해서 그려내며, 파스텔 기법을 써서 흐릿하지만 따스한 느낌을 주는 화풍을 고수하는 화가다.


윌헬름 한센(Wilhelm Hansen) 부부의 저택 공간

프랑스 전시관을 보고 나면 저택을 볼 수 있는 전시로 이어진다. 이 미술관이 Wilhelm Hansen과 그의 부인에 의해 사저와 갤러리 형태로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남편 사후에 Henny Hansen 부인이 소장품과 건물을 덴마크 국가에 기증하면서 국영 박물관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 전시관에서 이어진 건물에서는 한센 부부가 실제로 거주하며 미술품을 수집하던 살롱(salon), 서재, 응접실 같은 곳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잔뜩 걸린 그림은 물론, 고가구와 샹들리에 등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연결 통로에 자리잡은 온실
따뜻한 색채로 그려진 그림들로 가득한 응접실

작은 방들이 여러 개 이어진 공간을 구경하고 나오니 온실을 통과하게 되어 있었다. 유리창과 유리 지붕으로 둘러싸여 빛이 잘 들어오고 따뜻했다. Wilhelm Hansen과 그의 부인이 이곳에 앉아 정원을 내다보며 차를 마셨을 거 같았다.

온실을 통과하니 넓은 공간의 응접실이 나왔다. 정중앙의 노란 꽃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색의 대조를 통해 노란 꽃이 생생하게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한편 이 그림 반대편에 자리 잡은 그림 중 혼나는 아이를 그린 그림이 귀여웠다. 동생을 괴롭혀서 혼나는 거 같은데, 괴롭힌 게 아니라 귀여워해 준 거인 양 딱히 반성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아이 모습으로 보였다.


마지막은 뜬금없이 중국 신화 속 인어 같은 조각상

전시관이 닫는 시간까지 보고 난 뒤 코펜하겐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오르드럽가드 미술관을 나와서 내린 곳 반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뒤, 역에 내려 코펜하겐 중앙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되었다. 한편, 아침부터 프레데릭스보르 성,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 오르드럽가드까지 세 군데를 무사히 보고 떠날 수 있어 감사했다. 화창한 날씨와 함께 기차 3번, 버스 4번의 교통편을 갈아타는 동안 맞게 타서 동선이 안 꼬일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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