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에서 보물찾기

Scavenger Hunt와 Flower Swap

by 세런 Seren

매일 일상에서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는 기분이다. 한국에서 한 번도 외워본 적 없는 단어를 알게 되고, 일상적인 표현을 듣고 익히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 살아보지 않았지만, 요크는 정말 친근하고 따뜻한(Welcoming) 도시다. 학교 안팎으로 모임(society)들을 다녀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반겨주는데 스스럼없는 거 같다.


Scavenger Hunt에 도전

오늘은 International Friends 모임에서 Scavenger Hunt를 하는 날이었다. Scavenger Hunt(스카벤저 헌트)는 '보물찾기'와도 같은데 참가자들이 주어진 단서나 목록에 따라 특정 장소에서 아이템을 찾아내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비가 오지 않길 바랐는데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미팅 장소에 하나 둘 나타나더니 30명 가까이 모였다. 오늘의 규칙은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1시간 동안 챌린지 장소를 찾아 단체 인증 사진을 많이 찍으면 우승하는 거였다. 한국, 영국, 일본, 미국, 남아공까지 다국적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Team Best"라고 팀명을 정하고 힘차게 출발했다.


가다가 무료 티 시음하고 끝난 뒤에는 홈메이드 스콘과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만 했던 '미션 장소에서 사진 찍기'를 직접 해보니 너무 신났다. 우리 팀 성적은 Best는 아니었지만 돌아다니는 내내 즐거웠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은 솀블즈 거리를 겨우겨우 비집고 통과하는데 시간을 거의 다 쓴 거 같지만 말이다. 그래도 미션 장소를 찾아 group selfie(단체 셀카)를 찍을 때마다 '우리가 위너일 거야'라며 자축했다. 미션 수행이 종료된 뒤 다시 모이는 장소에서 홈메이드 스콘과 홍차를 즐기며 대화를 나눴다. 요크 토박이인 Simon이 리더였던 팀이 모든 장소에서 미션 사진을 찍어 우승은 못 했지만 재미있었다.


York Coffee Girls 모임에서 Flower Swap

유럽에서는 길거리나 마트에 꽃을 파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에 덴마크에 갔을 때도 광장에 꽃시장이 열리고 줄 서서 꽃을 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하간 이른 오후에 신나게 보물 찾기를 한 후, 영국 마트 체인 중 하나인 Morrisons (모리슨스)에 꽃을 사러 갔다. 꽃만 사기 아쉬워 마트를 구경하는 김에 나의 최애 비스킷인 'Shortbread (쇼트브레드)*'도 사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재고가 내 키보다 높은 선반 위 안쪽 깊숙이 자리해서 까치발을 들고 낑낑대고 있었다. 지나가던 분이 묻지도 않고 내 손이 닿게 꺼내줘서 고맙고 훈훈했다. 한편 꽃과 비스킷, 홍차까지 사서 나오니 영국인이 다 된 기분도 들고 뿌듯했다. 장 본 물건을 집에 둔 뒤, 꽃다발을 들고 York Coffee Girls의 모임 장소로 갔다. 요크에 사는 여성들의 모임인데 매주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이번 주의 주제는 "Autumn Flower Swap (가을꽃 교환)"이었다.


* 버터 풍미가 가득한 스코틀랜드식 전통 쿠키로, “short”라는 단어는 ‘바삭하고 부서지기 쉬운 식감’을 뜻함


원하는 꽃 고르기

모이는 장소가 카페와 펍을 같이 하는 곳이었는데, 꽃다발을 들고 들어가니 직원이 2층으로 가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별도로 마련된 모임 공간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꽃들이 놓여 있었다. 덕분에 Flower Swap이 문자 그대로 '꽃 교환'이 아니라, 각자 사온 꽃들을 모아 놓은 뒤 원하는 꽃들을 골라 꽃다발로 만든다는 의미였음을 이해했다.


내가 고른 꽃들, 완성된 꽃다발 포장하러 가기
포장을 마친 우리 꽃다발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크리스마스 용품점에서 일한다는 뉴질랜드 출신 언니와 요크대 지리학과 학부생 등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아늑한 카페 분위기와 꽃에 둘러싸여 내 인생 처음으로 꽃다발 만들기를 하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 즐거웠다. 각자 다섯 송이씩 골라온 꽃들을 재구성해서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서로의 꽃다발을 예쁘다, 멋있다고 칭찬했다. 특히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바로 '안녕하세요'가 튀어나온 K-드라마 팬인 친구가 내 꽃다발의 구성 의도를 알아봐 줘서 신났다. 'That's spot on! ('정확해, 딱 맞아!'라는 뜻)'이라고 말했더니 친구도 좋아했다.


솀블즈 거리에 바치는 나의 꽃다발, 집에 와서 페트병을 잘라 화병으로 활용

모임 시간이었던 1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다음날 하이킹도 가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해서 친구들과 인사하고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을 약간 벗어나, 해리포터의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 분위기와 닮아 유명한 Shambles Street (솀블즈 거리)로 갔다. 길 초입에 위치한 해리포터 굿즈샵(The Shop That Must Not Be Named) 앞에서도 꽃다발 인증샷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꽃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페트병을 화병으로 변신시켰다. 꽃다발 포장지로 페트병을 감싸주었더니 그럴싸했다. 꽃을 보며 오늘은 내 인생의 보물을 찾은 날임을 깨달았다. 요크의 친절한 사람들과 여유로움이 내가 찾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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