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하이킹과 선데이 로스트

Outdoor Society와 함께하는 두 번째 하이킹

by 세런 Seren

지난주 Malham Cove 하이킹 후 내가 푹 빠진 The Outdoor Society매주 일요일마다 요크 근교로 하이킹을 간다. 그런데 전날 밤 정말 엄청나게 비가 와서 불안했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쳐 있었고, 우리가 오늘 방문할 곳도 흐리긴 했지만 비가 올 거 같지는 않았다. 버스를 탑승하는 학교 내 미팅장소까지 30분 정도 열심히 걸어 도착했다. 지난주에 인사 나눈 '등산복이 아닌 댄스 동아리 후드를 입고, 점심 도시락 대신 주머니에 에너지바를 챙긴 채, 물통 하나 들고 Long Trail'을 선택해서 진정한 스코틀랜드의 딸이라고 인정한 친구와 반갑게 인사했다. 사실 그녀는 오늘 표를 못 구해서 일단 기다렸다가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타는 걸로 얘기가 되었다고 했다. 다행히 전날 밤 폭우 여파인지 결석자가 있어 함께 버스에 탑승했다.


오늘은 바다가 보이는 코스
바다와 들판을 한번에 볼 수 있는 Flamborough Head

오늘의 하이킹 장소는 Flamborough Head로 잉글랜드 북동부 요크셔주(East Riding of Yorkshire)에 위치한 석회암 절벽 해안 지형이 절경인 곳이다. 지난주와 달리 평지가 쭉 이어지는 코스라 바다와 넓은 들판을 함께 보며 걸을 수 있었다.


너무나 예상 못한 등장, 바다 앞 쉬고 있는 물개들

오늘 Medium Trail의 선발대장인 아이잭(Issac)을 따라 도착한 첫 장소는 바다 물개가 보이는 절벽이었다. 바다와 절벽이 멋있어서 멈춘 줄 알았는데 물개를 보는 곳이었다. 아이잭이 Flamborough Head는 여름에 오면 더 좋은데, 여름에도 물개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길을 걷다 저 멀리 돌고래가 헤엄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바다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는 대자연에 온 실감이 났다.


Issac이 생각보다 빨라 힘들었던 기나긴 길 끝의 정상

아이잭을 열심히 쫓아가다 보니 나란히 걷게 되었다. 그가 먼저 나에게 전공을 물어봤는데, 사실 별생각 없이 있다 훅 들어온 영어가 귀에 꽂히듯 들려서 신기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행정학 석사 중이라고 했더니 본인은 역사-정치 학사라며 연관 있는 학문인 거에 반가워했다. The Outdoor Society 2년 차인 그에게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물어보고, 곧 있을 Weekend Trip에 대해서 들었다. 주말 양일 간, 멤버십이 있는 회원 중에 최소 인원으로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갈 예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티켓팅할 생각으로 긴장되었다. 한편, 기나긴 길 끝에 도착한 곳은 전망대였다. 해는 뜨지 않아 아쉬웠지만, 비가 오지 않는 거에 감사하며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전망대를 내려와 바다까지 체험

이어서 바다 모래사장을 체험하는 곳까지 내려갔다. 트래킹 할 때는 못 느꼈는데 모래사장에 오니 바다 냄새가 훅 났다. 그리고 새하얀 조약돌들이 예쁜 곳이었다. 여기서 단체사진을 찍고, 직전에 전망대에서 친해진 독일 출신 학부생 친구와 셀피(Selfi, 셀카)도 찍었다. 그녀가 전망대에서 독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보여 내가 찍어 주겠다고 하면서 카메라를 세로, 가로, 거꾸로 세로까지 다양한 구도로 찍어주었다. 사진을 보더니 나에게 '인기 많은 친구'겠다고 했다.


바다까지 내려왔으니 가파르게 올라갈 차례. 숨 찬 나와 같은 심정이 느껴지는 'I HATE' 팻말
또다시 바다와 평야가 보이는 길

다소 가파르게 모래사장에서 트래킹 코스까지 올라갔다. 숨이 차 할딱이며 말뚝을 보았는데 "I HATE"라고 쓴 게 눈에 들어왔다. 글쓴이도 이 가파른 계단이 힘들었구나 싶었다. 이어지는 길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오늘은 다 같이 Pub 식사를 하기로 해서 기대되었는데 아이잭은 예약한 Pub에서 확인 연락이 안 왔다면 불안해했다.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신나게 걸어갔다.


현충시설, 시골 정류장, 물개 품은 파랑새를 보며 시내로!
오늘의 점심은 선데이 로스트(비프)와 J2O 오렌지 주스

안타깝게도 시내까지 내려왔지만 아이잭이 예약한 곳이 확정이 되지 않아 알아서 흩어져 먹고 오기로 했다. 작은 시골 동네에 일요일이라 영업하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는데 다행히 한 군데를 잡아 다 같이 들어갔다. 오늘은 각자 1층 카운터에서 음료와 요리를 주문하는 식이었는데 음료는 그 자리에서 주고 요리는 직원이 2층으로 가져다주었다. 나는 메뉴 중에 가장 위에 있는 선데이 로스트를 주문했다. 고기 종류는 Beef, Pork, Gammon(훈제 또는 절인 돼지 뒷다리살) 중에 비프를 골랐다. Gammon을 못 알아듣자, 사장님이 소시지 같은 거라고 해서 안 골랐지만, 올라와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다음에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편 우리 테이블 요리가 너무 늦게 나와 식사는 급하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함께 앉은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오전에 아이잭 얘기가 들린 거처럼 단체 대화에서도 조금씩 대화가 들리는 기분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좋았다. 말까지 나오는 단계는 아니라 몇 마디 못한 게 아쉬워, 빨리 영어가 더 늘고 싶었다.


슬슬 비슷해지는 바다보고 평원보고, 평원보고 바다보는 루틴
때마침 깜짝 선물처럼 나타난 소 가족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트래킹 코스로 올라갔다. 약 2km 가까이 되는 어드벤처 트레일을 따라 오전과 비슷하게 바다보고 해안 절벽보고, 평원 보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야생 소 무리를 만나서 다들 신이 났다. 특히 아기 소가 너무 귀여워서 다 같이 "so cute"를 연발했다. 아기 소는 우리가 신기한지 계속 쳐다봐주었다.


하이킹 출발지였던 등대 앞에서 Long trail팀과 만남
요크로 돌아오니 5시, 날씨가 다시 맑아졌다. 집 가는 길에 만난 얼룩 고양이

하이킹은 Flamborough Head Lighthouse (플램버러 헤드 등대) 근처, 바다가 보이는 벤치 앞에서 종료되었다. 싱가포르 언니와 금색 동판 지도 앞에 서서 우리의 현재 위치와 요크, 리딩 위크 때 가려는 여행지(언니는 함부르크, 나는 벨기에)도 찾으며 수다를 떨다 등대를 둘러보고 왔다.

버스를 타고 요크 시내로 들어오니 5시였다. 버스 타고 오는 길부터 해가 보이기 시작해서 언니와 'That's life(인생이 원래 그렇지)'라고 자조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지난주는 엄청나게 맑았고, 오늘은 비를 안 맞았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한 인생 아닌가 싶었다. 여하간 다음 하이킹이 또 기대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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