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의 본고장, 빌룬(Billund)

인생사 새옹지마, '최악은 피하는' 긍정의 힘!

by 세런 Seren

덴마크는 어릴 때 한 번쯤 갖고 놀았을 (또는 밟아서 고통받아본 적 있는) 레고가 탄생한 곳이다. 그래서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자마자 레고랜드 1-day ticket을 예약했다. 얼리버드로 예약한 덕에 10% 정도 할인된 금액(329kr)에 예약할 수 있었다.


험난한 여정의 시작, 기차 잘못 타기

코펜하겐에서 레고랜드가 있는 빌룬(Billund)까지 가야했다. 코펜하겐에서 베일레(Vejle) 역까지 기차로 간 뒤에 빌룬 레고랜드까지 가는 버스를 약 50분 정도 타고 들어가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코펜하겐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기차를 탔다. 그리고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우선 내가 탄 기차가 중간(Fredericia 역)에 분리되는 기차일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하필 내가 탑승한 칸은 베일레 역이 아닌 콜딩(Kolding) 역으로 가는 거였다. 하지만 분리되어 콜딩으로 가는 와중에 친절한 검표원을 만나 잘못 탄 걸 일찍 깨달았다. 한편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표 검사하러 온 직원이 내가 객실을 바꿔야 하는 걸 안 알려줬던 게 원망스러웠다. 재검사한 직원도 안 알려줬으면 내가 어디까지 갔을지 아찔했다. 그가 당황한 나를 진정시켜 주고, 다음 역에 내려서 가는 편을 알려주었다.


꿈과 환상의 나라, 레고랜드! (인포 센터 앞 레고는 손주와 함께 와서 지친 할아버지로 추정)

콜딩역에 내려 기차가 분기점이었던 Fredericia 역으로 다시 되돌아 간 뒤, 베일레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 결과 베일레 역에 8시 53분 도착 예정이었는데 레고랜드 오픈시간이 10시라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베일레 역에 내리자마자 9시 출발하는 빌룬행 버스를 탄 덕에 결과적으로 오픈시간에서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딱 맞게 도착했다. 입장해서 유료 보관함에 캐리어를 맡기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미니어처 랜드에서 레고하우스와 나의 식료품 조달 담당 리들(LIDL) 슈퍼마켓
레고로 만든 아말리엔보르 궁전 (국기가 걸려있으니 왕이 궁 안에 있겠군!)
코펜하겐의 뉘하운을 레고로 즐기기

레고랜드는 미니어처 랜드와 놀이동산 테마파크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니어처 랜드는 레고로 유명한 장소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인데 볼 게 정말 많다. 덴마크 주요 명소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의 도시와 랜드마크 건물들도 있었다. 역시 바로 전날까지 보고 왔던 아말리엔보르 궁전과 뉘하운의 풍경이 반가웠다.


아틀란티스, 해저 왕국을 모티브로 만든 체험 공간
수족관에 갇힌 레고(?)

10시 오픈 시간에는 문을 여는 체험 공간과 놀이기구가 별로 없었다. 다행히 미니어처 랜드 가까이에 아틀란티스 체험 공간이 있어 구경했다. 들어가서 레고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뒤 해저 공간처럼 꾸며 놓은 수족관을 관람하는 거였다. 중간중간 버튼을 누르면 레고에서 거품도 나오는데 유치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가 즐겼다.


돌아다니며 레고 구경 (안데르센으로 추정되는 레고 발견)
해적선 놀이기구 앞, 보물섬 테마 버스킹 레고
이 날 내가 입은 의상과 찰떡이라 반가웠던 레고 모형 (표정은 기차 잘못 탄 걸 알았을 때의 내 표정!)

미니어처 랜드를 나와 놀이기구가 있는 곳들을 돌면서도 레고를 구경했다. 일반적으로 놀이기구 테마에 맞춘 레고 전시를 하고 있었다. 꽤 큰 공간을 마구 돌아다니다 보니 1시간 가까이 지났다. 그리고 이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도저히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카페로 피신했다. 카페에 콘센트가 있어 폰 충전을 하고,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창문 밖 풍경을 구경했다. 비가 안 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구경할 만큼 다 하고 비가 와서 역시나 '최악은 피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레고랜드 안에 레고하우스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고, 표도 따로 구매해야 하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레고캠퍼스를 지나 레고하우스로!
입장 팔찌를 차고 들어간 뒤 나만의 레코 카드 발급과 기프트 레고 받기

입장 마감 전에 할인해 주는 Late arrival ticket(209kr)을 미리 예매하고 가려했으나 타이밍을 놓쳐 모두 sold out 되었다. 마침 비도 그쳐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직원에게 레고하우스를 간다고 했더니, 손등에 재입장 가능하다는 표시의 도장을 찍어 주었다. 30분 가까이 걸어 레고하우스에 도착했는데 현장에서 운 좋게 Late arrival ticket 예매가 가능했다. 먼저 6조각으로 랜덤 하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레고와 내 이름이 출력된 카드를 수령하고 기프트 레고를 받았다.


흥 많고 춤 잘 추는 내 컬러풀 레고 친구
내가 만든 레고 작품들
레고 수족관에 방생하고 온 KOREA 물고기

체험 공간에서 여러 테마로 실제 레고를 조립해 볼 수 있다. 신기하게 내가 만든 레고를 스캐너에 올리면 2D 또는 3D로 화면에 띄워주고 실제처럼 움직였다. 그래서 나만의 레고 얼굴과 물고기 만들기가 특히 재미있었다. 판을 스캐너에 올렸더니 얼굴에서 팔다리가 생겨 춤을 추고, 물고기는 레고 바다를 헤엄쳤다. 그리고 체험 전에 입장 팔찌에 있는 바코드를 찍으면 따로 온라인 다운로드를 할 수 있게 저장도 되어 좋았다.


레고하우스 로비 (기둥에 마킹 중인 강아지?)
로비에 있는 큰 레고, 레고하우스 근처 동상

거의 2시간 반 동안 있었지만, 레전드 레고 작품들 구경과 함께 모든 체험을 하는 게 빠듯하게 느껴졌다. 결국 마감 시간까지 있다가 레고랜드로 다시 향했다. 가는 길에 눈에 띈 레고 놀이하는 아이들 동상이 귀여웠다. 레고랜드를 한번 더 구석구석 둘러보고, 레고하우스보다 큰 기념품 가게도 들러 구경하니 마감 시간이 되었다. 캐리어를 챙겨 밖으로 나오자 다시 비가 쏟아졌다. 미련 두지 말고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오덴세의 캐빈(Cabin) 숙소에서 본 풍경

비바람을 뚫고 빌룬에서 콜딩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코펜하겐에서 빌룬 가는 길에 잘못 내렸던 그 콜딩역!) 숙소로 잡은 오덴세(Odense) 행 기차를 탔다. 도착하니 해가 저물지 않았다. 역 근처에 잡은 Cabin 숙소로 가면서 조용하고 깨끗해서 동화 같은 동네라는 인상을 받았다. 역시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등 수많은 동화를 쓴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다웠다. 여하간 하루 종일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단했지만, 매 순간 최악은 피할 수 있게 운이 따른 것에 감사하며 아늑한 Cabin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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