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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Jan 07. 2023

혼술의 미학

혼술의 미학


혼자 술을 마셨다. 쓰린 맘을 그냥 삼키기에는 너무 써 술과 함께 삼켰다. 소주를 잔에 넘치도록 따랐다. 테이블 위에 소주병을 내려놓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탁. 소주병을 내려놓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이봐요. 여기 사람들, 다 나 좀 보세요. 나 오늘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당신들은 좋겠어요. 함께 술 한잔 나눌 사람이 있어서. 그런데 나는 말이에요. 이 쓰라린 마음을 온전히 나 혼자 느끼고 이 감정을 넘치도록 채워서 모두 다 쏟아버릴 거예요.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둔탁하게 내려놓은 소주병의 진동에 소주잔에 가득 담겨있던 소주가 넘쳤다. 빠르게 마셨다. 꺾어 마시지 않고 단숨에 털어 넣었다. 쓴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내 마음을 가득 채운 근심이 더 썼던 탓이었을까. 평소라면 소주를 마신 후 물로 입가심을 했을 텐데 오늘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소주잔에 소주를 또 따랐다. 그리고 또 마셨다. 따르고 마시고를 반복했다.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생각과 어렵던 고민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에 불과하게 되었다. 좋지 않았던 기분도 술에 물 탄 듯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취해갔다. 취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혼자 마시는 술은 달았다. 쓰린 맘을 그냥 삼키기는 너무 어려워 술과 함께 삼켰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잔에 술을 채웠다.




글, 신세연.


인스타그램 @shin.writer

메일주소 shinsere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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