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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Jan 08. 2023

나의 아주 작은 망치질

사실 나는 내 생각처럼 단단하지 않았다.


“너는 강하잖아. 이런 거에 끄떡없잖아. 그렇지?”

아니, 나도 두려워. 나도 무너질 줄 알아. 다만 그 무너짐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나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저 툭툭 털고 일어날 뿐이야.


내가 넘어졌던 자리는 그대로 일지언정, 내 옷에 묻은 흙은 좀처럼 닦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에겐 새로운 옷을 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입고 갈 뿐이었다. 언젠가는 이 흙먼지를 보면서 이런 때가 있었지 하며 추억하게 되겠지 싶었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저 고난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다.


하지만 내 안에 겹겹이 쌓였던 그 시간들은 어느새 소리도 없이 바위가 되어 있었다. 입으로 불면 날아갈 것만 같았던 고작 한 겹의 고난이었는데 어느새 쌓이고 쌓여 돌덩이에서 바위가 되어 있었다. 있는 힘껏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을 바위는 내 속에서 내 몸보다도 더 커져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위에 잠식되던 나는 깨달았다. 이렇게 있을 수 없다고.

그리고 결심했다. 이 바위를 부수겠다고.


나의 작은 망치질에 끄떡도 하지 않았던 바위였지만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그렇게 점차 횟수가 늘어난 나의 망치질에 어느새 바위에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은 노력을 수반했다. 그리고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이겼다. 나를 삼키고 있던 바위는 어느새 깨지고 있었다. 그렇게 바위는 쪼개지고 쪼개져 입으로 불면 날아갈 정도로 작아지고 가벼워졌다. 나는 내 생각처럼 단단하지 않았지만, 나의 작은 망치질은 내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빼앗긴 들에도 결국 봄이 왔는데 하물며 단단히 다져온 나의 길에 봄이 안 올 리가 없다. 곧, 나에게도 찬란한 봄이 올 것이다.


글, 신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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