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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우주 Mar 26. 2020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해 숙소를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일기

고민 끝에 게스트하우스를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개방하기로 했다. 물론 양성 판정을 받은 분들의 경우 지정된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테지만, 문제는 '음성' 판정을 받은 입국자 중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기 힘든 경우다.



1. 집에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2. 자가격리 대상자가 가족 중에 있어서 임시 거처가 필요한 경우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에게서 문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다른 게스트들의 안위와 2차 감염 위험성, 외부에 알려질 숙소의 평판 등이 적잖이 염려되어 어렵게 거절했었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의 임시 거처를 찾고 계신 어머니의 전화, 장기 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하필 코로나 사태가 겹쳐 지방에 있는 집으로 곧장 갈 수 없는 사연 등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문의가 계속됐다.



후원 물품



한편,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숙소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두인 와중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하늘길이 막혀 외국인 게스트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게스트하우스의 형편도 여의치 않은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위기 상황을 한탄만 하며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위기기회로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서로 윈윈할 것인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일기장에 적힌 대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지역사회와의 협력



사회적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너도나도 힘을 모으고 응원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는 한편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일을 하기로 했다.



 "여행자를 위한 공간을 여행자가 필요로 할 때 열어주는 것"



여행을 좋아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정작 여행자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이런저런 일이 두려워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는 일말의 부끄러움과 함께.


함께하는 동료들과 둘러앉아 고민 끝에 우리 숙소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모두가 꺼려 하는 일을 왜 굳이 우리가 해야 하나"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숙소명이 노출될 수도 있는데.."

"무엇보다 우리의 안위도 중요한데, 우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정말 괜찮을까"



혼자였다면 하기 힘들었을 일



혼자였다면 결코 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우리는 감염증 전문가도 아니다. 영등포구 보건소에 찾아가 자가격리 시설이나 감염증 예방에 관한 매뉴얼과 조언을 구하고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감염 증상이 없는 '음성' 입국자들일 테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게스트분들로부터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문을 열어주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었다.



결국 보건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서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만들고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을 참고해 모두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많이 문의해주셔서 조기에 신청을 마감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숙소가 협소해 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점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밖에 더 역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계속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청서 신청 링크를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가격리 대상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게 될 숙소의 방들




- 모든 숙박객들은 1인 1객실 사용을 원칙으로 합니다

- 머무시는 동안 저희가 마련한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따라주셔야 합니다

- 방의 형태는 싱글룸, 더블룸, 트윈룸, 2층침대룸, 트리플룸, 패밀리룸 등 다양하지만 '당연히' 1인만 머무실 수 있습니다

- 시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숙박비용은 청구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식사비용이나 발생할 수 있는 생활비 또한 본인 부담입니다.

- 그외 필요한 물품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부담하는 부분에 더해 후원품과 기부물품으로 충당하도록 하겠습니다.

- 2주간 머무시는 동안 음식은 배달음식을 시켜드셔야 하며 이동이 불가해 답답하실 수 있습니다

- 자가격리를 하시는 동안 지루하고 불편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보다 자세한 신청서 양식을 읽어보시고, 입실 전 숙박기간 행동지침에 대해 안내할 예정입니다




+ 자가격리 시설을 위한 준비는 마쳤지만 각 객실에 필요한 위생용품이나 기타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마스크나 장갑, 손소독/세정제, 방역복, 아니면 지루할 격리자들을 위한 어떤 물품이라도, 기부나 후원을 해주실 분들의 지원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저희의 뜻에 동참하시는 다른 숙박 업체 분들이나 기타 어떤 응원, 제안을 해주실 분들이 있다면 부디 편하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부 및 후원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128가길 8 문래게스트하우스 2층

(문의 : 070-8126-9625 또는, 언제든 댓글 달아주세요)



함께하는 크루들



코로나19가 정말 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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