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은 강렬하며 호야 군에게도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현실은 주말에 산에 가자는 신랑의 말에 "신랑 나 평일 내 산 탄 거 몰라?? 이번 조사가 산성이잖아ㅠㅜ"
주말이라도 집에서 쉬고 싶다를 외치면 먹혔지만.. 호야 군이 성장하면서 주말은 결코 나의 시간이 아니었다.
집 안의 한정된 공간이 아닌 박물관, 놀이동산, 해수욕장 등 호야 군과 콧바람 쐬러 다니기 바빴다. 나는 피곤해도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바깥 활동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놀이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
그중의 제일은 역시나 모래놀이 아니던가... 직업상 매일 흙과 삽과 호미를 들고 일하기 때문에 현장이 조금 한가한 날은 호야 군을 데리고 와서 흙놀이, 개구리 잡기, 포크레인 태워 주기 등 자연과 함께 놀게 하였다.
실은 나도 사람인지라 호야 군을 현장을 데리고 갈 때 살짝 갈등이 된다. 오랜만에 좀 한가한 날인데 나를 위해 충전을 할 것인가 아니면 호야 군을 데리고 와서 좋은 추억을 남겨줄 것인가? 항상 후자였다. 좀 힘들면 어때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닌데....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내 직업에 가끔은 감사하다.
자연 놀이를 더 즐기기 위해 2018년부터 캠핑을 시작하였다. 코로나 영향으로 2020년부터 캠핑용품 품귀현상이 나타났지만 우리 가족은 합리적인 가격과 공급 등 다행히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캠핑장 예약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나는 사람 많은 곳을 굉장히 싫어한다. 가끔 마트만 가도 힘들어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캠핑을 하게 되어도 단독 사이트나 평일날 찾게 된다. 평일날 찾게 되면 본의 아니게 전세캠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요즘의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평일 전세캠 하지만 저녁에는 살짝 무서움
분명 캠핑을 다녀오면 힐링은 되지만 점점 많아지는 장비들을 매 번 집으로 옮기는 신랑이 짠해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지면서 오는 불편함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단독사이트들도 다른 사람들 눈에도 좋아 보이는 법!!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고 점점 캠핑 가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검색 중에 세컨하우스, 5도 2촌 등이 내 시선을 고정시키고 말았다. 5도 2촌이 뭐야? 5일은 도시생활, 2일은 농촌생활이라 뭔가 꿈만 같이 느껴졌다. 어린 시절 시골 생활에 대한 나의 향수와 마음속으로만 시골생활을 꿈꿨던 것을 현실화해보고 싶어졌다. 호야 군에도 분명 영향을 줄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인근 지역부터 부동산을 알아봤다.
세컨하우스의 조건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1시간 이내 거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유해시설이 없는 곳, 경치가 좋은 곳 정도로 정해 놓고 알아보기 시작했으며, 매물이 나오면 직접 찾아다니며 보러 다녔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예산이 많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으나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모든 부분이 충족한 매물은 찾기가 어려웠다. 꼭 한 가지가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최종적으로 조망권을 포기했다.
세컨하우스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시간은 계속 흐르고 적당한 매물은 없고 중간중간 돈을 좀 더 모으고 구입하자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으며, 계약까지 하기로 했던 3번의 경우가 있었으나 모두 하지 않았다.
첫 번째 농지 구입의 문제, 매물은 전으로 300평 정도였던 거 같다. 위치는 집과 거리가 엄청 가까웠고 북향이긴 했지만 조망권도 좋았다. 하지만 몰랐던 사실 하나 지목이 전, 답인 경우 일정 부분 무조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이다. 농사는 아무나 짓나^^: 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농지법 적용받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중개사분이 아로니아를 추천해 주셨었구나 심기만 하면 잘 자란다고.ㅠㅜ
이후 우리는 대지를 중심으로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참고사항으로 전(田)은 다른 지목에 비해 싸다~
두 번째 매물은 가격도 평수도 집 상태도 최상이었으나 이상하게 꽤 오랫동안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우리는 매물이 오랫동안 올라와 있다는 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였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니, 역시나 바로 옆집에서 소 7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었다. 그때가 한 여름이었으니 그 냄새가 강렬했다. 여름에 여기 살면 창문을 절대 열 수 없겠구나 생각했고 역시 안 팔리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세 번째 매물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나름 산에 둘러싸여 독립공간이 형성되어 있고 집 앞으로 하천이 흐르고 집은 철거되어 철거비도 나오지 않고 건물만 신축하면 되는 곳이었다. 마을 입구에 포도원(?),교육원(?) 표시판이 있었다. 처음엔 포도 농장이 있나 생각했으나, 그런 곳이 아니었다. 집에 와서 위성사진 등으로 주변 일대를 살펴보니 500m 인근 큰 도로변에 교회로 등록되었지만 외관상 십자가도 없고, 교회 푯말도 없고 문은 닫혀 있고 뭔가 느낌이 이상한 곳이 있었다. 그런 주변에 포도원과 교육원이라니... 뭔가 쎄하다는 느낌이 들어다. 그래서 계약을 취소했다. 만약을 그날 저녁 컴퓨터로 주변 지역을 살펴보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어찌 되었을까? 아닐 수도 있지만ㅋ 지금도 한 번씩 신랑과 웃음면서 얘길 한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우리 눈에 좋으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좋아 보이는 건 당연한가 보다. 주말에 보러 가겠다고 하면 계약완료되었습니다.라고 하는 매물도 몇 개 있었다. 와~ 순식간이구나^^;
몇 개월 계속 반복하다보니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냥 돈을 좀 더 모아 다시 알아보기로 할 때쯤 후보군에 없는 지역에서 좋은 매물이 나왔다고 신랑한테 연락이 왔다. 나보다 더 까다로운 신랑의 눈에 들었다면 기대해 볼 만했다. 이제까지 본 집중에 최고였다. 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마을 안에 있는 집이어서 뷰는 포기했어야 했지만 집을 보러 마을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호야 군도 이제까지 집 보러 다닌 중에 제일 좋다고 했다.ㅋ 주차장에서 신랑과 고민했다. 이 집을 사는 게 맞을까? 이 집이 꼭 필요한가?? 막상 사려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순간 신랑과 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적은 돈이 아니였기에... 그리고 부동산에 연락해 지금 바로 계약하겠습니다.라고 통화를 끊고 차를 타고 부동산으로 갔다. 역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