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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Mar 24. 2023

시골 생활은 처음이라..

정감가는 우리 마을을 소개합니다.  지지직.. 아 아~ 이장입니다. 

신랑과 나의 여름휴가 날짜에 맞춰 이사 일정을 잡다 보니 무더운 여름의 절정 8월 첫째 주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진짜 더워 죽는 줄 알았다. 또한 살인적인 스케줄까지.. 갑자기 구입하게 된 시골집이기에 이미 여름휴가 일정이 정해져 있었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이었다.  


아무리 주말에만 잠깐 와서 지낸다고 하지만 이것저것 사다 보니 한살림이었고, 이중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로 챙기다 보니  본가의 집이 미니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전날 이삿짐을 차에 가득 싣고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였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것일까 출발하고 10분이 지나자 차 엔진에 불이 들어왔고 갑자기 rpm이 미친 듯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이건 아닌데...

신랑과 나는 우선 차를 세우고 점검을 한 후 이대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차를 바꿔 타고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차는 소형차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우선 다시 시동을 걸어 보니 정상이었고 시골집까지 우선 가보자고 판단 후 신랑과 긴장하며 출발하였다. 차는 이틀 뒤에 장거리 운행이 있어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휴가 시즌으로 근처 정비소는 문을 닫았고 다시 본가까지 와서 점검을 받아야 했다. 첫 단추부터 삐걱거렸지만 시골 생활에 대한 설렘이 더 컸기 때문에 이런 것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골 생활에서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외지인에 대한 시골 텃새였다. 한 번씩 텃새로 마음고생 몸 고생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을 때 설마 이게 나의 얘기가 되진 않겠지 내가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조금은 긴장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 첫날 마을에 이사 떡을 돌리고 새로 이사 왔다고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렸다. 다행히 젊은 사람이 없는 시골 동네에 아이 목소리도 들리고 시끌벅적하니  어르신들은 너무 좋아하셨고 주말에만 온다고 아쉬워하셨다. "그냥 쭉 살아야지 뭐 한다고 주말에만 오냐고...ㅋ 그래서 친해지긋어~ㅋㅋ" 말씀하신 분도 계시고 짐 정리하고 있을 때 오셔서 수박도 주시고,  단호박도 먹으라고 주고 가셨다. (이후 김장철엔 앞집, 뒷집, 옆집의 김장김치도 다 얻어먹게 되었다.^^) 마을분들도 새롭게 이사 온 사람들이 궁금하긴 했나 보다. 다행히 텃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감사했다. 


이사 첫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장님의 아날로그식 마을 방송이었다. "개똥이네 집이 이사 가고 그 집에 새로운 소똥이네 식구가 이사 왔다고 얘기하시면서 마을회관에서 떡 가져가세요" 하는데 전원일기가 생각이 났다. 이후  이장님이 마을 여기저기 설명해 주시면서 cctv도 동네 곳곳에 다 설치되어 있고 문은 안 잠그고 다녀서 도둑이 없는 동네라며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 집 대문에 표지판을 만들어 주신다고 신랑과 나의 이름을 적어 가셨다. 이런 모습이 정이 넘치는 시골의 모습인가 마음이 푸근해졌다.  


첫날 마을 방송이 우리에겐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왜냐.... 아침 7시가 되면 "아아~ 이장입니다"로 시작해서 비료 신청이 오늘까지 인 게 신청 안 한 가정에서는 오늘까지 신청하십쇼잉~ 등 마을의 안내사항이 있는 날이면 스피커를 통해 우렁차게 온 동네에 이장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 수확기가 되면 8시부터 "고추 삽니다." "배추 삽니다." 등 용달차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 방송을 하고, 기본적으로 닭 울음소리 등 시골의 아침은 참으로 빨리 시작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아침 방송은 2박 3일 일정으로 동네에서 강원도로 놀러 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오만 원만 내면....@..@; 잠결에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너무 좋았다고 하신다. 시골이라 여기저기서 지원이 많이 나오는 건가??  다음부턴 우리 가족도 마을 행사에 적극(?)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진주 대안동사무소 마을 안내 방송용 스피커 (출처: 진주문화제작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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