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날...
브런치의 시작은 호야 군의 독서 정착기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었으나 이웃집 아이, 엄마표를 하는 아이들을 접하다 보니 나의 자만이 하늘을 찔렀구나라는 생각에 겸손해 지기로 했다. 나의 매거진 중 "초딩 아들 독서 성장기"를 삭제하려고 마음까지 먹었다.
호야 군이 초등학교에서 가면서 나에게는 "학부모"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사전적 의미로 학생의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뜻으로 호야 군이 20살이 될 때까지 나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단어이다. 이 단어가 나에게 부담감과 중압감을 줄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을....
호야 군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 영어도 늦었다. 연산은 무조건 하루에 몇 장씩은 해야 하는데 학습지도 안 시키고 뭐 하고 있느냐.ㅠㅜ 등 왜 이렇게 옆에서 나를 흔들어대는지..ㅠㅜ 갈팡질팡 정신이 없다. 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 책 읽기만 하면 되지 하면서 호야 군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었는데 이젠 나도 뭔가 계획적으로 호야 군을 몰아가는 것 같다. ㅠㅜ
호야 군은 지금 전교생이 100명 정도 되는 시골(?)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년별로 1반만 있기 때문에 지금 친구들이 6학년때까지 쭈~~~ 욱~~~ 같이 간다. ^^;; 현재 호야반은 16명.. 어릴 때부터 시골학교를 보낼 계획이었기에 고민 없이 현재 학교로 입학하였다. 주변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지만, 호야 군과 나는 너무 만족하고 있다. 특히 호야 군은 급식이 너무 맛있다고 매일 특식이 나온다고 너무 좋아한다. 입학식 날도 집에 와서 첫마디가 "엄마 급식이 너무 맛있어요~ 특식으로 딸기도 나왔어요..^^:" 잘 먹어서 엄마도 너무 좋다.
아침에 호야 군과 스쿨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같이 다니던 유치원 친구들은 엄마와 함께 집 근처 초등학교 등교하면서 호야 군과 인사를 한다. 뭔가 다른 세계의 아이처럼 느껴지는 호야 군...^^: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대입을 바라보며 6년이라는 세월을 쉴 틈 없이 달려야 하는 아이를 보니 초등학교 때는 여유를 즐기며 천천히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호야 군에게 학원만 안 보냈을 뿐이지.ㅠㅜ 너무 강압적으로 집에서 학습을 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고백한다. 학부모 상담 후 학교 도서관을 잠시 둘러볼 때 호야반 친구가 소파에 누워 글밥이 많은 문고책을 읽고 있었다. 아마도 나는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호야 군도 이 정도까지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도서관에서 그림책보다 문고책을 위주로 빌려오기 시작했다. 유치원 때도 제법 글이 있는 책들을 봐왔으며 이제 초등학생이니 글밥책으로 넘어와야지 생각했던 것이다. 긴 글에 익숙해지기 위해 글밥 있는 책들은 내가 주로 읽어 주었기에 호야 군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또 나름 잘 따라와 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 읽는 호야 군의 모습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매일 가방에 학교에서 읽으라고 1권씩 넣어주는데 가져가는 동화책마다 친구들이 빌려다라고 했다고 어깨를 으쓱하고 오는 호야 군이었으나 최근 물어보면 가져간 문고책들은 안 봤어요. 학교에 있는 책으로 봤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아직 홈런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고 더 재미있는 문고책을 찾아보기 위해 열심히 도서관을 다녔다.
호야 군이 책을 읽지만 나 역시 교육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이 책이 홈런 책이었던 것일까?
『5~10세 아들 육아는 책 읽기가 전부다』박지현 작가의 책 내용 중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또한 아이의 비교 대상은 다른 집 아이가 아니고, 아이의 1년 전, 3개월 전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독서교육 관련책에서 중복적으로 얘기하는 내용이지만 이번엔 느낌이 뭔가 달랐다.
나는 호야 군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1학년 국어책을 펼쳐 보았다. 그리고.. 아.............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수학은 학교 진도에 따라 연산이 뭐야..ㅋ 숫자쓰기부터 하고 있었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구나 생각했다.
즉시 빌려온 책을 모두 가방에 담고 도서관을 향했다. 반납 후에 호야 군이 평소에 좋아하던 그림책 위주로 책을 빌려왔다. 또한 한동안 자기 용돈 모아 샀던 학습만화도 숨겨두었는데 다시 책장에 꽂아 두었다.
하교 후 집에 온 호야 군에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엄마가 욕심을 부렸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엄마가 호야가 초등학교에 가니 마음이 급했다. 긴 글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호야 군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그랬더니 괜찮다고 빌려온 책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얘길 해 주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 싫어도 억지로 해주는 것이라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지금 상황이.. 딱 그런 듯..ㅠㅜ
오늘 우리 집의 책공기는 분명 달라 졌다. 빌려온 책들을 펼쳐놨더니 역시 관심을 보이는 호야 군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다. 책장도 요리 저리 보면서 "어~ 엄마 책들이 돌아왔네~" 즐거워했다. 그래 너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지.. 오늘은 너 보고 싶은 책으로 많이 봐~~~~ㅋㅋㅋ 그리고 사과의 의미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오랜만에 호야 군이 독서시간을 즐긴 거 같다. 요즘 호야 군 독서시간에는 족욕을 한다. 손발이 찬 나를 위해 겨울에 족욕을 즐기는데 옆에 있던 호야 군도 덤으로 했었다. 그런데 날도 따숩구먼 저번부터 족욕 타령이다. 독서 시간에 족욕을 해줬더니 이젠 매일 독서 시간에 족욕을 해야 한다고 한다.ㅠㅜ 며칠 하다 말겠지 했는데.ㅠㅜ 매일 찾는다.ㅠㅜ 좋은 건 알아야 지고.ㅠㅜ 조심한다고 해도 자꾸 바닥에 물이 튀고 잔소리만 하게 되니 아이 장소를 화장실로 변경해 버렸다. 나도 잔소리 안 해서 편하고 호야 군도 맘 편히 족욕해서 편하고... " 엄마 따뜻한 새 물로 갈아주고 그때 딱 발을 넣으면 느낌이 참 좋아~ " 족욕의 맛을 알아버렸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욕조에서 독서하기로 유명하지 않던가 장소가 무슨 상관이랴~ 독서를 즐기기만 해 다오~ 엄마표 독서... 한고비를 넘긴 거 같다. 욕심을 내려놓자!! 잘못했다면 진정으로 아이에게 사과하기..^^
오늘 아침 호야 군은 엄마 어제 빌린 책 중에 『두근두근 편의점』가방에 넣어주세요~ 저의 골인 책이에요~
엄마 뿌듯~^^* 학교 잘 다녀와 아들~~ 오늘은 금요일이니~ 도서관 가는 날이야~~~~~ >,.<
호야 군의 독서 성장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