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쓸 것인가. 어떤 주제로 쓸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 나는 아직 고민 중이다.
맨 처음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 내가 정한 주제는 이것이었다.
대주제 : 내 아이 현명하게 키우기
목차 : 1. 내 아이의 자존감 2. 엄마의 화법, 소통이 필요해 3. 아들의 세계 4. 독서는 습관이다 5. 글쓰기는 이런 것
활동 계획을 기술하라는 대목에서 내가 주로 생각하는 것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지어낸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 생각하고 고민했던 대부분의 것들이 이런 소재였고 그게 내 관심사였을 따름이다.
굉장히 급하게 신청을 했었다. 한 하루 정도 고민했으려나. 브런치 신청을 고민한 건 고작 하루 정도였다.
너무 성의가 없지 않나 싶었지만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해나가기에 지금의 나는 어린 묘목인지라 우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글쓰기 실력을 연마한 후에나 시도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병행하려면 일반 대학원은 힘들 것 같고 사이버대학의 글쓰기 강좌는 오전에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지금이 신청 기간일 거라는 지인 분의 조언에 따라 그곳의 커리큘럼과 지원 방법 등을 알아보았다. 커리큘럼 상 교과목의 반 정도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등록금 지원 여부를 알아보는 신청 기한이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다. 다급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이버대학 수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수업을 듣는 기간 동안 일을 하면서 글까지 계속 써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건 너무 과도하고 무리한 일이 되지 않을까. 혹시나 브런치에 합격을 한다면 그곳에서 글 쓰는 훈련을 차곡차곡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전문가에게 이론을 배우는 것과 글을 실제로 많이 써 보는 것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헷갈렸던 난 투창이라도 해 보자는 심정으로 급하게 브런치를 먼저 공격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생각지도 않은 반가운 소식이 나의 공격을 받아쳐 주었다. 그리하여 난 아직도 어린 묘목이지만 공격수로서 이곳에 입문했고 그 이후 많은 작가들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쓰고자 하는 글을 아직은 제대로 시도해 보지 못했다. 먼 시합을 앞둔 스케이트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온몸의 근육을 밀고 당겨 보며 균형을 잡는 고밀도의 훈련의 과정을 거치듯, 나의 글쓰기는 브런치라는 빙판 위에서 아직 단련되지 않은 마음의 근육을 요리조리 써 보면서 훈련의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 2015년 이래로 이곳을 무대 삼고 수많은 글을 실어 주었던 좋은 작가분들의 좋은 글은 읽는 이의 안목을 넓혀 주고 그간 쌓아놓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들을 통해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해 준다. 알면 알수록 깊어지고 알아야 할 것들도 훨씬 많아지고 있다. 2년에서 10년 후의 내 모습을 막연히 그리면서 이곳에 입문했는데 일단 글쓰기 책도 10권 이상은 읽어야겠다는 계획이 생겼다. 글을 써보겠다는 사람이 지금까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외 두세 권 정도밖에 안 읽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준비 작업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많이 넘어지고 휘청거릴 예정이다. 아직 균형 감각도 스킬도 없고 기본기도 없으니 많은 부분 배우고 다듬어 나가야 할 테니 말이다.
글쓰기의 세계에 입문한 후 많은 분들이 콕 집어 예찬하고 존경하는 작가한 분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은유 작가님이다.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가서 아들 키우는 노하우 책을 8권 정도 빌려다 놓았다. 예전에는 양육의 지도서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글쓰기 방법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이미 좋은 책들이 많은데 굳이 뭐하러 또 쓰겠다고 도전장을 내미나 싶은 생각도 한 켠에 있다. 그럼에도 일단은 쓰든 말든 좋은 책들을 맘껏 보고 싶다는데 누가 말릴 것이냐. 또 사흘 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이번에는 글쓰기 노하우 책을 좀 보자는 것이다. 가기 전에 대출이 가능한지 여부까지 알고 갔다. 은유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말로만 듣던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이 내 앞에 있다. 엄청 빨간 표지, 시선을 강탈한다. 여태껏 본 중에 프롤로그가 이렇게 긴 책은 없었다. 대단한 분이시다. 앞에 조금 읽었는데 너무 재밌다. 흡입력이 있다. 은유 작가의 프로필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다. 오디오 클립에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가 1년에 걸쳐 50회까지 연재되어 있었다. 작가가 이제 라디오 방송처럼 사연도 소개해 주고 해법도 제시해 주는 신선한 플랫폼이 부지불식간에 생겨 있었다. 흥미롭다. 또 하나의 소통 방식이다.
밀접하게 가까이 있지만 아직은 은유 작가의 세계관을 잘 모른다. 글쓰기에 대한 어떤 비밀을 전수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드넓은 대지가 눈앞에 펼쳐지듯 그의 세계 안으로 성큼 들어가 볼 것이다.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눈물지으며 새벽까지 숨죽여 보는 그런 마음으로 설 연휴까지는 시간 틈틈이 은유 작가의 이 책과 <다가오는 말들>에 푹 빠져 있을 것이다.
이런 꿈은 꿈인 걸 알아도 너무 행복하다. 꿈을 꾸는 건 여행과도 같다고 요즘 자주 생각하는데 사실 책도 마찬가지다. 책도 여행이고 꿈도 여행, 영화도 여행이다. 눈만 뜨면 여행이다.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시시각각 새로운 여행이 아닌가. 모든 것이 달콤한 꿈같고 즐겁고 새롭다. 책을 만나고 작가를 만나고 미래를 기획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이런 여행이 좋은 컨디션 안에서 계속되길 희망한다. 선배님들의 글을 읽고 감동하고 사색하고 행동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