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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y 16. 2023

쏟아지는 하품처럼


쏟아지는 하품처럼


                                              김혜정


쏟아지는 하품처럼

내 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생각들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진다.


생각이 쏟아지면

난 벚꽃잎들을 받아내듯

두 손을 활짝 펴서 모조리 받아낼 폼을 잡는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아무리 내가 지어낸 생각이라 해도

그것이 한순간에 쏟아지는 때에는

한꺼번에 다 받아낼 품이 모자란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내 생각도 여지없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마는 것이다.




지난 2월의 어느 날에 쓴 메모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

난 가끔씩 찾아오는 이런 우연이 좋다. 더 애틋하니까.

그래서 별명을 자꾸 <세렌디피티>라고 짓게 되나 보다.


나는 가끔 내 생각을 사랑한다. 내 생각대로 살고 싶고 실제로 내 생각대로 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생각이 어디론가 빠져나갔을 때면 난 도망친 어미를 뒤쫓아가듯 얼른 그 생각을 도로 찾아오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인생을 허무하게 살지 않는 법은 내 생각을 단정하게 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 가끔씩은 행동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 그러나 가끔씩은 나를 떠나가더라도 그냥 흘려보내 주기도 하는 것. 그것이 온전한 나의 것이었다면 내가 뒤쫓아가지 않더라도 괜찮다. 제 발로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내가 그토록 사랑을 쏟았음을 그놈의 생각도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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