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욕망의 북카페를 다녀올까 했는데 거북이들 관찰하고 어영부영 어슬렁거리느라 시간이 안 됐다. 이따가 밤에 혹시라도 가능하면 갔다올까.
자, 우리집 거북이로 말할 것 같으면 벌써 식구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 우리 큰아들 6살 생일 선물로 포포를 사줬으니 포포는 10년 11개월을 같이 살았다. 거북이의 종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반수생 거북이다. 반은 물에서, 반은 육지에서 살아야 한다. 둘 중 하나가 없는 환경이라면 아마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는. 포포를 처음 만났을 땐 사이즈가 5cm 정도 되었을까? 엄청 작고 귀여웠다. 홈플러스 수족관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던 녀석들 중에서 건강해 보이는 녀석으로 데려왔었다. 그땐 건새우 한 마리도 한 입에 먹지 못해서 여러 조각으로 부숴 먹었는데... 참 귀여웠지. 기억이 새롭다. 포포를 키운 지 두 달 쯤 되었을 때 큰아들은 말했다.
“엄마, 꼬북이가 혼자 살며는~ 안 애로워?”
“어? 외로울 것 같애? 그럼? 어떡할까? 한 마리 더 사?”
“엉!! 더 사자~~~!! 한 마리 더 사면 좋을 거 같애!!”
“그럼 잘 보살펴 줄 거야? 밥도 잘 주고?”
“엉!! 지금!! 가자!!”
큰아들의 말이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 주었던 난 그때도 아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아들을 데리고 홈플러스에 갔다. 큰아들은 6살, 작은아들은 2살 때. 가서 수족관을 다시 들여다보는데 포포 같은 녀석이 한 마리도 없었다. 조금 다르게 생긴 녀석들만 가득했다. 그쪽 담당자분께 포포 같은 녀석은 없느냐고 여쭤 봤지만 모두 다른 종으로 교체되었다고. 좀 아쉬웠다. 같은 종이어야 성격도 비슷할 텐데.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포포와 다르게 생긴, 조금 머리가 크고 노란 선이 선명해서 어찌 보면 더 똘똘하고 당당해 보이는 녀석을 데리고 왔다. 그렇게 우리 집엔 두 마리의 반수생 거북이 살게 되었고 이사를 할 때마다 녀석들도 같이 옮겨 다녔다. 식구니까. 뭐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둘째 거북이 녀석은 두 달 늦게 들어왔고 몸집도 더 작으니 동생이 되었다. 우리 아들들은 가끔씩 거북이는 지금 몇 살이냐고 물어보곤 했다. 나는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으로 나이를 가늠해야 할지, 아니면 보통 반수생 거북이들은 30년 정도를 산다는 정보에 따라 인간의 나이로 환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강아지들도 보통 15년 정도를 사는데 얘는 벌써 10년을 살았으니 할아버지가 된 거라고 했던 고모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얘는 지금 몇 년을 살았으니 사람 나이로는 몇 살이다 하고 대답해 주었다. 이제 우리 아들들은 포포와 치치의 나이에 전혀 관심도 없지만 10년을 살았으니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지금은 30살 정도 되지 않았을까. 나이 많이 먹었네, 하고 나는 혼자 생각한다.
7~8년 전 포포와 치치는 엑스레이를 찍은 적이 있다. 엑스레이 찍느라고 병원비도 많이 나왔다. 크크. 병원비라니, 포포와 치치를 데리고 동물병원까지 가게 될 줄을 어떻게 알았으랴. 왜 그랬는고 하니, 자꾸 포포의 몸이 균형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시간이 갈수록 왼쪽으로 기우는 게 확연히 관찰되었다. 이어 치치도 그런 증상을 보였다. 걱정이 됐다. 무슨 병에 걸렸나? 무슨 일일까? 똑바로 가려고 해도 자꾸 기우뚱하잖아. 한참을 걱정했지만 갈수록 병세가 심해졌다. 거북들한테 아무 관심이 없던 남편은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고 아이들과 나는 걱정만 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지켜만 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포포와 치치를 데리고 인근 동물병원에 갔다. 대기도 한참 했다. 동물병원에 아픈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견주들은 하나같이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사랑은 몽글거렸다. 우리의 사랑은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묵묵히, 그러나 초조한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우리의 차례가 되었을 때 수의사 선생님은 거북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거북이들의 몸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고 있다고 설명을 했다. 의사쌤은 겉으로 봐선 모르니 마취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어 보겠다고 하셨다. 헉~ 마취를요? 그렇지 않으면 얘네들은 잠시도 있지 않으니 엑스레이를 찍을 수 없다고. 당연한 거였지만 마취와 엑스레이, 사람이 하는 것을 동물도 한다는 것에 일차적으로 놀랐고 행여나 괜히 내가 녀석들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잠시 후, 엑스레이 사진이 나왔다. 헉, 헐!! 헐~~~~~~.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한 그 사진. 그 사진만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해진다. 환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그 사진은 소름을 돋게 했다. 징그러웠다. 동글동글한 것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모양새. 포포의 뱃속에는 그것이 1/2 정도로 가득했고 치치의 뱃속에도 1/3 가량 들어차 있었다.
“네~~. 돌이 먹이인 줄 알고 먹은 거죠. 이거 보세요. X-ray 사진에 나온 게 다 돌이에요. 위에 가득 들었죠.”
“헐. 대박. 얘네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을 못 했군요!! 어쩐지 이상하게 요즘에 밥을 안 먹더라니.”
“ㅋㅋ. 구별을 잘 못 하죠. 그래서 돌은 까는 게 아니에요. 오늘 가서 당장 돌은 치워 버리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위에 있는 돌들은 어떻게 빼요, 선생님?”
“그건 자연적으로 빠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아~~ 진짜요? 아~~ 그렇군요. 똥처럼 빠져나와야 되는 거네요?”
“네. 그러니까 일단 밥 주지 말고 그냥 놔두세요. 어차피 거북이들은 밥 몇 달 안 먹어도 잘 사니까요. 보름 정도 있다가 다시 나와 보세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원인을 알게 되니 속이 시원했다. 바닥에 이쁘라고 깔아주었던 돌을 그동안 밥인 줄 알고 먹었다니.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괜히 거북이들한테 고생을 시켰구나, 병원에 안 데리고 왔으면 어쩔 뻔 했나 아찔한 생각도 들었다. 바로 집에 가서 돌을 다 갖다 버리고 나니 차차 까만 돌들이 두세 개, 네다섯 개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에 똥구멍이 있는지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배설을 통해 속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게 신기했다.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날이라 각각 샤워를 시키고 플라스틱 수조를 뽀득뽀득 닦아 물을 갈고 욕실과 거실에서 포포와 치치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 작은 통 속에서 사는 게 얼마나 답답할까, 매일 밥을 주면서 난 너무 미안했다. 얘네들이 어렸을 땐 그래도 자주 온 거실을 돌아다니게 풀어주었는데 몸집이 커서 손 안에도 들어오지 않고 고무장갑이 없으면 발톱에 여지없이 할큄을 당할 상황인지라 풀어두고 지켜보는 건 옛 일이 되었다. 사실, 귀여움도 완전히 사라졌다. 아!! 옛날이여.
그래도 난 슬플 것 같다. 포포와 치치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면!! 갑자기 어느 날 움직이지 않고 밥 달라고 통을 박박 긁어대지도 않는다면!! 난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래도 벌써 우리가 가족이 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내가 잘해 주지도 못하고 자유 시간, 산책할 시간도 주지 못하고 그렇게 가두고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면...
너무 오랜만에 산책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지 포포와 치치는 많이 걷지 못했다. 특히 예전에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포포를 탐색했던 치치는 오늘 너무 얌전했다. 걸음이 20 보도 채 안 됐다. 오히려 포포는 종횡무진했다. 움츠러들었던 포포가 반대로 치치 뒤꽁무니를 탐색했다. 어차피 둘 다 수컷이라 탐색해도 소용없는데... 정작 본인들은 성별을 모르는 것 같다.
거북이들에게도 성격이 있다. 내성적인 녀석도 있고 외향적인 녀석도 있다. 외부 스트레스에 약한 녀석도 있고 강한 녀석도 있다. 하지만 사람처럼 성격이라는 것이 환경에 의해 변하기도 하는 것 같다. 포포는 넓은 곳에서 오랜 기간 살다 보니 대범해진 면이 있고 치치는 몸집에 비해 좁은 곳에서 살게 해서 위축되는 성향이 생겼다. 동물의 mbti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의 크기도 성격적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건 탁 트이고 드넓은 공간에 서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고 그만큼 우리가 가진 문제도 아주 작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넓은 곳에 가면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힘들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집을 박차고 나가 산으로 바다로 가고 싶은 건 내가 가진 문제를 버릴 순 없지만 통조림 캔에다 바짝 압축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포포 치치를 거창하고 멋진 수족관에서 살게 하진 못하지만 이제 치치를 위한 공간을 넓혀 줘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언제 몸이 커져서 포포하고 똑같아졌는지, 오늘 나란히 샤워시켜 주고서야 이제 알았다. 엄마가 너무 신경을 안 써 줘서 미안해. 밖에선 못 하지만 집에서라도 1주일에 한 번 산책도 시켜줄게!! 치치 포포야, 건강하게 장수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