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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l 24. 2023

청출어람은 이루어질 것이다.

<22 전략> 실천 8일째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며


 순자산 1000억대 자산가가 지금까지 믿고 있었던 것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라는 필명으로 2000년도부터 써온 글들을 모으고, 2022년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발매한 책이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무료로 읽어 볼 수 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부분 중 인상 깊었던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천재 앞에서 주눅 들지 말라

 돈은 ’ 1%의 영감을 타고난 천재‘ 만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카드 다섯 장을 쥐고 하는 포커판에서 나올 수 있는 카드에는 2598960개의 종류가 있다고 한다. 즉 최고의 카드패를 쥘 사람은 260만 명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포커에서 그런 카드패를 갖고 있지 않아도 당신은 이길 수 있다. 그저 포커 게임에 참석하 사람들보다 조금 더 좋은 패를 갖고 있으면 된다. 그러므로 최고의 카드를 받은 잘난 사람들은 무시해라. 그들의 포커판에는 비슷한 사람이 몰려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여태까지의 생각이 바뀌었다. 천재가 노력까지 하는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마음 한편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학벌 배경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고의 카드를 받은 잘난 사람이 아닌 다른 보통 사람들과 겨루는 게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천재가 아님을 탓할게 아니라 그 시간에 어떠한 노력이라도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과 겨룰 때 그들이 노력하지 않는 시간에 내가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보려고 한다. 먼저 매일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10분 이상 고민하지 말라

나는 고민거리를 오직 두 가지로 나눈다. 내가 걱정해 해결할 수 있는 고민과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다.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우산을 준비하면 된다. 비를 멈추는 일은 당신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신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는 신에게 맡겨라. 그리고 오직 당신이 걱정해 풀 수 있는 문제들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라.

 평소에 쓸모없는 고민, 걱정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일을 해보지도 않고 실패하면 어쩌지 고민을 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갑자기 전쟁이 나면 어쩌나 하고 생각을 한 경험도 있다. 고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고민을 해볼 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말 운명에 기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내가 고민을 한다고 결과가 바뀌는 게 아닌데 굳이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날릴 필요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미래를 미리 계산하지 마라

 지금 일류대를 못 다닌다고 해서 10년 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금의 봉급으로 평생 남들처럼 못 살 것이라고 미리 계산하여 체념한다. 지금 가난하므로 평생 가난하게 살 것이라고 미리 계산기를 두들겨 대면서 미래의 삶에 절망적인 번호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저러하므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이러저러할 것이기에 희망이 없다고? 너무 계산이 빠른 것 아닌가? 점쟁이도 자기 미래를 모르는데 어떻게 미래를 투시하고 미리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 내가 암울한 상황에 처해있는 건 아니다. 부모님이 돈을 버시고, 나도 공부를 하며,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좋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쁜 상황에 처했을 때 더 나쁠 미래를 생각하고 체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미래를 바라보며 달려가는데 훨씬 좋을 것 같다. 책에 나온 말 중 ’그 잘못된 길에서 절망하지 말고 빨리 깜빡이를 켜고 길을 벗어나라.‘라는 말도 인생을 운전에 비유해서 길을 잘못 들면 빠져나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빨리 길을 제대로 잡아야 원하는 목적지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 인생에서 길을 잘못 든 순간이 찾아온다면 길을 제대로 찾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좌절은 모든 도전을 실패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나는 아직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지 않았다. 마미손처럼 얼굴을 가린 채 보이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저자의 신비로움과 당당함, 그리고 200페이지가 넘는 판결문을 정독하고 분석한 그의 투지와 끈기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정작 그 책의 두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본연의 나를 발견한 뒤로 《세이노의 가르침》은 무한정으로 읽기 목록에서 유예되었던 바이다.


그렇다면 위의 글은 무엇?

위의 글은 나의 제자가 어젯밤 나에게 한글파일로 보내 준 글이올시다. 나는 못 읽는 글을 중2 제자는 읽고 있는 이 현란한 뒤태!!


지난 목요일 수업을 하면서 내가 말했다.

"쌤이 이제 1일 1 글쓰기를 하기로 했어. 자청의 《역행자》를 읽었거든? 근데 자청이라는 사람이 2년 동안 2시간씩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해서 흙수저 오타쿠에서 엄청나게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거야. 그래서 쌤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 너희도 해보는 게 어때!!"


"그럼 뭐에 대해서 써야 돼요?"


"아무거나 써도 돼. 책 읽으면서 생각한 거 그걸로 그냥 써도 되고, 길거리 걷다가 샤워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걸로 일기 써도 되고, 시 한 편을 써도 되고~ 쌤이 쓰라고 했던 씨앗노트 그걸 매일 쓰는 걸로."


"써서 카톡방에 올려요? 일기는 공개하기 좀 그런데.."


"그럼 일기는 모자이크 처리해~~. 그리고 매일 쓰는 게 어려우면 이틀에 한 번이라도 써서 올리는 거야. 알았지?"


"몇 시까지 올릴까요?"


"너네 학원 끝나고 밥 먹고 하루 정리하는 시간이 낫겠지? 10시? 10시가 나아, 12시가 나아? 11시?"


"10시로 할게요."


"오케~~! 그럼 내일부터다. 완전 좋아. 오오오~~!!"


"아? 에에에.."


이렇게 해서 나의 챌린지에 아이들도 끌어들였다. 물론 초3,4학년은 아주 적은 양으로 중2, 3은 아주 빡세게 했음이다. 좋은 건 다같이 해야 기쁨이 세 배 되는 것이니깐!!


그리하여 중2 친구들에게 금요일은 못 받았지만 토요일부터는 한 편씩 받았고 어제는 이 글을 받은 것이다. 나에게 유독 마음을 의지하고 있는 남학생으로부터. 왜 중3까지밖에 다닐 수 없냐고 이 아이도 물었었는데 그 질문은 날 더 보고 싶다는 말의 다른 말임을 알고 있기에, 그런 아이들에겐 유독 마음이 많이 간다. 게다 내가 읽지도 못하는 책을 과감히 읽고 있는 녀석이란!! 어찌나 대견한지.


미약하고 나약한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실천하는 아이들이 있다. 마음이 깊은 아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마음 속에 아직 덜 자란 어린아이가 있는 아이다. 상처가, 그 어린아이가 받았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나는 장난기를 입혀서 상처를 치유해 준다. 때론 그 상처를 끄집어내서 스스로 목도할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한다. 상처를 감추어선 절대 치료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한 아이들은 상처를 꽁꽁 싸매고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쩌겠나, 내 눈엔 다 보이는 걸. 그러면 최대한 긁어부스럼 되지 않게, 그들이 먼저 마음을 활짝 열 때까지 기다린다.


글쓰기는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도 녹여주고 치유해 준다. 물론 자기가 드러나는 글쓰기를 할 때 그렇다. 그래서 난 모든 글에 자기 생각을 드러나게 쓰도록 지도한다. 아이들도 글쓰기를 통해 성장한다는 걸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늘 명랑하고 단순하게 사는 아이들은 글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서 그렇게 키워졌거나 선천적으로 낙천적이거나 아니면 회피적인 성향을 띤다. 단기간엔 어쩔 수가 없다. 깊이 있는 글쓰기로 이행하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든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것인가, 그게 내 고민이다.


나의 글쓰기도 이제 성장 중이고 아이들의 글쓰기도 같이 성장한다. 교학상장이라는 말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가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늘 고맙고 또 고맙다.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청출어람이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작가들, 훌륭한 인물들이 나오길 바란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들의 인생길이 나의 인생보다 훨씬 가치로울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꼬맹이들도 쪽빛보다 더 푸른 쪽이라는 걸 믿는다.


초3 때부터 배우다가 중2 때 이사 가면서 헤어지고 난 후 지금은 스물한 살이 된 제자가 있는데 여태껏 가장 좋았던 선생님이 논술쌤이었다 그의 사촌 동생을 소개해 주었다. 고1 때 한국사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을 때 응해 주지 못해 여지껏 미안한 마음이 걸려 있는 아이였는데... 그럼에도 그렇게 날 기억해 주 있었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헤어지기를 나보다 더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어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6~8년을 같이 한 친구들을 떠나 보낼 때 난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위의 글을 쓴 녀석도 내년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떠나 보낼 때 울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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