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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l 05. 2023

이 억울함은 누가 알아주냐고요

헤드라잇 씨


억울함이 둥글게 뭉쳐 온다.

히잉~ 하고 울고 싶지만 울음이 나올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알아달라고 할 정도의 억울함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너무도 순진하고 미련하고 멍청해서

속으로 북받쳐 오르는 사소한 억울함 따위에 가슴이 살짝 조여 오는 것이다.


4월 말 경에 헤드라잇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었고 기쁜 마음에 브런치에 글도 올렸었다.

순서에 따라 헤드라잇 앱을 깔고 글 3개를 5월 3일까지 올렸고 차분히 심사를 기다렸다.

심사는 7일 내외로 걸린다고 했으니 그 사이 나는 헤드라잇의 이모저모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과 헤드라잇에 올리는 글에 차별성을 두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글쓰기 자체에 큰 부담이 작용할 것 같아 욕심을 부리지는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이기까지 했다.


일주일 후, 헤드라잇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나 보다 하고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 봐도 기운 달이 보름달로 찼다가 다시 기울 뿐,

창작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감감했다.


아, 이렇게 탈락될 수도 있는 거구나. 가볍게 탄식을 하며 한 달이 지난 시점 이후, 사소한 간절함으로 재심사 버튼을 꾹꾹 눌렀다. 이미  글의 노출수는 심사 기준보다는 높은 같은데 구독자 수나 좋아요, 댓글이 부족한 같으니 헤드라잇의 심사 기준이 기준보다 높음을 인정하며 묵묵히 수행에 들어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나도 자체적으로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 나갔다. 대학원 면접 대비 공부도 하고 면접도 보고 합격도 하고 중등 아이들 기말고사며 우리 큰아들 기말고사도 치렀다. 자체 정비가 끝나고 제정신이 돌아오자 헤드라잇이 다시  궁금해졌다. 창작자는 계속 늘고 있었고 6개 이상의 많은 글들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 나는 어느 정도 부족하단 말인가, 아무리 기다려도 합격의 소식은 들을 없을 것 같았다.


5월에 카톡으로 문의한 바에 의하면 웹 상의 프로필에서 심사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난 그 말 하나를 붙들고 궁금할 때마다 프로필에 들어가 보았었다. 그러면 늘 <심사중>이라는 글자만 명명백백할 뿐.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을 하고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점심시간이 임박해선지 전화를 받는 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같은 궁금증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G7 커피를 뜨겁게 타서 홀짝이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네~”

“네.” (아니,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신이에요.)

“아,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요.”

“아~ 네. 혹시 헤드라잇인가요?”

“네.”    

  

오~ 바로 전화를 해 주다니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난 그동안의 진행 상황과 내가 탈락한 이유가 기준 미달인 것인지, 아니면 기계적 오류인 것인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심사 쪽 담당자가 아니고 경영 쪽 담당자라서 정확히는 모르니 담당자에게 전달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통화가 곧 끝나려는 순간, 어차피 심사 담당자가 나한테 연락을 해 주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떠나려는 그를 붙잡고 한 마디를 더 했다.     

 

“제가 심사 기준 미달이어서 탈락이 된 거라면 기존에 올렸던 글 3개를 삭제하고 다시 새로운 글을 올려야 할까요?”

속으로 고민했던 것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그 전의 글로 탈락이 된 거라면 재심사를 해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제 생각은 그런데요. (홍홍)


“하아~~. 그런가요? 지금까지 누적된 노출 수나 조회 수 같은 걸 다시 만회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삭제하지는 못했거든요. 암튼 감사합니다.”     


어차피 떨어진 글이라면 다 삭제하고 새 출발을 하는 게 낫다는, 그게 상식적이지 않냐는 그의 말에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얘길 잘 들어주고 차분한 음성으로 친절하게 내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기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흑.     


그리고 잠시 후,

문자가 왔다. 바로 이 문자.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이렇게 어중간하고 미적지근한 기쁨을 선사받으리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는데. 하. 나는 그 무엇을 바라 여기까지 왔던가. 그간 헤드라잇 앱을 들어가서 <심사중>이라는 결과물을 보고 낙심하고 또 낙심하며 언젠가는 되겠지 했다가 뭐야, 여태까지도 안 됐다고? 의아해하다가, 나를 구독해 주시는 새로운 창작자 분들께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가, 오늘은 기필코 알아내고 말리라 작정하며 눈을 뜬 후, 네이버 검색으로 이모저모 다시 살펴본 결과, 헤드라잇 창작자들은 이미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는 ‘슬픈’ 소식까지도 접했는데!!!!!! 난 여태 정글에서 구르는 판다곰처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대나무나 꺾어서 오독오독 씹고 있었던가. 하염없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줸장!!     


나의 이 억울함은 누가 알아줄 것인가.

슬프고 슬프도다.

누군가 실수를 하고 그 실수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을 때, 나는 “사과하세요!! 당신이 잘못했잖아요!!” 하고 정말 천둥같이 큰 소리로 고함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실상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냥 바보같이 가만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나 자신을 오두카니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슬프다. 슬퍼 미친다.      


헤드라잇 앱에 다시 들어갔다. 일주일이면 되었던 것을 헤드라잇은 나에게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내가 쓴 글이 얼마나 모자라서 그렇다는 말인가!! 자체 검열을 돌리게 했고 어쩐지 모를 위축감이 들게 했다.

무수한 사람들 가운데 소수자 한 명으로, 보통의 누락자 한 명으로 퉁치고 지나가는 사례 중 하나가 된 것 같아 씁쓸하고 원통하다.


기쁘고 싶었는데 그다지 기쁘지 않은

아!! 이걸 열심히 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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