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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Aug 10. 2023

대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최초의 태풍인 6호 태풍 ‘카눈’이 오늘 본격적으로 내륙을 뒤덮으며 한바탕 휘몰아치고 북상했다. 낮에는 시속 30km/h에 육박하는 속도로 진행되다 밤 9시를 넘은 이후 소형으로 작아지면서 23km/h의 속도로 서울의 동쪽을 지나고 있다. 자정이 지나서는 북한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고 태풍 영향은 내일 오전까지 미칠 것으로 기상청에서는 예보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하루종일 안전 안내 문자를 울리고 또 울려 주었다. 경기도 전 지역에 태풍주의보를 발효했고 하천변 산책로나 해안가는 피하고 부득이한 경우 외출도 자제하며 화분 등 파손 위험이 있는 물건도 실내로 옮기라고 신신당부하였다. 특히 지하차도 침수 사건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침수된 지하차도나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은 접근하지 말고 대피 명령 시 즉시 학교나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도 이어졌다.



다행히 수도권 일대에는 큰 피해 없이 태풍을 잘 피해 갔지만 남부 지방에선 구조물이 낙하하여 주차되어 있던 차량이 파손되기도 했고 시설물 피해 신고도 수십 건 접수되었다.



이렇게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움푹 패인 논밭이나 쓰러지고 부서져 있는 시설물을 보며 거대한 자연 재앙 앞에 무력해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경험이 아무리 많았어도 또다시 겪는 재해나 인재는 우리의 동공을 흔들리게 한다. 재앙이 무서운 것은 그런 것 때문이다. 우리가 미리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어떤 일이 어디서 닥칠지 몰라 불안하고 긴장하게 된다는 것. 이미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혀 있는 자동차를 목격한 인간에겐 그것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 이것이 우리의 한계점이다.



이번 태풍은 극심해진 지구온난화로 인해 뜨거워진 공기 때문에 더 강한 태풍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번 태풍 카눈이 예상보다는 약하게 지나가서 다행이라고만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너무 많은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이미 누누이 강조해 왔던 것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편리를 유지하 산다면 2100년에는 연평균 기온이 5도 상승한다고 과학자들은 이미 경고했다. 지구 연평균 기1도만 상승해도 초대형 산불이 범람하게 되고 겨울 가뭄과 때아닌 홍수, 초강력 태풍과 산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우린 언제까지 나 몰라라 하다가 뒤늦게 한탄하고 반성할 것인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이상기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초래하는 우리의 지나친 자원 낭비인 것이다.



매년 발생하는 태풍이나 가뭄, 대형 산불은 앞으로 더욱 기이해질 것이다. 우리가 현재만을 편하게 살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당하신 분들은 한 분도 없으셨길 진심으로 바란다.




p.s  우리 남편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홍수가 크게 났다. 홍수는 온마을을 뒤덮었고 초가로 되어 있던 시골집은 물에 잠겼다. 그때 어린아이였던 우리 남편은 혼자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남편은 홍수가 범람했는지도 몰랐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다급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으셨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마당을 보니 가슴팍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밖에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계시다가 집에 혼자 있는 아이 구하기 위해 헤엄을 치다시피 해서 헉헉거리며 집에 오셨고 어린 나의 남편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강물 같은 홍수를 헤치고 산 중턱까지 기어올랐다.

아버지가 집에 오지 않으셨다면 아마 자기는 죽었을 거라고, 아버지 덕분에 살았다고, 그래서 훗날 미녀 김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고 남편은 말했다. 지금 아버님은 안 계신다. 우리가 결혼한 지 3년 갓 넘었을 때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가끔 남편이 홍수 났던 얘기를 할 때면 어렸을 적 남편도 불쌍하지만 아버님도 그리워진다. 홍수 피해든 무슨 피해든 제발 더 이상 없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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