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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r 06. 2024

설레는 학기 시작이다


그저께도 갔고 오늘도 갔던

곳,

스승이 있고 친구가 있으며 아는 이들도 있고 모르는 이들도 무작위로 섞이는 신선한

곳,

평소 나의 가치관과 너무 부합되는

곳,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아무런 장치 없이 뒤죽박죽으로 끄집어 내보여도 다 이해해 줄 것 같은

곳,  



그곳이 있어서 내 마음은 다시금 벅차오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 시도해 보아야 안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내가 걸어갈 길이 어떠한 길인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그렇다. 내가 걷는 길이 곧 나의 길이 될 것이다.



겨우살이를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우리집에 있는 반수생 거북이들 치치와 포포는 언제까지 에너지를 충전할는지 여전히 잠만 자고 있지만, 그래서 가족인 나는 그들이 갑자기 죽을까 봐 자꾸 먹지도 않는 사료를 자꾸 줘보고 있지만, 나는 충분히 잤다. 이제는 기지개를 켤 때이다. 우리 거북이들도 새싹이 파릇파릇 돋고 꽃샘추위가 좀 더 저만치로 물러가면 곧 기지개를 켜고 입을 열어 하품을 할 것이다. 기다려 주겠다. 치치와 포포. 너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사료를 덥석덥석 받아먹을 때까지. 그리고 나도 밥을 한 그릇씩 먹고 파릇한 새싹을 보러 밖으로 나갈 것이다.



겨울방학 동안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물론 논술, 국어는 가르치고 있다) 대학원에서 개설한 문학상담특강 수업을 하나 들었다. 30~40분 동안 시를 쓰고 줌으로 모인 우리 2조 팀원들과 공유하고 서로 생각과 감정을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참가해 보는 합평 수업이자 집단 상담이었다. 1회차 첫 수업이 끝났을 때는 겨드랑이에 땀이 났었지만, 8회차 마지막 수업 땐 겨드랑이가 보송했다. 줌으로 만났던 얼굴을 이번 학기에서 여럿 만났다. 한 학기 지났을 뿐인데도 아는 얼굴도 늘고, 마음에 여유도 늘었다.



이번 학기에는 나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주변에서 추천해 주는 코칭 수업을 신청했다. 수업명은 리더십 코칭이다. 코칭이 나에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 코칭을 전공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코칭을 주제로 하는 논문을 쓰게 될 것이다. 코칭심리학회에서 기준으로 정하는 학과목들을 이수해야겠고, 한상심을 포기해야 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상담의 분야가 넓고 관심 분야가 세 가지나 돼서 아직 흥분을 주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선택하는 순간에 반짝이는 명철과 분별의 지혜를 주시길 나의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저께 코칭 수업을 듣고 와서 큰아들에게 바로 적용하고 싶었다. 아직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잡히지 않은 큰아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시간 관리 능력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스스로 자기를 관리하는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고, 코칭 프로그램을 알아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큰아들은 결단코 싫다고 했다. 왜? 왜? 왜 싫은데. 자기를 관리하는 능력만 있어도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 아들아~라고 아들을 회유하려 했지만, 아들은 끝끝내 거부했다. 나에게 아직 지혜가 부족함을 절감한다. 여전히 주어진 숙제만 하고 나자빠지려고 하는 고2 아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실패한 내가 안타깝다. 공부 열등감을 벗어던지는 데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아들이 안타깝다. 스스로 공부 시간을 컨트롤하고 자기 영역을 확장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지하철에서 내려, 아들에게 주고 싶은 빵을 사러 얼마전 오픈한 빵카페에 들어왔다가 카페가 너무 이뻐서 노트북을 꺼내고 이 글을 하나 썼다. 설레는 내 마음과 너무 닮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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