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느새 200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감사하다. 이렇게 중간 정점을 찍는다고 한 토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는 내 사랑! 브런치에게~!
지난번 글을 쓰고 다음이 200번째 글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남들은 몰라도 나는 생일을 맞은 것마냥 자축하는 글을 써야겠거니 했다. 며칠이 지나는 동안에도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고 무수한 생각들을 하고 무수한 꿈을 꾸고 무수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기념비적인 글일까 또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그 고민의 끝은 내 남편에게로 귀결되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샤워를 하러 들어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자극적인 시를 하나 쓸까 하였다. 요즘 먹고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먹고 너무 졸려 잠을 자거나 둘 중에 하나를 하다 보니 살이 뛰룩뛰룩 쪄서 가슴까지 풍만해졌는데, 배란기까지 겹쳐서 더욱 풍만해진 젖가슴을 보면 우리 남편이 끼룩하고 까무라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브런치에서 그래도 얌전한 글을 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마는, 언젠가 내가 내 맘대로 출간을 밥 먹듯 하듯 할 수 있게 되면 난 좀 더 외설적이고 과감하고 자극적인 글도 쓰고 싶다. 글이라는 것이 너무 단순하거나 너무 담백하거나 너무 점잖기만 하여도 재미가 없는 거 아닙니까!! 페르소나를 껴 입고 있는 나도 지금은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있는 고로, 내 글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헛소리를 하거나 무식이 탄로나는 글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하고 검열하는 게 더 중요한 처지라서 말입니다.
글이라는 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어야 생명력이 있는 거라는 걸, 이젠 너무 알겠다. 어법에 조금 안 맞게 쓰더라도, 조금 멍청한 소리를 하더라도, 내 마음의 진심을 그대로 전달하고 가끔은 내 더러운 인성을 고발하고 가끔은 추악한 본성까지도 드러낼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불안하지 않은 것은, 나는 지금 어둠 속에 있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지만 언젠가는 어둠 뒤의 빛으로 새로 태어나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뚜벅이처럼 뚜벅뚜벅 걷고 있더라도 전혀 걱정이 없다. 누군가 나를 더 알아봐 주기를 고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요즘 두루 읽었던 많은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진심으로 글을 쓰는 분들을 알아보았고, 그들의 글을 이렇게 돈도 안 내고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진심으로 브런치에게 감사하다.
오늘 일요일인데, 20일 대학원에서 발표할 논문 발제를 ppt로 정리하느라 하루를 다 썼다. 오늘도 10시간을 투자했다. ppt를 만드는 솜씨도 일취월장이다. 이제 고작 세 번째 만드는 건데, 오늘 만든 건 35page나 되었고, 오늘 처음 도구상자들에 쓸 만한 표들이 잔뜩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그럴수록 시간과 품이 더 많이 든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건지!! 무언가 새로운 터전에 발을 디딘다는 것이 너무나 경이롭고 즐겁다. 나이 마흔 여덟에 처음으로 만들어 보는 ppt의 세계도 즐겁고, 대학원에서 발표하는 것도 즐겁다. 발표를 하면 교수님들과 선생님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고 그만큼 나의 경지도 더 드높아지는 것 같다.
ppt를 완성하고, 수고한 나를 위해 넷플릭스로 영화를 볼까, 읽고 싶은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샤워하고 알몸으로 나와서 안방 베란다 바깥 창문을 열고 밤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살이 뛰룩뛰룩 붙었지만 큰 호흡으로 숨을 들이마시니 배가 쑤욱 들어가고 시원하고 상큼한 공기가 다시 배를 불리었다. 큰 호흡으로 들숨날숨을 몇 번 하면서 머릿속에 산소를 공급하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옷을 주워 입었다. 좀 이따 남편이랑 밤산책을 나가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러기도 잠시, 나는 어느새 노트북을 들고 침대 위로 올라왔다. 밤산책을 나가더라도 글은 한 편 쓰고 나가자.
나는 이제 작가인 것 같다. 나, 솔직히 브런치 작가라고 해서 내가 작가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꼭 출간을 안 해서가 아니라, 내 몸속에 작가적 세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가란 모름지기 몸속에 있는 50조 개의 세포 중 50%는 작가적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내 세포들이 그렇게 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다. 무슨 일이든 쉽게 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냐이고, 내가 진심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느냐이다.
하고 싶은 게 널렸는데도 내가 이 소중한 밤 시간에 이렇게 브런치 문을 두드린다는 건, 내 진심이 여기를 향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풍금, 내 마음의 피아노, 내 마음의 휴식처. 브런치는 그런 곳이다. 나 요즘 피아노도 엄청 열심히 치고 있다. 1월부터 1주일에 1번 다닌다. 피아노 학원. 최근 피아노 선생님이 <발리에서 생긴 일> 3page짜리 ost 악보를 주셔서 1주일 만에 마스터했다. 정말 바쁜 와중에도 내 정신은 ost부터 독식하고 나서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그저께부터 오늘까지 짬을 내서 악보를 외웠다. 신기하게 어느 정도 다 외워졌다. 요즘 너무 희한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하기 쉬워진다. 머리가 트이는 걸까. 기분도 너무 좋고 성취감도 커진다. 이제 얼른 나가봐야겠다. 밤산책하러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