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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y 15. 2024

멧새 소리로 인사드리옵니다.










멧새 소리


                                        - 백석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 <여성> 3권 10호, 1938. 10



안녕하세요. 문안드리옵니다. 브런치 작가 김혜정입니다.^^



<백석 시, 백 편>의 수록작이자 이번 중3 중간고사 국어 시험 교과서 외 시편 중 하나였던 시 <멧새 소리>를 낭독해 보았습니다.



한국의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토박이말을 가장 빼어나게 엮어낸  꽃미남 백석 시인에 대해 사실 아주 많이 알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고등 문학에서나 다루었던 백석 시가 이제는 중등 교과에도 많이 실려 있다는 것과, 또 지난 5월 13일에 한양대 국문과 유성호 교수님께서 진행하셨던 <백석 詩에 나타난 치유적 힘>을 주제로 한 콜로키움이 진한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백석 시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짙어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전, 4월 26일에도 대학원에서 진행된 북클럽에서 <백석 시, 백 편>에 대한 감상을 나누며 그동안 몰랐던 수많은 시들과 또 백석의 삶, 백석의 사생활을 엿보았던 것이 하나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백석의 그 수많은 시들 중에 몇 편 정도는 브런치에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아니~~~!! 이런!!

그저께 브런치 오서하 작가님의 글에 댓글을 달다가 솥뚜껑이 뒤집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서하 작가님께서 올리신 시 낭송이 참으로 인상적이어서 "나두 하고 싶다"는 멘트를 끄트머리에 사뿐히 남겨놓았는데, 오서하 작가님께서 제 낭송을 기다리겠노라 하시는 거예요. 아니!! 제 낭송을? 무슨 말씀인가 갸우뚱하고 있는데 또 갑자기 작가명미정 작가님께서 공동작가를 신청하면 된다면서 얼른 올려 달라고, 기대까지 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이게 무슨 말씀인가 다시 징검다리를 짚어보고 있는데, 매미 작가님께서 공동매거진을 개설하셨다는 말씀으로 똬악 정리를 해 주시는 게 아니겠어요? ㅋㅋ 이해가 완료되었습니다. 오케이! 비로소 이해한 저는 작가님들의 말씀에 따라 매거진에 참여 신청을 하고 그곳에 모여 계셨던 열 분 작가님의 글과 낭송 목소리를 깊이깊이 감상하는 시간을 사뭇 진지하게 보냈습니다.



오서하 작가님과는 최근 서로 구독을 하게 되었지만, 다른 작가님들은 전혀(거의?) 교류가 없던 분들이었음에도 이렇게 덥석 매거진을 붙잡은 건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방학 때 대학원 특강으로 들었던 인문 집단 상담에서 치유의 일환으로 詩作을 하고 서로의 시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詩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시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에세이나 소설과는 매우 다른 압축의 미가 있고 그 진공팩 같은 압축을 풀어제끼면 무한한 상상과 해석이 가능한 데서 오는 희열이 그 어려움을 능가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 것이죠. 게다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혜정아, 너는 아나운서 한 번 해 봐~!!" 하고 활짝 웃으면서 말씀하셨는데, 대학 2학년 때 고모가 "혜정아, 지금 kbs 아나운서 공채 모집한다는데, 너도 가서 한번 시험 봐봐~"하는 말씀까지 해 주시자, 저는 냅다 달려가서 2시간 반 동안 줄 서서 공채 면접을 봤다가 아주 그냥 똑 떨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시험을 보고는 알았습니다. 방송국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요. 



주변에서는 저보고 목소리가 좋다고 했지만, 어디 써먹을 데는 없었습니다. 라이오 방송국에서 기회만 주신다면 그냥 무료 봉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제게 그럴 기회가 올 리는 만무한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초딩 6 담임 선생님 말씀을 꿀떡 같이 믿고 혹여 아카데미라도 다녔다면 제 직업이 달라졌을까 싶지만, 아무튼간에 지금은 유튜브 말고는 할 게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마음 있을 뿐 시작하기가 무섭습니다. 많은 혼란과 현타가 올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또 기계나 컴퓨터 프로그램과는 제가 상당히 안 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깜냥이 안 되고 좀 더 무르익어야 합니다. 콘셉트는 있지만 아직은 무리수입니다.



그러던 차에 간편하게 녹음해서 올릴 수 있는 매거진이, 게다 시작일이 얼마 되지 않은 공동 매거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그곳에 모인 분들의 팀워크나 분위기도 좋아 보였고요. 모두들 개성이 야무지셨습니다!!



제가 시를 잘 쓸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시인처럼 농후한 시를 쓰는 건 더더 어렵습니다. 다만, 이 매거진을 통해 다른 작가님들의 시를 더 많이 감상하고 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 가끔은 쓸 수 있겠지요. 백석 시인의 시처럼, 내 삶에 속해 있는 언어들을 버무려서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시도는 해 보고 싶습니다. 유성호 교수님 말씀처럼, 눌변의 미학이라 일컫는 백석 시의 언어와 어휘는 따라갈 수 없겠지만요. 암튼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는 많이 써보고 싶고 또 목소리 녹음도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아직 詩作을 하지는 못했지만, 매거진에 들어오게 된 두 번째 사유로 이렇게 녹음본과 글을 한 자락 남기고 갑니다. 이제부터 저의 발걸음은 단순한 발걸음이 아닙니다. 한 발자국이 두 발자국 되고, 두 발자국은 세 발자국이 될 겁니다. 그래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신 매미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성급한 저를 동하게 해 주신 오서하 작가님, 작가명미정 작가님, 소오생 작가님, 라얀 작가님, 정원 작가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매거진에 모여 계신 분들 모두 다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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