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염원과 소망을 담은 인터뷰들이 TV 화면을 채우는 요즘이었다. 대선을 앞두었던 치열한 공방전이 막을 내리고 국민들도 각자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그들에게 하소연한다. 부디 올바른 정책과 방향으로 국민들의 소망을 이루어 달라고.
▲지역 균형 발전
▲언론과 사법 개혁
▲청년·일자리 창출
▲경제적 불평등 해소
▲저출산 대책
▲부동산 정책
▲기후 위기·에너지 전환
▲남북 관계·외교 안보
▲성평등
▲코로나 19 대응
▲노인 빈곤
▲교육
국가의 현안들을 놓고 각 주요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저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어느 한 가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코로나 대응 정책을 제외하고는 늘 있어왔던 정책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꾸준한 성과 없이 지리멸렬한 상태로 이 문제들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청년 일자리 문제나 저출산 문제, 부동산 문제 등 경제적 사안은 더욱 심각해져 청년들의 숨통을 죄어 온다. 코로나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때문에 아이들을 양육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년에게도 경제에 대한 혜안을 가진 대통령,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소통의 대통령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일전에 나는 마땅히 주요 공직자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럴 만한 연륜과 경륜을 지닌 사람이겠거니 하고 믿었었다. 타의 모범이 되고 진정한 리더십과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으레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정치라는 울타리에 들어가는 거겠지 하고 정치 문외한인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그렇지 않았다. 상대 당수의 옳고 그름을 증명하는인사 청문회 자리에서 거대 양당이 상대를 비방하고 비난을 일삼았던 일이나,서로의 과거 행적을 파헤쳐 가며 서로가 서로를 거짓과 능멸의 위선자로 몰아세우며 거나한 이전투구를 보였던 일 따위는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국가의 안위와 발전을 위해 정직하고 성실한 일꾼이 되어야 마땅한 사람들이 권력에 혈안이 되어 자기 밥그릇 지키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종국엔 남의 밥그릇까지도 넘보는 것이었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그것이 내팽개쳐지고 엎어지게 만들어야만 속이 시원한 짐승의 본질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거 아닌가. 누군가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의 희망은 아직 불꽃으로 피어나지 않았을 뿐, 이제 막 심지를 비벼가며 불을 피우려고 하는 단계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불꽃을 피워줄 한 사람이 태어나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필요한 정책들을 실현시켜 줄 마땅한 지도자가 선택되어야 한다.
코로나 시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적 위기 속에 봉착한 또 다른 위기이지만 불꽃을 같이 피워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들이라도 이번 선거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그 사람의 주변인을 보라고 했다.
나는 사실 정치에 문외한이고 정치 얘기를 듣거나 나누며 살아온 경험이 거의 없는 만큼 정치에 무관심했다. 대학 때 잠깐 정당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일개 사무직이었기에 정치판의 내막을 잘 알지는 못했다. 그저 정치인들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모이게 되는 것인지, 그 가족들은 어떤 움직임과 보조 행위를 펼치는지 정도만 간파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정당 사무실에서 얻은 신뢰로 시장 선거 사무실에도 기용이 되었고 나중에는 국회의사당 사무실에서 상장에 붓글씨로 상장을 수여받는 사람들의 이름을 쓰라는 비싼 아르바이트까지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땐 일련의 그런 경험들이 인간관계는 이렇게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서 계속 이어지는 거구나, 인맥이 좋다는 것이 이렇게 맺어지는 관계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구나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정치의 흐름과 또 여러 번의 대선을 지켜보니 그 인맥이라는 것은 치열한 이권 다툼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조직적인 파벌 싸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몇 달 전에 유포되었던 7시간짜리 녹음 파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권력 안에 들어오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유혹,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는 당당한 말투, 권력과 돈이면 다 될 것을 그걸 모르고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 무지하고 미련한 거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은 듣기만 해도 얼마나 무서운 말이었는지. 돈과 권력에 눈먼 존재들이 퍼붓는 말과 교묘한 행태는 아수라와 다를 바 없었다.
김건희가 한 말 중에 아주 웃긴 말이 있다. “그런 건 우리한테 물어보면 안 돼~. 우린 그런 거 몰라. 우리 오빠한테 물어봐~.”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 후기도 아니고.. 외척 가문이 장장 60년의 세도 정치로 집권했던 안동 김 씨 세력이 떠올랐다. 조선의 부흥기를 이끈 정조가 승하하고 정조와 후궁 사이에서 태어난 순조가 11세의 어린 나이에 왕이 되자 순조의 장인이자 사돈인 김조순이 권력을 잡게 되고 그 이후 흥선 대원군이 집권하기까지 안동 김 씨 세력이 자그마치 60년의 정치를 나락으로 추락시킨 피멍이 든 역사였다. 김건희의 되도 않는 말을 들으며 이런 조선의 흑역사가 떠오르는 것은 아마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숱한 거짓말에 죄책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권력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으니 자기에게 잘 보이라는 유혹에 넘어간다면 조선 후기의 세도 정치를 불러오는 일과 다름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선거일을 코 앞에 두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시민들에게 등 돌리고 권력 앞에 무릎 꿇은 안철수. 안 그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선거일 일주일 전에 열렸던 TV 토론회에서 전에 없던 절제된 발언과 윤석열에 대한 무감정적 태도, 원래의 그와는 달라 보였다. 그런데 그 시각 이후 새벽, 대선의 최전선에서 허를 찌른 한 수가 있었다. 윤석열과의 단일화.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겠는가. 대선의 판세를 보아하니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기보다는 야권 단일화를 통해 표를 확보하면 궁극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목표와 명분이 현실화되고 그 결과 얻는 것은 지지층의 마음을 버리는 것보다 더 크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한편에선기존에 단일화가 ‘협상 - 결렬 – 재협상’된 과정을 보면 윤석열의 협박이 이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지만 손바닥을 뒤집듯 자신의 정치 행보를 순식간에 바꾸는 것은 마땅한 지도자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이다.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그 사람의 주변인을 보면 된다고 했다. 어제 윤석열의 마지막 유세에 등장한 사람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재명 후보의 저격수 김부선의 등장. 세상이 바뀌면, 윤석열이 승리하면 광화문에서 레깅스 입고 깐느 댄스를 추겠다고 한다. 김부선이 유튜브 방송을 하다가 자신의 변호사와 말이 맞아 갑작스럽게 유세 현장에 출연해서 이재명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쩌면 윤석열 캠프 자체 내에서도 이 사람의 깜짝 출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 않았을까. 즉흥적인 그의 행동과 연기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 후보의 지지층에 조금이라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감내하겠다는 시커먼 속마음이 그를 무대로 올려 세웠을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 양상이 더욱 시커멓게 칠해진다는 것은 철저히 무시한 채로.
정치가 승자독식의 사회를 만들까 봐 두렵다.
이번 대선에서 세상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까 봐 두렵다. 단지 2030 MZ 세대의 표심을 얻고자 내세운, 저소득층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최대 8개월을 지급하는 ‘청년 도약 보장금’ 공약이 실제 취업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백수를 양산하고 구인을 원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구인난을 겪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저출산 대책을 양성이 평등한 사회 정책과 사회 구조, 출산 양육 보조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즘을 운운하는 페미니즘의 일환에 결부시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긴다면 그의 정치 사회에 대한 무지와 결핍을 이번 정권 내내 국내·외적으로 드러내는 험한 길로 들어서는 것일 수 있다.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정치는 무엇보다도 국민을 위한 진정한 고민과 통합을 여는 새로운 가능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유야무야로 흐지부지되는 정책들이 아니라 정직과 신뢰로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믿고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면 한다. 기득권층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나라가 되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실현되길 바란다. 아무리 법치 국가라 하더라도 법안이 잘못되고 잘못된 행정가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면 어찌 바람직한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이번 20대 대선은 수많은 벽에 부딪혀 넘어지고 쓰러진 우리 국민들이 진정한 마음으로 투표하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는 대선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을 넘기고 새벽이 되어 개표가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깨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염원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