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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n 22. 2024

우리는 누구나 스토리텔링을 하며 살아간다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 기울여 진짜 내 생각을 쓰는 일



우리 모두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린 우리에게 일어난 기묘한 경험담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하죠.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건 일반적으로 이야기 비슷한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중 몇몇은 더 나아가 굉장히 긴 이야기를 만들거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하기도 해요. 사실 여러분은 작은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조차 없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그걸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거나 때때로 스스로를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에 집어넣은 채로 살아가기도 해요. 종종 이야기 속에서 길을 헤매다가 처음의 자신에게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다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죠. 여러분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런 얘기를 꺼내봤답니다. 제가 제안하려는 것도 이처럼 어렵게 느껴질 만한 게 아니거든요. 저는 여러분이 소설을 써봤으면 해요.

알다시피 자기 생각을 능숙하게 글로 써내는 일은 아주 실용적입니다. 생각을 글로 써내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것들은 차례차례 자발적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게 됩니다. 생각을 글로 써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것들은 자기들끼리 주위를 서성거릴 것입니다. 여러분이 앉아서 종이 위에 뭐라도 써보려 할 때 보게 되는 것은 생각의 꼬리나 머리뿐일 것이에요.

글쓰기의 기술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몇몇 까다로운 지점을 파악하기 시작할 때쯤이면 필연적으로 글을 읽어내는 일이 한층 흥미로워지죠.

또, 이렇게 말하는 걸 이상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삶조차도 더 흥미로운 것이 된답니다. 왜냐하면 글쓰기가 우리 대부분에게 가르쳐주는 한 가지는 우리가 대상을 필요한 만큼 자세히 보고 있지 않으며 필요한 만큼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거든요.
(이 문장은 이렇게 바꾸고 싶다 ; 왜냐하면 글쓰기는 우리가 원하는 대상을 충분히 자세히 보고 있지도, 충분히 깊이 이해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죠.)

테드 휴즈, <오늘부터, 詩作> p.171~173



시인들처럼은 아니어도 지금의 나보다는 조금 더 좋은 시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서관 책장 주위를 널름거릴 때, 내 눈에 <詩作>이 들어왔다. 생생한 묘사로 무생물을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한다거나 살아있는 것들에 관해서도 새롭게 상상하고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법에 대한 이야기가 전반부를 수놓은 책이었다. 그러나 제목이 '시작'이었음에도 후반부에는 두 챕터에 걸쳐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시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지만, 내 관심은 이미 소설에 가 닿아 있었다는 걸 테드 휴즈는 벌써 알고 있었던 것일까.



테드 휴즈가 말했듯이, 우리는 저마다 스토리텔링을 하며 살아간다. 오늘을 살지만 어제와 내일을 끊임없이 말한다.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 하고 누군가 들어주길 원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어서 누군가의 진실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지라도 글쓰기라는 모험은 의미가 있다. 아니, 다른 누군가보다 오히려 글쓰기가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글쓰기가 힘든 건 너무 멋있고 완벽하게 쓰려고 하는 마음 때문이다. 어깨의 힘을 쭈욱 빼고, 눈에 들어간 힘도 적당히 빼고, 그렇다고 입안에 있는 혀를 빼지는 말고, 두 개의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자. 이야기 속을 허우적거리다가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것을 믿으면서.



대단한 작가가 아닐지라도, 정말 똑똑하고 머리가 좋아서 뭐든 뚝딱거리며 순식간에 습득하고 그럴듯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AI 같은 작가가 아닐지라도,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래서 언제 쓸 건데?



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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