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가슴에 눈물 같은 것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조금씩 조금씩, 파놓은 모래 구덩이에 파도가 가져다 놓는 바닷물이 넘실넘실 차올라 어느새 그 모래 구덩이가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내 가슴속 구덩이에는 눈물 같은 것이 채워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참았던 눈물이 와락 쏟아져 나올 것처럼, 지금 나는 가슴이 자꾸만 애여옴을 느낀다. 여미어져 온다고 해야 하나. 아려온다고 해야 하나. 어깨도 자꾸 아파지고 눈이 자꾸 흐려지고. 슬픔이다. 슬픔이 스며든다. 이 정영욱이라는 작가의 삶에 나의 슬픔이 깃들어 있는 까닭일까. 여태 그래본 적 없는데, 234페이지를 읽다가 이 사람이 여자인가 남자인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네이버를 검색해 보았고, 그의 인스타를 방문해 보았다. 그는 남자였고, 그것도 조인성을 닮은 남자였고 ㅡ 조인성은 내가 팔로우하는 두 남자 연예인 중 한 사람이다. ㅡ 인스타 최근 이미지에《결국 해내면 그만이다》라는 책의 표지를 핀셋으로 고정해 놓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지체 없이 당장 댓글을 달았다. 그것도 처음으로. 다시 네이버를 들어가서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를 검색했다. 그곳이 꼭 내가 출간해야 할 책을 받아줄 곳인 것처럼. 생각이란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면 이렇게 마음대로 흐르는 액체 같은 종류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흘러가다니, 참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KTX-이음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 중이다. 아들들과의 1박 2일 강릉 여행을 가슴에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이 열차 칸에서 또다른 감정이 그득 차오르다니. 감정이란 언제까지 이렇게 변화무쌍하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