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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l 30. 2024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읽으면서 가슴에 눈물 같은 것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조금씩 조금씩, 파놓은 모래 구덩이에 파도가 가져다 놓는 바닷물이 넘실넘실 차올라 어느새 그 모래 구덩이가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내 가슴속 구덩이에는 눈물 같은 것이 채워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참았던 눈물이 와락 쏟아져 나올 것처럼, 지금 나는 가슴이 자꾸만 애여옴을 느낀다. 여미어져 온다고 해야 하나. 아려온다고 해야 하나. 어깨도 자꾸 아파지고 눈이 자꾸 흐려지고. 슬픔이다. 슬픔이 스며든다. 이 정영욱이라는 작가의 삶에 나의 슬픔이 깃들어 있는 까닭일까. 여태 그래본 적 없는데, 234페이지를 읽다가 이 사람이 여자인가 남자인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네이버를 검색해 보았고, 그의 인스타를 방문해 보았다. 그는 남자였고, 그것도 조인성을 닮은 남자였고 ㅡ 조인성은 내가 팔로우하는 두 남자 연예인 중 한 사람이다. ㅡ 인스타 최근 이미지에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라는 책의 표지를 핀셋으로 고정해 놓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지체 없이 당장 댓글을 달았다. 그것도 처음으로. 다시 네이버를 들어가서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를 검색했다. 그곳이 꼭 내가 출간해야 할 책을 받아줄 곳인 것처럼. 생각이란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면 이렇게 마음대로 흐르는 액체 같은 종류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흘러가다니, 참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KTX-이음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 중이다. 아들들과의 1박 2일 강릉 여행을 가슴에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이 열차 칸에서 또다른 감정이 그득 차오르다니. 감정이란 언제까지 이렇게 변화무쌍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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