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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Nov 20. 2024

감사함으로 헛헛함으로

감사함으로 헛헛함으로



감사함으로 문을 열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헛헛함으로 문을 닫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변화무쌍으로 요동치는 세상사 하마 즐겁지마는

아침과 저녁의 굴곡이 어지러이 심할 때에는

포지션을 어데 쯤에다 두어야 할까.


평안하고 평안했다. 고요하고 평안했다.

아침에는 명상으로 고요의 바다에 접촉했다.

접촉하는 순간이 낙낙했고 집안은 넉넉했다.

온몸의 숨결이 나를 감쌌고 세상은 나를 오라 했다.


나를 부르는 세상으로 변화무쌍한 세상으로

아침 바다를 건너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에서 만난 늙수그레한 할머니는

어쩐지 나를 보고 콕 집으며 여기 앉으라 했다.


감사함으로 문을 열고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잠잠하고 잠잠했다. 어수선했지만 잠잠했다.

오후에는 북적이는 사람들과 어깨를 맞닿았다.

저마다 빈틈없는 자기 생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온몸에 불이 타올랐고 세상은 그 불을 더 태우라 했다.


나를 부르는 세상으로, 지옥도 천국도 아닌 세상으로

오후의 불길을 건너 세상을 저벅저벅 지나쳤다.

누구는 생사의 문턱에서 누구는 쾌락의 문턱에서

알 수 없는 고뇌와 희열과 그 어데쯤 사이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고만 헛헛함으로 문을 닫고 세상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알고 있다.

내일은 다시 문을 열고 세상 속으로 들어갈 것이고

변화무쌍한 세상사는 나를 반길 것이며

얼굴 모를 어느 할머니는 내 손을 잡아 줄 것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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