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 연습, 이 글이 정말 책이 될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누가 덜컥 책을 내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아, 진짜 이 글이 책이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다. 그저 설레발이다. 박정민 배우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해서 내 책까지 내주는 것도 아닌데, 아 나 너무 떨린다.
브런치에 입성하고 벌써 3년 하고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대학원을 수료했고 공부방에서 상가로 나와 교습소를 차렸다. 나는 마흔아홉이 됐고 우리 큰아들은 열아홉이 됐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좋은 수업을 들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특히 많은 시간 나 자신을 만났다. 아침 출근길 지옥철을 타고 좀비가 돼 있는 내 얼굴을 창문으로 바라보다가 졸다가 문득 방송을 듣고 종종걸음으로 고터에서 내리는 나도 만났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지만 나는 남았다. 지나간 시간은 하나도 아쉽지가 않지만 남아 있는 내가 아쉽다. 남아있는 나의 기억이 아쉬울 뿐이다.
책을 쓰고 싶다. 책을 만나고 싶다. 내가 쓴 내 책을 만나고 싶다. 몇 년 전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생각이다. 내 생각은 그리 많은 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큰 감동이나 희열을 선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저 그런 보통의 평범한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 생각을 간직하고 싶다. 자기애가 너무 넘쳐서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내 기억이 사라져 버릴 것이 두려워서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자기애도 강하고 기억력이 쇠하여지는 것도 두렵다. 어쩌면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름을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건 현재의 나에게 불만족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나는 불만족스러운 나를 더 정밀하게 만나고 더 감각적으로 만나고 더 깊이 있게 만나면서 다듬어주고 싶다. 늘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위해. 특히나 2년 동안 글을 못 쓰고 안 쓰면서 글쓰기가 더 도태됐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쓰기 연습을 시작하려고 한다. 나의 오랜 꿈인 책 쓰기를 목표로 하되, 제대로 된 책은 몇 년 후에 쓰기로 하고, 일단은 시작이다. 2학기 중반에는 논문을 쓰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또 여유가 없어진다. 막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나를 위해 글쓰기를 하고 싶다. 두서가 없을 수 있고 짜임새도 엉성할 것이다. 일단은 검열을 막고 되는 대로 써본 후, 책은 그다음에 생각하기로 한다. 혹시나 내 글을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 미리 사과를 드린다. 그래도 이해해 주실 거쥬?
두려움과 설렘과 걱정과 기대를 고루고루 담아
교습소 나의 공간에서
브런치 작가 김혜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