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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비결은?

불완전할 용기, 그리고

by 김혜정

아들러는 ‘불완전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완벽이라는 것은 죽는 순간까지 오지 않는다. 자신의 불완전한 존재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더 나아지고 있어도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 그렇다. 불안과 만족은 공존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인색하다. 성과에 따른 인정 하나 없이 자신을 부리기만 하는 상사 아래서 기꺼이 일하는 부하직원은 없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에게 어떤 상사인가. 스스로 자신이 가진 열등감 때문에 삶을 얽매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스스로에게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ㅡ 고현진, 아들러 심리학 《나쁜 기억 세탁소》 중

어떤 셀럽이 운동을 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차 운전대에 앉자마자 깨달았다. 운동복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그 순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 나 너무 귀여워.”

그녀는 자신의 허술함을 웃어넘기며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읽는 순간 당장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귀여워서. 그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상상만으로도 상큼해져서.

며칠 전 나의 인스타에 이웃이 되어 준 분이 연상됐다. 그녀는 ‘쭈카페 사장’님으로 지역에서 한국소비자 산업 평가 딜리버리푸드 토스트/빙수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 셋의 엄마로서 예전부터 자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었다. 어떻게 그런 카페를 창업하게 되었는지 그 동기나 과정은 잘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인가는 인스타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지역에서 소비자 평가 1위를 차지했다는 건 매출의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것의 반증인데 직원을 쓰지 않고 재료 준비부터 배달 전까지의 모든 일을 혼자 새벽까지 한다는 것이나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줌 수업까지 진행하는 것은 뚝심과 겸손, 그리고 열정이 버무려낸 결과였다. 주변에서 입소문도 늘어가고 창업 희망자도 늘어가면서 프랜차이즈까지 내라는 권유가 들어왔지만 아직은 그럴 만큼의 여유는 없다고 했다. 아직 더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해서 시기상조라고 했다.

먹는장사가 제일이라지만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에 하루 매출을 100만 원까지 찍고 새벽 2시까지 배달을 감행하며 몸을 바친다는 것은 이미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인스타에는 단순히 빙수나 빵, 스무디를 팔고 싶은 생각만 담겨 있지 않았다.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 일보다는 자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위해 휴식을 준다는 것, 본인이 만들었지만 너무너무 맛있겠다는 것, 고객님들을 위해 열정과 정성을 다한다는 것, 청결과 친환경 재료에 신중하다는 것, 아이들 학교 일이나 개인의 건강 검진을 위해 잠시 밖에 다녀온다는 것, 고객님의 사랑에 너무 감사하여 서비스를 많이 드린다는 것 등 하나부터 열까지 인스타로 고객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고객들도 배달 전에 꼭 문자를 주시는 쭈사장님이 너무 고맙다는 말, 멀리 이사 가더라도 꼭 쭈카페에 주문하겠다는 말, 너무 푸짐해서 계속 사 먹고 싶다는 말로 쭈사장을 더 행복하게 해 주고 있었다. 발품과 요리 연구에 쏟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일이었다.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우와! 우와! 감탄하는 나를 보던 둘째 아들은 “엄마, 엄마도 그 카페를 차리지 그래?”하며 돈을 좀 더 벌어오라고 했다. 물론 100만 원 매출 영수증을 봤을 때 탄성이 가장 크긴 했다. 하루 100만 원씩이면 한 달이면 3000만 원이 아닌가!! 그냥 0.01초 만에 계산이 되니 입이 딱 벌어졌다.

하.. 엄마는 똥손이라 만드는 일은 어떤 것도 못하는데.. 요리에 진작부터 관심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심 요리 대신 맛있고 질 좋은 밀키트만 찾아다니는 나 자신이 살짝 원망스럽고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사업이 처음부터 그리 창대했을 리는 없다. 처음엔 미약하였으나 정성과 노력이 하루하루 더하여지니 그것이 사랑이 되고 돈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부메랑처럼 말이다. 아마 매일매일 부메랑을 던지고 돌아오지 않는 부메랑에 속상해하던 날도 꽤 많았을 것이다. 결과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녀의 시간 안에는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은 순간도, 아이들 셋이 엄마를 기다리다 잠들었던 시간도, 너무 바쁘게 들고뛰다 나중에 발견된 구멍 난 양말도,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던 귀한 경험까지도 차곡차곡 깻잎처럼 담겨 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얼굴과 진짜 푸짐해서 당장 사먹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고민이 되는 딸기왕창파르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참,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녀가 이렇게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이 부족함을 늘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했음에 있다는 것!! 완벽하지 않더라도 열등감을 갖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는 것!! 우리에겐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다. 불완전할 용기!!

우리 엄마 오시라고 해서 꼭 딸기왕창파르페 달고나와 만난 오레오 주문해서 먹어야겠다. 학부모님이라 민망민망하겠지만 진짜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용기 내 보리라.

p.s. 그리고 말 많은 나, 하나만 더! 브런치에 입문하기 4개월 전쯤, 그녀와의 만남에서 책 출간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었다. 나도 그녀도 자기 성장과 미래를 위해서 책 쓰는 일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했었다. 나는 좀 부족하지만 나보다 더 많은 열정과 사랑으로 충만한 그녀라면 곧 출간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펌프질을 해 주었던 그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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