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위풍당당하자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에겐 오빠가 한 명 있었고 오빠는 언제나 학교에서 수재, 영재 소리를 들었다. 기똥차게 아이큐가 높고 머리가 비상한 오빠를 맡은 담임 선생님들은 그의 오빠를 과대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아이의 엄마는 오빠가 있는 어느 곳에서든 열의가 차고 넘쳤다. 그 아이의 오빠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3까지 줄기차게 반장 자리를 꿰찼고 서울대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선생님들의 일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오빠가 잘 나가는 동안 그 한 아이는 늘 집에서 그림자처럼 있었다. 무엇을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건 “네가 그렇지 뭐~. 그럴 줄 알았다. 그거 하나 오빠처럼 못 하냐~.”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잔소리를 혼자 감당하며 기본 정리와 청소, 설거지는 그 아이의 몫인 듯 아무도 그 아이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무엇을 해도 칭찬다운 칭찬은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 늘 제자리를 맴맴 도는 자신이 매미인가 싶었다. 어느 정도 컸을 무렵 고등학교 때인가 어느 날은 그 아이의 가슴에 사무치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엄마와 아빠, 오빠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고 그 아이는 여느 때처럼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그 시간에 설거지를 하고 있었을까, 그들이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에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수치스러워졌다. 순간 홧김에 수세미질을 세게 하다 와그장창창 그릇이 싱크대에 떨어지는 소리가 컸다. 멀지도 않은 곳에서 모여 있던 가족은 일순간 그 아이를 획 돌아보았다. 신경질적인 아이의 행동이 거슬린 아빠는 “그렇게 할 거면 하지도 마라!!” 그 아이는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아니야~”로 답하며 끝까지 설거지를 마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