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의 과정이 누구에게 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등 아이가 알아서 공부한다면 엄마(주 양육자)와의 실랑이는 시작될 필요도 없겠지.
실제로 이것이 통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공부를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온갖 유혹이 널려 있는 시대에 초등 아이가 공부를 알아서 열심히 하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낙타가 바늘귀 통과할 정도의 확률을 갖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A⇒B’의 과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집중력 약하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을 둔 부모님께 나는 이런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 공부하게 하려면?
<공부하기 전>
1. 먼저 산책을 가볍게 같이 한다.
지나친 에너지를 빼앗는 운동은 단독 시간으로 정해서 같이 해 준다. 운동은 매우 중요하지만 공부하기 전에 너무 진을 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공부 전에는 동네 한 바퀴 도는 정도로 10분 정도 산책하는 것이 좋다. 걸으면서 얘기하면 뇌에 산소도 공급되고 입도 풀 수 있고 엄마와 대화하며 공감을 얻을 수 있어 워밍업에 최고다.
2. 집에 와서는 간식을 먼저 준다.
공부하기 전에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분 좋게 하기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만 한 게 없다. 아이는 간식을 먹고 나면 약간의 의욕이 생길 것이다. 그 타이밍을 잘 이용해서 같이 공부를 시작해 보자!! 단, 지나치게 배부르게 먹이진 말아야 한다.
3.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들어준다.
산책을 하는 동안에도, 간식을 먹는 동안에도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끝까지 들어준다. 엄마 얘기는 지나치게 늘어놓지 않는 게 좋다. 엄마한테 우선권이 주어지면 엄마는 자꾸 잔소리로 향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맞장구치면서 들려주는 경험담 정도는 좋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잡생각이 많이 든다. 그럴 때 아까 얘기를 많이 했으니까 공부하고 나서 또 하자고 합의를 보려면 먼저 충분히 얘길 나누었어야 한다. 나는 예전에 공부하기 전에 미리 책을 읽어 주기도 했었는데 이건 별로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공부에 집중을 하기 위한 과정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공부하는 중>
1. 공부 분량을 정해 놓고 다 하면 끝낸다.
시간을 정해 놓으면 아이들은 금세 지친다. 시간보다는 분량이다. 그리고 분량을 다 마쳤을 때는 가볍게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축하해 주고 “야~~ 우리 OO이 벌써 다 했네!! 오늘도 이만큼 발전했어!! 우리 OO이랑 공부하니까 엄마도 똑똑해지는 것 같은데?”하면서 꽉 안아주고 기뻐해 준다. 이건 진짜 기쁜 일이다. 별거 아닌 거라고, 누구나 하는 건데 요만큼 해서 언제 따라가냐고 핀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어서 조금 적은 분량으로 시작하고 아이가 해낼 때마다 감격하고 감탄하면서 같이 걸어가야 한다. 남들과 비교는 금물!! 아이의 공부 자존감 추락한다.
2. 쉬운 문제를 맞혀도 칭찬한다.
아이들이 푸는 문제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너무 쉽다. 그래서 칭찬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오히려 모르거나 이해를 못 하면 지적하기가 쉽다.
하지만 언어 이해력이 떨어지고 수학적 감각이 없는 아이들에게 문제집을 푸는 것은 고역이다. 아이 앞에서 한숨을 쉬거나 인상을 찡그리고 “야!! 이거 엄마가 금방 설명했잖아!! 못 들었어?” 하면 아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 나는 공부를 못해. 공부 못하는 아이야. 아, 공부하기 싫다!!’ 이 생각은 점점 커져서 나중에 중학생이 되면 공부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기 자신이 불쌍한 게 아니라 밉고 짜증나게 된다. 자기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게 된다. 중학생 때는 엄마가 비교하지 않아도 스스로 비교를 하는 시기다.
어렸을 때 엄마가 어떻게 대해 주었느냐에 따라서 공부 자존감은 올라갈 수도 있고 추락할 수도 있다. 절대적인 게 아니고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다. 엄마아빠가 인정해 주면 점수가 낮아도 공부 자존감은 유지될 수 있다. 물론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부모님께 충분히 인정받은 아이는 부모와의 소통으로 선생님들의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할 수 있다.
3. 짧더라도 내용을 적어보게 한다.
우리가 종이가 없어서 글을 못 쓰는가? 글씨 쓸 줄을 몰라서 못 쓰는가? 아이들도 아무리 어려도 쓰는 게 습관이 되면 공부하는 데 엄청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배운 내용을 간단하게라도 노트나 종이에, 또는 칠판에 적어 보게 하는 것!! 정말 최고의 방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완전 좋은 방법은 칠판에 적어보고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나도 너무 좋아해서 큰아들에게 시켜본 적이 있다. 초등 6학년 때 내가 영어를 가르쳤을 때였다. 2학년 때부터 영어도 학원을 보냈지만 아이가 따라갈 수 없어서 너무 힘들어했다. 이해를 할 수 없고 외워지지가 않았으니까. 총 3군데의 학원을 전전했지만 영어 공부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1년 정도를 가르쳤는데 칠판에 쓰고 문법 설명을 하는 방식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속상하게도 두세 번 만에 끝나버렸다. 내가 너무 답답해서 답답한 티를 팍팍 낸 것이다. 그때 찍은 동영상이 아직도 있다. 우리들의 추억^^ 변성기가 되어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던 그 모습, 앳되고 고운 얼굴, 귀여운 얼굴이 아직도 새롭다. 그립다. 지금도 귀엽지만^^ 아무튼 난 실패했지만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둘째를 그 방식으로 시켜볼 예정이기 때문이다. 좀 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했더라면 아이들의 잠재력을 많이 끌어내 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조금씩 늦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세바시’처럼 자기가 공부한 것이나 읽은 책이나 일주일 동안 느낀 것에 대하여 어떤 주제로든지 5분 발표를 돌아가며 하는 것이다. 이건 우리 가족 모두가 해야 한다. 요일을 정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는 것!! 살짝 운은 띄워 놨지만 다들 싫다고 한다.
싫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중에는 좋아하게 되는 것!! 이게 자신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뭐든 새롭고 좋은 방법이 있다면,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늦었다 해도 상관없다. 바로 실천해 보는 것이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해 보자.
<공부 시간 외>
ㅡ 이해력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것
어휘력, 이해력, 분석력, 비판력, 창의력을 다 키울 수 있는 건 독서다. 독서는 매일매일 30분 이상 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같이 읽어야 한다. 어렸을 때는 같은 책을 한 페이지씩 번갈아가며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러다 혼자 읽고 싶어 한다면 엄마는 엄마 책, 아이는 아이 책을 같은 공간에서 읽는 것이다.
하루 30분씩 쌓아 나가는 읽기 습관은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자기 생각도 길러주며 배경 지식도 엄청 깊어지게 한다. 점점 두꺼운 책에도 도전해 볼 수 있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은 엄두도 못 내는 <서울대생이 많이 읽는 책 bset 100>도 읽으며 자기 지식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이건 내 아들들이 아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있었던 경험담이다. 꾸준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등생이 된다.
ㅡ 좌우뇌 활용 암기법
그런데 독서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왜냐하면 독서는 뇌를 스펀지처럼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암기력까지 키워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하는 뇌에 필요한 것은 암기력이다. 암기가 안 되면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다. 우리가 공부를 하다 보면 외울 게 한두 가지인가? 정말 암기할 것 투성이다.
그래서 이해력이 조금 부족하고 느린 아이들에게는 뇌 훈련 암기법을 교육시키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나도 실은 좀 늦게 알게 되어 1년 정도밖에 못 시켰지만 <브렌진 기억 속독> 학원에서 이용하는 암기법이 뇌를 많이 자극시켜 주었던 방법이라 느꼈다.
머릿속에 방을 만들고 암기해야 할 단어들을 각 방에 배치해서 이야기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니까 좌뇌, 우뇌를 동시에 이용하면서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다. 마인드맵도 좌우뇌 활용 정리법으로 탁월한 정리법이다.
ㅡ 그밖에
아이가 학교에 다녀온 것,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과목별로 주어진 숙제하는 것, 이런 일상적인 일들이 너무 대수롭지 않고 모두가 잘하는 것이라 해서 엄마 역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길 바란다.
우리 아이가 이 모든 걸 해내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 한 가지 한 가지 해 낼 때마다 매일매일 아이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언어를 많이 심어 주어야 한다. ‘오늘 학교 생활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잘해서 대견하다!! 오늘 배운 지식은 나중에 다 꺼내서 사용될 거니까 차곡차곡 다 담아 두어라. 오늘은 어제 죽어가던 이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다. 오늘 하루를 건강히 잘 보낸 것에 감사하자.’ 이런 말을 자주 해 준다. 희망의 언어를 많이 들은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