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부에서 정해준!!’ 애도 기간이 끝나지도, 내 마음의 애도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소식이 날아들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난 일요일엔 이혼을 원하는 엄마를 위해 9시간 동안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었고 아직 아빠하고는 통화도 하기 전인데, 이런 소식을 전해 주시면 내가 지금 신이 나는 건지, 안 나는 건지!!
하... 분명히 신나고 기쁜 일인 건데, 오늘 남편이 처음으로 사다 준 노란 국화 꽃다발에 발을 동동 굴러야 마땅한데, 나 지금 왜 이렇게 어안이 벙벙한지.
아까 5시 24분쯤 전화가 왔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나는 모르는 번호는 바로 드래그해 버린다. 예전에는 많이 받아봤지만 특히 지역 번호로 시작하거나 070으로 시작하는 경우엔 전혀 나와 상관없는 낚시성 전화였다. 그래서 지역 번호로 시작하는 그 모르는 번호도 역시 바로 무시해 버렸다. 그런데 곧 도착한 하나의 문자!! 내가 주로 다니는 도서관에서 온 문자였다.
헐!! 최우수상이라니~!! 문자의 내용이 순식간에 뇌 안으로 흡수되었다. 잘못 온 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에 한 번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홍홍홍~ 안녕하세요~~ 제가 왜 전화드렸는지 아시겠죠~~. 저번에도 전화를 안 받으시더니 이번에도 또 안 받으시네요!! 홍홍홍~~”
“아이구~ 제가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편이라서요~~ 아.. 죄송해요~~!! 저번에도 안 받았었죠~!!” (저번에 안 받았던 건, 글을 내러 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분이 통화 중이었을 때 내가 작품을 냈는데 작품을 받으면서 중간에 전화를 끊은 자신의 모습이 예의 없다고 느끼셨는지, 몇십 분 후에 나에게 전화를 하셨었다. 난 그때도 모르는 번호라 바로 드래그했었고, 그분은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려 죄송하다'는 문자를 나에게 보냈었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상당히 매너가 좋으신 분이네~!! 좀 감동이었다. 난 답문자를 열심히 적어봤지만 그건 수신이 불가한 번호였다. 오늘 그 얘기까지 좀 할 걸~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 생각까진 못 했다.)
“홍홍홍~ 괜찮아요~~.”
“근데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실력이 안 되는데... 그럼 장려상도 있고 다들 받으신 거 맞는 건가요?”
“홍홍홍~ 네. 그럼요~~. 저희가 15일에 시상식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날 참석하실 수 있는지 여쭤 보려구요~ 그리고 혹시 몰라 남편 분께도 문자 보내드렸어요.”
"아~네^^"
(하략)
그래서 결국 난 최우수상 수상자라는 것과 우수상 · 장려상도 있는, 참가자 미달이 아닌, 진짜로 선택받은 수상자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와아아아~!! 나에게 이런 일이!! 꿈에서 암시했던 그런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집에 와서 나는 그동안 캡처해 두었던 꿈 해몽을 주루룩 살펴보고 남편한테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와~~ 봐봐. 이 꿈, 저 꿈, 다 좋은 기회가 온다는 거잖아!! 와~~ 난 꿈이 진짜 잘 맞아!! 특히 물이 들이차는 꿈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 등을 세상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꿈이래!! 높은 계단을 편하게 올라가는 꿈은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결과물이 좋고 다른 사람에게 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꿈이라잖아~^^ 햐아~ 난 꾸준히 노력하면 발전할 건가 봐.”
내 얘길 들으면서 발톱을 깎던 남편은
“근데~ 나는 글을 써서 상을 받았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기는 꿈이 맞았다는 게 더 신기한가 봐~?”
듣고 보니 그렇네. 난 왜 꿈이 더 신기하지? 글쎄~ 나도 모르겠다.
아까 집에 들어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고모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 엄마 아빠의 이혼 문제로 큰 걱정에 빠져 있는 고모였다.
“고모!! 나 최우수상 받았어!!”
“어? 어디에서?”
“우리 시에서~. 시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인데 내가 글을 하나 써서 냈거든. 근데 좀 아까 연락이 온 거야!!”
“오~ 그래? 상금은?”
“없어. 그냥 상만 주는 거야. 히히.”
“혜정아, 고모도 옛날에 너 덕분에 상 받았잖아~”
“어어? 그랬어? 무슨 상?”
“너 그때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OO이(고모 아들) 학교에서 학부모들한테 글을 써서 내라고 했잖아. 그때 니가 초안을 써 줘서 고모 우수상 받았잖아~.”
“어머, 그랬어? 와~ 전혀 생각 안 나네. 듣고 보니 초안 쓴 건 살짝 기억나긴 하는데 전혀 몰랐어~. 근데 고모가 글을 잘 썼겠지~~뭐.”
“아니야~. 내가 글을 어떻게 써~. 너가 이렇게 이렇게 쓰라고 초안을 써 줘서 그거대로 쓴 거지.”
“키키키. 그래? 고모~!! 나 온라인 작가야!!”
“그으래? 온라인 작가야아?”
“크크크. 어~ 나 앞으로 잘 될 건가 봐~ 크크.”
“그러게~ 너는 뭐든지 잘하고 앞으로도 잘 될 건데 니네 엄마 아빠는 왜 그런다니~?”
“그러게~ 고모, 너무 걱정하지 마. 나 이제 엘베 탈 거니까 좀 이따 전화할게!!”
고모는 늘 내 얘길 잘 들어주고 진심으로 엄마, 아빠를 걱정해 준다. 걱정이 태산 같은 고모를 다독이며 이번 주에 친정에 가서 엄마 아빠와 다시 얘기를 해 보겠노라, 그러나 이혼을 굳이 만류하지는 않겠노라, 고모도 이혼을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고 말해 주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세상일은 좋고 나쁜 일이 참으로 많이 돌고 도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운다.
차가운 밤공기에 두 눈 언저리가 시큰해진다. 이 마지막 문장은 나중에 다시 고쳐야겠다. 오빠한테 전화가 와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