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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r 02. 2023

나의 시간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는가

아들들과의 1박 2일 여행


나의 시간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는가.

지금 여기. 내 몸이 거하고 있는 곳.

내 몸, 내 발걸음이 지나고 있는 이곳에서

나의 시간은 흘러만 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연한 이파리들과 지조 있는 솔잎들과,

아직까지도 소복이 소박하게 쌓여 있는 낙엽을 지르밟는 내 발걸음과,

저 멀리 아득하지만 꼭 코 앞에 서있는 것 같은 푸른 산과,

흐아악 하고 나오는 갑작스러운 하품과,

시린 눈망울 속에 비치는 맑은 샘물과 널따란 갯벌과,

새우깡 받아먹으려고 날아오는 갈매기 군중과 다시 날아갔다 또다시 새우깡 받아먹으려고 날아오는 갈매기 군중과,

엄마야 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 군중과 감탄하는 사람 군중과,

바닷바람에 그을린 내 작은 아들의 구릿빛 얼굴빛과 새우깡을 정성스레 던져 주고 또 한 봉지 사러 가는 내 작은 아들의 예쁜 마음과,

돌아오는 차 안에서 힙합과 발라드를 넘나드는 선곡에 진심을 담으며 새 학기를 걱정하는 내 큰 아들의 근심과,

아들의 모든 걱정과 근심을 스트라이크에 날려버리라고 볼링을 네 게임씩이나 치게 해 주고 폼이 많이 좋아졌다고 엄지를 치켜드는 나의 마음과...


유유히 흐르는


이 모든 시간이 내 몸에 꼭 붙어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너무 행복한 어제오늘이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되고

그렇게 시간은 유유자적하게 잘도 흘러만 간다.

그런 게 인생이겠지.

흐르는 시간 잡을 수는 없지만

내 눈과 내 귀와 내 입술과 내 발걸음과 내 눈물과 내 소망은 기억할 수 있는, 기억하고 싶은 그 마음과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겠지.


영원한 것은 없지만

순간은 영원할 수 있는 것.

제발 내 모든 순간들이 살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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