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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Mar 20. 2023

냉정과 열정 사이

STROY & MUSIC 'What a coincidence'  



STORY & MUSIC

 영화 위로 음악은 흐르고... Original Sound Track 

냉정과 열정 사이 'What a coincidence'






그녀가 웃음이 터진 채  뒤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우연히 시선을 놓은 곳에 그가 있다. 마치 누군가가 벽을 향해 핀라이트를 비춘 듯. 한껏 치켜 올렸던 입꼬리가 바람 스친 치마자락처럼 서서히 내려가면서 과거의 기억을 재생한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이 'What a coincidence'.  마음 속에 잔잔한 파동이 일어난다.




 냉정과 열정 사이 OST  What a coincidence 



음악이 흐르는 시간은 겨우 1분 15초. '75분의 1초'에 불과한 찰나에 비하면 영겁의 시간일지 모를 이 우연의 순간은 그렇게 찾아와 자전거 바퀴처럼 헛돌기만 한다. 그러나 서로 어긋난 시선은 오히려 두 마음을 정조준 하고야 말았다. 가장 일치해야할 순간 그들은 헤어졌고, 부서진 마음들이 비틀거릴 때 그들은 같은 곳에 머물렀다. 어찌할 수 없는 인연일까, 아니면 각자의 길을 서둘러 떠나야하는 걸까. 



마음을 추스르 듯 바퀴를 손 본 후 그는 오던 길로 되돌아 갔고, 그녀도 자신이 당장 속해야 할 사람들 방향으로 되돌아 선다. 서로를 등진 순간으로 필름을 되감기한다. 등신같이. 이토록 사랑은 현명하지 못하고 어리석다.



'자신이 있을 곳은 누군가의 마음 속에만 있어'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은 이들의 운명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지 아무런 단서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잠시나마 붙잡아 주는 것일 뿐. 그 흔한 회상 Scene이 담길 여유도 주지 않은 이 짧은 음악은 과거의 매듭을 풀기 위한 복선이라기보다 매듭조차 짓지 못한 채 헤어진 연인을 돌려 세운 뒤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음악은 이렇듯 담담하게 눈치를 준다. 제발 좀 잘 해보라고.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다.  잊지 못할 과거에 머물며 과거를 품은 도시 피렌체에서 미술 복원가로 지내는 준세이. 그에 반해 오해와 아픔으로 이탈리아에선 가장 현실적인 도시, 밀라노에 정착해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아오이. 이 두 사람은 둘 다 함께 할 현재는 외면하고 있었기에 서로에게 부재 중이었다. 



때마침, 준세이의 자전거는 고장이 났고 아오이는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기 위해 피렌체에 왔다. 자전거는 준세이의 드러난 마음 상태였고, 아오이의 웃음띤 얼굴이 준세이를 보자 금세 어두워진 것은 덮어둔 상처의 감춰진 표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재회 아닌 재회를 하게 되었고, 영화는 이들이 피렌체 두오모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로 했던 10년 전의 약속을 통해 과거의 사랑을 현재에 복원할 수 있을지를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세상을 지우고 오로지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할아버지 : 복원하는 일을 다시 하겠다는 건가?

준  세  이 : 복원가는 말이죠. 

                 죽어가는 생명을 다시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 같아요. (냉정과 열정사이)



2016년 재개봉도 했지만, 우리나라 첫 개봉은 2003년. 제작 자체는 20년 가까이 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하곤 여전히 세련되었고, 감수성을 건드리는 ost 음악은 절제된 바이브로 가슴에 파고든다. 영화 감독이자 소설가, 게다가 연애 편지 전문인 츠지 히토나리식 내러티브의 특징도 잘 담겨있다. 피렌체와 밀라노, 일본을 오가는 영화 속 장소들은 공간적 배경이라기보다 마치 등장 인물과도 같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이런 감성이 제대로 살아났을까. 



아오이 :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파란 하늘과 고고한 붉은 벽돌 지붕의 대비가 아름다은 피렌체(Firenze). 풍경 자체가 ‘냉정과 열정’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써내려 간 듯 느껴진다.  '냉정과 열정 사이( 冷静と情熱のあいだ, Between Calm and Passion)' 영화의 원작 소설은 츠지 히토나리가 쓴 Blu와 에쿠니 가오리가 쓴 Rosso가 있다. 남성(준세이)과 여성(아오이)의 관점에서 각각 소설을 완성했다(는 게 재밌다).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고, 남녀 차이를 떠나 각자 개인의 이유와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두 입장에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간 것은 좋은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츠지 히토나리의 Blu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준세이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준세이의 편지 내레이션이 이 영화의 백미다.



아오이 : 몇 년도 더 된 약속을 기억하는 게 더 이상하잖아

준세이 : 난 기억하고 있었어. 한번도 잊은 적 없어 (냉정과 열정사이)



커플마다 혹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고비라 말하는 사랑의 콩깍지 유효 기간은 3개월, 6개월, 1년, 길어야 3년...(?) 정도라 말한다. (물론 지나친 일반화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0년 전의 약속은 과연 유효할까. 그것도 이미 헤어진 연인 사이라면.



'나는 그 때 일어난 일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우리에게 준 환상같은 시간의 장난이라고'

_준세이 (냉정과 열정사이)



하객으로 참석한 결혼식에서 구두를 깜빡하고 나타난 남자(신랑)때문에 웃음이 터졌던 아오이. 준세이가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음향 효과로 들어간 소리는 여성의 구두 소리였다. 또각또각.



준세이 : 정말 올 줄은 몰랐거든

아오이 : It's same with me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정말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어



 냉정과 열정 사이 OST FULL AUDIO << 음악 클릭




이탈리아 피렌체 2017


영화 음악은 요시마타 료(俣良よしまたりょ)가 담당했다. 서정적인 음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요시마타 료는 이 영화 OST인  'The Whole Nine Yard', 'History' 'Between Calm And Passion' 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영화를 못 봤어도 음악은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BGM(Background Music)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요시마타 료의 음악은 스며든다. 걸리적 거리는 이물감이 없다. 이토록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악이라 임팩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강하게 남는 것은, 어쩌면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닌 가슴으로 먼저 파고들어 뒤늦게 귓바퀴를 울리는 음악이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 소개

피렌체에서 유화 복원사 과정을 수련중인 쥰세이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 아오이의 소식을 듣게 된다. 조반나 선생님의 추천으로 모두의 관심과 부러움 속에 치골리의 작품 복원을 맡게 되지만 아오이를 만나기 위해 밀라노로 향하는 쥰세이. 그러나 그녀 곁엔 이미 새로운 연인이 있었고, 냉정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마음만을 확인한 채 쥰세이는 다시 피렌체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작업 중이던 치골리의 작품이 처참하게 훼손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쥰세이는 일본으로 향한다. 아오이와의 추억이 가득한 그곳으로..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이 몰랐던 아오이에 대한 비밀과 오해를 풀게 된 쥰세이는 그녀의 행복을 비는 마지막 편지를 아오이에게 전하며 오래 전 두 사람의 약속을 떠올린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연인들의 성지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그곳에 그녀의 서른 살 생일에 함께 가기로 했던 쥰세이와 아오이는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헤어졌던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추억이 작별을 고할 무렵, 조반나 선생님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에 쥰세이는 피렌체로 오게 되는데.. 

출처 다음 영화




이탈리아 피렌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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