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MUSIC '기억의 습작'
STORY & MUSIC
영화 위로 음악은 흐르고... Original Sound Track
첫사랑은 사랑의 싹이 움트는 마음의 봄이다. 그러나, 메마르고 시린 겨울에 찾아 오는 봄바람은 언제나 꽃샘추위를 동반한다. 아직 견고하지 못한 마음을 시험하는 순간들을 잘 견뎌내고서야 사랑의 봄꽃을 만끽할 수 있다는 듯이. 영화 '건축학 개론'은 불쑥 찾아온 첫사랑으로 느닷없이 시작된 봄바람에 관한 이야기다.
Story & Music
애초에 첫사랑은 실패하도록 설계되었다. 처음은 어느 분야든 누구에게든 어려우니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서툴기에 미처 다 사랑하지 못한다. 미련이 아니다. 죽을 만큼 사랑해도 기준이 없는 이상 그게 얼만큼인지 가늠조차 못 할 수 없다. 만약 첫사랑이 끝사랑이라면 그 또한 행운일까? 짐작컨대 그 사람은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모르고 죽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에 매일 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듯이.
지금 자기가 사는 동네를 여행해 보는 거야.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골목들, 길들, 건물들. 이런 걸 자세히 관찰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 보세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게 바로 건축학 개론의 시작입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
사람도 이와 같다. 내가 만나는 사람, 알고 지내는 사람을 동네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하듯 탐색을 해보면 무심코 지나치던 행동이나 말들이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애정을 갖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것이 '사람학 개론'의 시작이다. 사랑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물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 심리적 거리. (영화 건축학 개론)
음대생 서연은 교양선택으로, 승민은 건축학도이기에 건축학 개론 수업을 같이 듣는다. 가장 먼 곳으로 다녀오는 과제가 주어졌고, 정릉에 사는 둘은 과제를 함께 하기 위해 버스 종점이라는 개포동까지 가게 된다. 서울이라는 지역 안에서는 이들에겐 물리적으로 먼 거리. 그에 반해 둘의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고, 이어폰 하나를 한쪽씩 나눠 끼고 음악을 들을 수 있을만큼 친밀해진다. 이 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다.
승민 : 근데 이거 누구 노래야?
서연 : 너 전람회 몰라? 기억의 습작. 노래 좋지?
승민 : 응. (영화 건축학 개론)
서연은 승민이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안으로 불쑥 들어온 사랑이다. 마음에게 허락을 구한 적도 없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양해를 구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른다. 그저 상대의 마음이 궁금했고, 자신을 숨기기에 바빴다. 어쩌면, 그 사이 좋고도 싫던 그 모든 감정 역시 사랑이 하는 일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면 그 사람의 마음 안에 터를 잡고 집을 짓는다. 풋풋함이 한창이던 스무 살의 사랑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그러다 동네 어느 비어있는 한옥집에 들어선 두 사람. 서연은 멈춰버린 괘종시계에 태엽을 감아주고, 한옥을 내집처럼 쓸고 닦으며 청소해 둔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사소한 오해로 이어지지 못했고, 첫 눈 오는 날 한옥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어긋나기까지. 그 후로 15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갖는다.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기억의 습작'_전람회)
노랫말처럼 서로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더라면 둘은 과연 사랑을 이루었을까. 알 수 없지만, 한 고비를 넘겼더라도 산 너머 산이었을지 모른다. 사랑이라 생각했던 감정이 어쩌면 한 순간의 끌림이었을 수도 있고, 진짜 사랑이었더라도 현실적인 문제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못난 이해'와 '잘난 오해'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여자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고, 남자는 여자를 알아가고 싶어한다고 하지 않던가. 애초에 여자와 남자는 서로 다른 갈망을 갖고 있는 존재다. 그러니 마음 속에 들어가 모든 것을 안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을 이루어주진 못한다.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다.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기억의 습작'_전람회)
15년이 흐른 후, 기억이 아닌 서연이 정말로 승민을 찾아왔다. 제주도에 집을 짓기 위해서였다. 승민의 마음 속에 서연의 집을 짓지 못했던 승민은 서연에게 진짜 집을 설계하고 지어 준다. 그 과정에서 둘은 지난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그때 그 마음을 서로 알아차리고야 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승민은 곧 결혼하고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기억의 습작'_전람회)
서연과 승민에게 서로 첫사랑이었고 첫눈이었으며, 완성하지 못한 '습작'이었다. 서연은 승민이 지어 준 집에서 다시 이 곡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영화가 끝난다. 이제서야 둘은 서로에게 조금은 덜 미안하고 덜 서운하게 됐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첫사랑이라는 예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들만의 노래가 있으니까. 음악은 때론 선물이다.
건축학 개론 영화 소개
어쩌면…사랑할 수 있을까?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 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어쩌면 다시…사랑할 수 있을까? 15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서른 다섯의 건축사가 된 승민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 승민,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감정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출처 다음 영화 건축학 개론
첫사랑은 희미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선명한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