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한 글자'의 안과 밖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찾은 사적인 사전
� 나와 타인의 언어는 사전처럼 똑같지 않기에 각자의 시선으로 재정의해 보자
�독서See너지
▶ 그대라는 시_태연, Song Request(신청곡)_이소라(feat.SUGA)
곁
'옆'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나'와 '옆' 그 사이의 영역. 그러므로 나 자신은 결코 차지할 수 없는 장소이자, 나 이외의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장소. 동료와 나는 서로 옆을 내어주는 것에 가깝고, 친구와 나는 곁을 내어준다에 가깝다. 저 사람의 친구인지 아닌지를 가늠해보는 데 옆과 곁에 관한 거리감을 느껴보면 얼마간 보탬이 된다.
시인에겐 유난한 촉수가 달린 모양이다. '한 글자'의 안과 밖을 이리저리 가늠해 보며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어찌 그리도 잘 잡아 내는지.
아무도 내게 시를 써보라고 권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김소연 시인
...라고 작가는 소개하지만, 권하든 권하지 않든 어떻게든 시를 쓰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한 글자 사전>은 '사전적'정의와 용례로 박제된 듯 생기없던 '한 글자'들이 시인의 일상으로 들어와 보드라운 감촉까지 되살아난, 생동감 넘치는 '사적인 사전'이다.
채인선 작가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이 교육적인 입장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김소연 시인의 사전들(마음 사전, 한 글자 사전, 시옷의 세계)은 사회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의 언어가 사전처럼 똑같지 않음에 주목하고 각자의 시선으로 재정의해볼 수 있게 한다.
"읽는 이가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겹'이라는 한 글자에도 오롯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겹
우리가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깨치기 위해서라면 관찰하거나 사유할 때 꼭 필요한 가치 기준이다. 좋은 문학은 늘 이것을 낯설게 증명하는 것에 몰두한다.
<한 글자 사전> 김소연
Song Request(신청곡)_이소라(Feat. SUGA)
꼭
'반드시'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권위적으로 보이고, '당연히'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건성으로 여겨지고, '제발'이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비굴하게 보이고, '부디'라고 표현하면 너무 절절해 보여서, 건조하지만 정갈한 염원을 담백하게 담고 싶을 때 쓰는 말.
더
타인에게 요구하면 가혹한 것, 스스로에게 요구하면 치열한 것.
덜
가장 좋은 상태
책
... 책을 읽는 순간에는 그 어리석음을 덜어내기 위해서 배우려는 겸손함이 있다. 물론 아름다움을 목격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다. 인간의 사유와 인간의 말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책을 통해 목격하는 행위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편
아이들은 함께 놀기 위해 편을 나누고 어른들은 함께 어울리지 않기 위해 편을 가른다.
힘
힘을 쓰면 도울 수 있고, 힘을 주면 강조할 수 있다. 힘을 쏟으면 정성을 들일 수 있고, 힘을 얻으면 용기를 낼 수 있다. 힘에 겨우면 좌절하게 되고, 힘에 부치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힘을 내면 회복할 수 있고, 힘이 들면 무너질 수 있다. 힘이 세면 상황을 움직일 수 있고, 힘을 기울이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