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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Nov 10. 2023

숨그네_헤르타 뮐러

시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착란


응축된 시와 진솔한 산문으로 
박탈당한 삶의 풍경을 그려냈다.

스웨덴 한림원


�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헤르타 뮐러의 문학적 소신이 인간의 존엄과 품위라는 시의 옷을 입고 있다.


� 비참함과 참담함을 초월한 비극의 현장이 처참하지 않고 아름답게 착란을 일으킨다.


�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




� 독서See너지


▶ 도서 : <시옷의 세계> 김소연, 존 버거

▶ 음악

Breathe again_Toni Braxton

그네_담소네공방

Swing Baby_박진영




‘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 
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

헤르타 뮐러


이 모든 게 시옷 때문이었다.

‘시의 옷’이라는 말은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에서 처음 접했다. ‘시옷’은 말 그대로 시옷(ㅅ)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의미하기도 하고, ‘시의 옷’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김소연 시인이 존경한다는 존 버거의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에서는 ‘시를 옷처럼 입었네’라는 구절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헤르타 뮐러의 문학적 소신, ‘숨그네’까지 거슬러 왔다. 시옷 때문에...



살피다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어쩐지 
마음을 간식 정도로 생각하는 말 같다.
마음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은 살피는 게 맞다. 
마음을 따르고 싶다면 마음을 살피면 된다.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면 보살피면 되듯이

<시옷의 세계> 김소연




Breathe again_Toni Braxton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마음을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형체없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대체로 의지와 행동에서 나온다. 그러나,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에 올라타면 두려움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삽질 1회=빵 1그램
절대영도는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숨그네> 헤르타 뮐러 p293



빵 앞에서 의연하게 버티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숨가쁘게 닥쳐온 불안과 공포의 들숨과 날숨마저도 삼키고 내뱉는 ‘배고픈 천사’의 거친 숨소리. 숨결의 그네.




더는 굶주리지 않아도 되었을 때부터 
나는 글자 그대로 삶 자체를 먹는다.

<숨그네> 헤르타 뮐러 p29



어떤 수식어로도 허기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작품, ‘숨그네’.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헤르타 뮐러의 문학적 소신이 담긴 터라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돌아보게 했던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면서도 시적이다.  비참함과 참담함을 초월한 비극의 현장이 처참하지 않고 아름답게 착란을 일으킨다. 번역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언어 유희로.





그네_담소네공방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에서 존 버거의 ‘시를 옷처럼 입었네’라는 구절을 지나 여기, 헤르타 뮐러까지 거슬러 와보니, ‘너는 돌아올거야’라는 복귀, 회복, 회귀의 삼언일체가 문학의 미덕으로 승화되어 있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숨그네> 헤르타 뮐러 p17




<숨그네>는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 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렬한 시적 언어로 밀도 있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숨그네>는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Swing Baby_박진영


발췌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p17

-

�더는 굶주리지 않아도 되었을 때부터 나는 글자 그대로 삶 자체를 먹는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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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알 수 없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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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물건들은 형언할 수 없는 의외의 섬세함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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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기 단어들을 먹는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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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들은 만날 때마다 이전보다 강해졌다. p260


� 삽질 1회=빵 1그램

절대영도는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p293



2019. 4. 2 기록 / 2023. 11. 9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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