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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Nov 24. 2023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박완서 문학앨범



당신에게서 삶을 견뎌내는 힘을 얻었습니다.
_박완서




� 봄을 기다리는 나목처럼 의연하고, 그리움과 따뜻함이 숨어 있는 박완서의 문학 앨범



� 독서See너지

▶ 미술 : 박수근 화백과 나목

▶ 도서 :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 음악 : 

나무_카더가든

오래된 노래_스탠딩에그

Time Traveling_Sarah Kang & Anthony Lazaro





그건 아무리 아픈 말을 해도 그 뒤에는 언제나 그리움과 따뜻함이 남았던 박완서 문학 그 자체이다.
나목이 의연할 수 있었던 건 봄을 믿었기 때문이 아닌가.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고목(枯木)은 '말라서 죽어버린 나무'를,

나목(裸木)은 '잎이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를 뜻한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의 작품 속 나무가 고목이 아니라 나목인 이유다. 살아 있음으로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는 믿음이다. 미군 PX에서 초상화가로 일하던 박수근 화백과 인연이 닿았던 故 박완서 작가는 첫 소설 <나목>에서 이렇게 썼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나목> 박완서 1970





나무_카더가든




그의 문체는 전설적인 것이 되어 있다. 
하지만 문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자. 
진정한 문체는 글의 내용과 분리될 수 없다. 
문체는 그렇게 쓰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인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문체는 글을 쓰고자 할 때 귀기울이게 되는 
어떤 내면의 목소리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p148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라는 문학앨범 제목만으로도 따뜻함이 묻어난다. 삶의 한 부분이 문학으로 채워진 사람이 남긴 앨범에는 뭔가 특별한 게 더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사진과 함께 사람이 담겼다. 삶의 문제가 오롯이 문체가 되었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한국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했던 작가 박완서가 남긴 인생과 문학의 아름다움

2011년 1월, 80세의 나이로 타계한 박완서 작가의 세 번째 문학앨범『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을 정리한 산문과 자선대표작, 그리고 그녀와 함께했던 지인과 동료 문인들의 글을 함께 엮은 것이다. 소설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다룬 저자의 글과 맏딸 호원숙이 들려주는 임종 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따뜻했던 그녀의 삶을 들려준다. 또한 동료 문인들의 평론과 에세이, 그리고 추억을 담은 글을 통해 저자의 문학과 삶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 책에 수록된 여고시절부터 임종 직전까지 이르는 사진들은 저자의 소중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녀가 남긴 인생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책소개, 교보문고




내가 아직도 소설을 권위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다양한 효능의 꿈을 걸겠다.

_박완서



오래된 노래_스탠딩 에그



사람의 일생이란 여행과 같은 것이어서 길을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스쳐가는 인연으로, 또 어떤 사람은 긴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인연, 그 관계에 의해 자기 삶의 형태와 색깔이 결정된다. 마치 산소라는 원자가 수소와 만나 물이 되기도 하고 탄소와 만나 이산화탄소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이러저러한 인연들의 집합체인지도 모른다.

내게 박완서라는 이름은 어떤 인연으로 찾아온 것일까.

_사는 동안 정신머리 꼭 챙기게, 김영현 



Time Traveling_Sarah Kang & Anthony Lazaro


세월의 흐름이 빠른 물살처럼 느껴지고 자주자주 시간이 빛났다.
아까운 시간의 빛남은 행복하고는 달랐다. 
여덟 개의 모자에는 그 빛나는 시간의 추억이 있다. 
나만이  아는.

박완서



발췌


남들은 잘도 잊고, 잘도 용서하고 언제 그랬더냐 싶게 상처도 감쪽같이 아물리고 잘만 사는데, 유독 억울하게 당하는 것 어리석게 속은 걸 잊지 못하고 어떡하든 진상을 규명해 보려는 집요하고 고약한 나의 성미가 훗날 글을 쓰게 했고 나의 문학정신의 뼈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의 동어반복은 당분간 아니 내가 소설가인한  계속될 것이다. 대작은 못 되더라도 내 상처에서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이상 그 피로 뭔가를 써야 할 것 같다. 상처가 아물까 봐 일삼아 쥐어뜯어 가면서라도 뭔가를 쓸 수 있는 싱싱한 피를 흐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건 개인적인 상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무참히 토막난 상처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소설을 권위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다양한 효능의 꿈을 걸겠다.

_박완서


사람의 일생이란 여행과 같은 것이어서 길을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스쳐가는 인연으로, 또 어떤 사람은 긴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인연, 그 관계에 의해 자기 삶의 형태와 색깔이 결정된다. 마치 산소라는 원자가 수소와 만나 물이 되기도 하고 탄소와 만나 이산화탄소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이러저러한 인연들의 집합체인지도 모른다.


내게 박완서라라는 이름은 어떤 인연으로 찾아온 것일까.

_사는 동안 정신머리 꼭 챙기게, 김영현



세월의 흐름이 빠른 물살처럼 느껴지고 자주자주 시간이 빛났다. 아까운 시간의 빛남은 행복하고는 달랐다. 여덟 개의 모자에는 그 빛나는 시간의 추억이 있다. 나만이  아는.


틈바구니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지 않는다. 그가 남긴 모자가 나에게 모자라는 물질 이상이듯이 틈바구니란 말 또한 말뜻 이상의 것, 한없이 추구해야 할 화두임을 면할 수가 없다.

_자선 대표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박완서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박완서 문학 앨범


'그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을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거나 젠체하는 태도는 조금도 없다. 그이는 연설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이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고 상대방의 뜻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어떤 때는 약간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함축적으로 짤막하게 말하곤 한다. 나는 그이의 균형있는 시선을 통해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나이들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이라는 것도 배웠으며, 쉴새없이 분출하는 정신의 부지런함에 대해서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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