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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Jan 08. 2024

싯다르타_헤르만 헤세

내면의 나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움



이 강물은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순간 새롭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 동일하면서도 매순간 새로운 존재인 나로부터 시작하기. '내면의 나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움'

� 동일한 나라고 하더라도 어제의 나는 결코 오늘의 나와 같지 않기에 우리는 늘 새롭다.

�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는 법,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갈 때, 진실과 마주할 수 있다.


� 독서See너지

▶ 영화 배우 티모시 샬라메 인터뷰

▶ 낭독

▶ 음악

기적_D.O

Try Again_소수빈 (원곡 디어 d.ear, 재현 JAEHYUN)






성장소설의 대가 중에 한 사람을 꼽으라면 헤르만 헤세가 아닐까. 내용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권장도서로 읽히고 있는 <데미안>은 대중적이기까지 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그 어느 책이 귀하지 않겠냐마는 헤르만 헤세의 역작이라고 하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유리알 유희>가 단연 손꼽힌다. 작가의 철학적 성찰을 미래 사회의 문화 예술에 투영했다. 짓눌린 청소년기 성장통에 관한 <수레바퀴 아래서>나 헤세가 자신의 분신이라 여겼던 인물 <크눌프>,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시키는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등도 수작이다. 의외의 작품이라 여겨지는 <황야의 이리>나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졌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개인의 자아상에 대해 사유하고 이성과 감성을 각각의 인물로 표현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를 처음 접할 때 가장 읽기 좋은 책을 꼽으라면, 바로 이 <싯다르타>가 아닌가 싶다. 





나는 내가 깨달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걸세.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p206


스스로 깨달은 것을 전달할 때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같은 것을 깨달은 사람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 미묘한 부분을 헤르만 헤세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텍스트로 풀어낸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에 구도자의 길을 가보질 않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삶 속에 적용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자 하지만, 결국은 나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나의 태도와 해석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무수한 장애물도 경험하기에 그걸 넘어서 갈지, 옆으로 돌아서 갈지, 아니면 아예 정면돌파를 통해 깨부수고 갈지 등은 선택의 몫이 된다.



영화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가 말한 인터뷰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주는 메세지를 단 한 마디로 관통한다.



Life is coming from you and not at you

삶은 
당신에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 
당신에게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영화 배우 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



기적_D.O



책을 읽고, 경험을 쌓는 일 모두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하는 행위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책이나 경험 같은 외부의 것을 모조리 받아들이는 스펀지의 시기를 지난 후, 내부의 세계로 향한다. 저마다 스펀지의 시기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흡수하는 양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그 기준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결국 지향해야 하는 것은 내면의 나로부터 시작되는 지점을 찾는 것. 그것을 안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찾아내고, 나로부터 시작되는 삶을 살아갈 때 책도 경험도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아직까지 그 분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그렇게 거룩하게, 그렇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당당하게,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신비스럽게, 바라보고, 미소짓고, 앉아 있고, 걸을 수 있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만이 그렇게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걷는 거야. 좋다, 나도 나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가 보도록 애써볼 터이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언제 어느 때고 거기에 존재하는 강처럼, 매 순간 동일하면서도 새롭게 산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의미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 아닐까. 그 어디에서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에게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이 무척이나 크게 느껴진다.



최근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 'Try Again'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무의미하지 않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라고 지난 날이 말해주고 있는 걸'이라는 가사가 우리 삶의 수많은 무의미함이 한 걸음의 의미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일하면서도 새롭다는 것은 과정을 통해 새롭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강물은 동일하지만 같은 물이 아니듯, 어제의 나도 결코 오늘의 나와 같지 않기에 우리는 늘 새롭다.



Try Again_소수빈 (원곡 디어 d.ear, 재현 JAEHYUN)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복한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이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원천이지만 자기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한 채 내면에 불만의 싹을 키우기 시작하고, 결국 친구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나 사문 생활을 시작하는데... 동서양의 정신적 유산을 시적으로 승화시킨 일종의 종교적 성장소설이다.

출처 책 소개 중에서 



<발췌>


27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54

의견이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으며, 재치 있을 수도 있고 어리석을 수도 있소. 우리 개개인은 의견들을 지지할 수도 있고, 배척할 수도 있소. 그러나 그대가 나한테서 들은 가르침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며, 그리고 그 가르침의 목적은 지식욕에 불타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설명하여 주는 것이 아니오. 그 가르침의 목적은 다른데 있소. 그 목적은 번뇌로부터의 해탈이오. 고타마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오.


57

친구분, 그대는 재치 있게 말을 할 줄 아는군요.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똑똑하지 않도록 경계하시오!


57

나는 아직까지 그 분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그렇게 거룩하게, 그렇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당당하게,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신비스럽게, 바라보고, 미소짓고, 앉아 있고, 걸을 수 있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만이 그렇게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걷는 거야. 좋다, 나도 나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가 보도록 애써볼 터이다.


58

그 분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아갔지만, 빼앗아간 것 이상을 나에게 선사해 주셨어. 그 분은 나한테서 나의 친구를 빼앗아갔다. 그 친구는 예전에는 나를 믿었지만 지금은 그 분을 믿으며, 예전에는 나의 그림자였지만 지금은 고타마의 그림자가 되어버렸다.하지만 그 분은 나에게 싯다르타를, 나 자신을 선사해 주셨다. 


60

나는 바로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고자 하였던 것이다. 나는 바로 자아로부터 빠져나오려 하였던 것이며, 바로 그 자아를 나는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 없었고, 그것을 단지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것으로부터 단지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그것에 맞서지 못하고 단지 몸을 숨길 수 있을 따름이었다. 진실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수수께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이 되는 별다른 존재라는 이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96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 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98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106

어떤 사람들은 그를 속이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그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그의 동정을 사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그의 충고를 듣기 위하여 찾아왔다. 그는 충고를 해주었고, 동정을 해주었고, 선물을 선사하였고, 조금은 속아넘어가 주기도 하였다.


132

자신의 긴 잠 전체가 바로 하나의 옴의 사유, 무어라고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완성된 그 무엇인 옴 속으로 들어가 완전히 몰입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아무튼 그 잠은 얼마나 놀라울 정도의 단잠이었던가! 여태껏 잠이 자기를 그렇게 상쾌하게 해주고, 그렇게 새롭게 해주고, 그렇게 도로 젊어지게 해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싯다르타가 달라져 있었다. 새로워지고, 눈에 띌 정도로 잠을 푹 잤으며, 눈에 띌 정도로 활기에 넘쳐 깨어 있었으며, 기쁨에 넘쳐 있었고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136

형상의 세계란 무상한 것, 덧없는 것이야. 


149

이 강물을 사랑하라! 그 강물 곁에 머물러라! 강물로부터 배우라! 아, 그렇고 말고, 그는 강물로부터 배우기로 작정하였으며, 강물의 비밀들을 이해하는 자라면, 다른 많은 것도, 많은 비밀들도, 나아가 모든 비밀들도 이해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강물은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순간 새롭다!


155

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우리는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지요. 보세요, 당신도 이미 강물로부터, 아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 가라앉는 것,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157

당신도 그 비밀, 그러니까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비밀을 강물로부터 배웠습니까?


174

당신은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보다 더강하다는 것을, 물이 바위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사랑이 폭력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188

이제 그는 이렇듯 단순하고, 이렇듯 사리분별도 없이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는 어린애 같은 인간들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람들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았다. 예전보다 덜 총명하고 덜 오만스로워지는 대신에, 더 따뜻하고 더 호기심이 많고 더 많은 관심을 지닌 눈길로 사람들을 보았다. 


195

"당신은 저 강물이 웃는 소리를 들었지요?" 그가 말하였다. "하지만 당신은 모든 소리를 다 들은 것이 아니에요. 우리 귀기울여 들어보도록 합시다. 그러면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 수많은 소리가 어우러진 강물의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울려왔다. 


206

이보게, 고빈다, 내가 얻은 생각들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


나는 내가 깨달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걸세.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이런 거야.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그리하여 세존 고타마께서도 이 세상에 대하여 설법을 하실 때에, 이 세상을 윤회와 열반, 미혹과 진리, 번뇌와 해탈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212

가르침은 아무런 단단함도, 아무런 부드러움도, 아무런 색깔도, 아무런 가장자리도, 아무런 냄새도, 아무런 맛도 갖고 있지 않아. 그 가르침이라는 것은 말 이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지. 자네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바로 이 가르침이라는 것, 바로 그 무수한 말들이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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