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er의 비언어도 언어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전달'외에도 '설득'이라는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 콘택트 (Eye Contact)가 있어야 교감이 일어나고
설득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죠.
PPT 화면에 고정하지 말고 청중과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시선을 자연스럽게 옮겨 보세요.
대규모 인원의 청중이라면 방향을 삼등분해서
'왼쪽, 중앙, 오른쪽'으로 이동하시고,
소규모 인원이라면 골고루 바라보되, 눈을 빤히 바라보기보다
살짝 미간이나 눈 주위, 인중, 입술 등을 번갈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올바름 All발음>
한때 프레젠테이션의 정석은 스티브 잡스였습니다. 지금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중시했던 그는 애플의 제품을 기기가 아닌, 트렌디함을 입은 액세서리처럼 만들었고, 그러한 부분을 소구점으로 잡아 소개했는데요. 아이팟 나노의 출시 프레젠테이션은 시선을 끄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크기가 작아진 제품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 주었습니다. 바로 청바지에 붙은 작은 주머니의 용도가 마치 아이팟 나노를 위한 것인 양 위트 있게 보여줍니다.
얇아진 맥북에어 역시 노란 종이 서류 봉투에서 꺼내는 퍼포먼스로 노트북이 얼마나 가볍고 얇은지를 한눈에 보여주는데요.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깨닫게 해주는 프레젠테이션이었고, 설명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마치 마술 공연 같은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능청스러운 연기력도 한몫했죠.
Presenter는 '진행자'라는 의미로, 방송 매체에서는 'MC 등의 사회자', 특정 주제에 대한 '발표자', 시상식 등에서 '시상하는 사람' 등의 의미를 갖습니다. 제품 론칭을 하거나, 기업이 대규모 수주를 받거나,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Presenter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전달' 외에도 '설득'이라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요. 규모에 따라 기업의 임원이 직접 나서거나 전문 Presenter가 맡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섰듯이 말이죠.
프레젠테이션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MS 사의 파워포인트일 텐데요.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용이나 이미지 등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많습니다. 애니메이션 기능도 발표할 때 유용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고 자료로도 사용을 많이 하는데요. 오래전이지만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자료 요청을 하면, 양질의 PPT 자료를 많이 받아 볼 수 있었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자료만 보고도 스토리 라인이 그려지고, 통계나 수치 등을 그래프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디자인 감각까지 가미해 기획안이나 강의 자료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그에 비해 애플의 키노트는 단순함을 선호했던 스티브 잡스 스타일에 맞게 간결합니다. 배경 이미지나 핵심 카피 문구를 띄워 놓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때문인지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데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는 무대 체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준비한 퍼포먼스를 세련되게 소화해 내는데요. 시선 처리는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이동하면서 청중과 호흡을 같이 합니다. 몸짓 역시 유연해서 보는 사람도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타고난 쇼맨십 기질도 있겠지만, 그만큼 열심히 연습했기에 무대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강의 등에서 많은 분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PPT를 띄워놓고 거기에 적힌 글을 읽느라 청중을 바라보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뢰감 있는 오디오와 외적인 부분을 잘 챙기셨더라도 아이 콘택트가 있어야 교감이 일어나고 설득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죠. 중요한 발표든, 강의든, 방송이든 '1:1의 대화'보다 '1:다수의 상황'에서 누구나 불안하고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언어와 비언어적인 요소 둘 다 신경 쓰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모든 상황을 통제하긴 어려우니 이럴 때 호흡과 함께 시선 처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빠르게 평정심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이 경직되거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일 텐데요. 어쩔 수 없이 시선이 PPT 화면에 고정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럴 땐 호의적으로 경청하고 계시는 분을 바라보는 것도 정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긴장을 하게 되면 말이 빨라지기 마련인데, 의도적으로 더 천천히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간중간 호흡을 계속하시면서요. 발표 대본을 만드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를 숙지하는 방법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는 게 아니라, 키워드로 순서를 정하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용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겠지요.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저마다의 이유로 긴장은 하기 마련이니, 발표가 아니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인드 셋이 필요합니다. 또한 긴장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긴장할 수 있다는 것을 기본 값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최선을 다해 보겠다'라는 마음가짐도 유용합니다. 적당한 긴장감은 신중하게 행동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에 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긴장이 이완되었다면, 이제 시선을 좀 더 디테일하게 움직여 주면 좋은데요. 골고루 분산해서 바라볼 여유가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청중을 향해 삼등분해서 적절한 시간 간격으로 왼쪽에서 오른쪽,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라보면 됩니다.
최근 한 임원분께서 실제 (공개된)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베테랑이신 분들은 역시나 제가 배울 점이 많았고, 그중 한 진행자분의 경우만 목소리가 호흡을 길게 가져가지 못해서 살짝 긴장된 느낌은 있었지만 시선 처리가 딱 삼등분(아마 스피치 관련 훈련을 받으신 것으로 보입니다)으로 안정감 있어서 무리 없이 잘 마무리하시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많은 무대 경험을 갖는다면 확실히 더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시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청중이 아닌, 소규모 인원일 때는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는 것도 좋은데요. 그렇다고 너무 눈만 빤히 바라보면 부담스러우니, 살짝 미간 쪽이나 눈 주위, 인중이나 입 등을 번갈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평소 대화할 때 시선에 조금 더 신경을 써봅니다.
1. 평소 눈 맞춤을 잘 하는지, 눈 맞춤을 잘 한다면 너무 빤히 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 주위를 번갈아 보는지 확인해 보세요.
2. 발표를 할 상황이거나 준비 중이라면 연습하는 모습을 녹화해봅니다.
ENG 카메라의 경우 렌즈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살짝 위쪽 빨간 불이 들어오는 곳을 보는데요. 요즘은 휴대폰이나 카메라 동영상 기능이 발달해서 연습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시선 처리를 할 때 몸은 그대로 있고 눈동자만 움직인다거나, 몸의 움직임이 너무 크다면, 시선의 방향 따라 머리와 어깨와 몸도 적당히 부드럽게 움직이는지 영상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졸업 시즌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뉴욕대 졸업식 연설을 올려 드리면서 졸업과 더불어 새로운 출발을 하시는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