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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Jun 05. 2023

안드레아스 에릭슨 Shoreline

Debussy Claire de lune 외

STORY & MUSIC

 그림 위로 음악은 흐르고... 

안드레아스 에릭슨 Shoreline 

'Debussy Claire de lune, Un Piano Sur la Mer, Malher Symphony No. 5 Adagietto'






육지와 바다의 경계이자 맞닿는 선을 일컫는 해안선(Shoreline). 


바닷물이 차오르는 정도에 의해 경계는 달라지므로 만조와 간조에 따라 해안선의 모양은 변한다. 바다는 육지를 조금씩 넘나들고, 경계에 있으나 서로 경계하지 않는 돌과 이끼와 모래와 나무는 자연스럽게 자연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해풍과 육풍을 실어 보내니 바다와 육지는 바람 소리에 서로 귀기울인다. 해안선은 변하고 있으나 변하지 않고, 경계에 있으나 경계하지 않는 자연의 속성이 드러나 있는 곳이다. 





Debussy Claire de lune 달빛_드뷔시 (조성진 피아노연주)




나에게 있어 회화란 물질성에 관한 것이다. 전제 조건은 두 가지 물질의 만남이다. 예를 들면 물과 돌, 모래와 나무, 이끼와 하늘 등이다. <해안선> 연작에서, 나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그 만남의 지점에 도달한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안드레아스 에릭슨. 


스웨덴의 산 속에 사는 작가가 멀리 한국의 동해안을 작품으로 완성했다. 작품 속에서, 자연물의 형체는 불분명하나 색채가 해안선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 작가는 2019년에 이미 한국의 산에서 영감을 얻어 내한 전시를 연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전시는 두 번째로 산에 이어 육지와 바다의 경계인 해안선에 주목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 동해안이다. 







에릭슨의 회화는 시작점이나 종착점을 갖지 않는다. 다만 화면 전반을 잠식하며 나아간다. 붓의 율동은 때로 불현듯 멈춘다.가끔은 화면에 정맥처럼 흘러든 기초 색이 문득 고개를 든다. 덧입혀 칠해지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다. 자연에 빗대자면 물길을 따라 땅 아래 스민 퇴적층 같다.

사라 워커 (스웨덴 미술협회 매니저)[흩어진 기억들] 중에서






그는 어떻게 한국을 담아 낼 수 있었을까. 그것도 팬데믹 상황으로 하늘길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에 말이다.


그건 다름 아닌 구글맵을 통해서였다. 구글맵에서 한국을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왔다고 어느 기사에서 읽었다. 위성 사진으로 보는 동해안, 특히 DMZ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곳은 남북의 경계이기도 하지만, 해안선은 땅과 바다의 경계이기도 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마치 문명과 자연의 경계로도 은유할 수 있기에, 화가의 눈에 비친 동해안은 수많은 메타포를 담아내기 좋은 소재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포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일일이 찾아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품이 주는 평온한 색채의 미감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Un Piano sur la mer - Andre Gagnon (바다위의 피아노_앙드레가뇽)




나는 꽃을 그릴 때 꽃 자체에  크게 관심 두지 않습니다.서로 다른 잎사귀와 꽃잎들 사이의 구조에 더욱 이끌립니다.예컨대, 그것이 내가 회화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인터뷰 중에서



이는 비단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만, 혹은 회화를 다루는 방식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언어가 갖는 속성과도 닮았다. 말이나 글에서 텍스트 그 자체나 소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맥락을 읽어내고 의중을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다. Text보다 Context를 이해하는 것, 안드레아스 에릭슨은 서로 다른 잎사귀와 꽃잎들 사이의 구조로 이야기 하고 있다. 


해안선의 변화 또한 수많은 언어와 소통에서 일어나는 변화와도 닮았다. 물질과 물질 사이의 케미, 육지와 바다의 온도차로 일어나는 바람과 파도까지도,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대신 해주고 있는 듯 하다. 예상 밖의 즐거움이 많아질수록 삶은 더 다채롭고, 흥미롭기도 한 것 같다.



MAHLER Symphony No.5 "Adagi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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