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악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아리다 Jun 12. 2023

호안 미로 Joan Miro와 기호

Ben,마법의성,Fruity Loops,Chandelier,Reality

STORY & MUSIC

 그림 위로 음악은 흐르고... 

호안 미로 Joan Miro와 기호

'Ben_Michael Jackson, 마법의성_더 클래식 ,Fruity Loops_ChoCo1&2, 

Chandelier_Sia ,Reality_라붐 OST'






<그림과 음악>
호안 미로 (Joan Miro)와 기호

- 화가가 음악에 맞춰 스스로 만들어낸 기호로 표현한 한편의 시.
- 주어진 상황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일상과 그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
- 호안미로가 말하는 단순화는 디테일의 필터를 통과한 새로운 기호로 전환된 단순화.

Ben … Michael Jackson
마법의 성 … 더 클래식    
Fruity Loops… ChoCo 1&2   
Chandelier … Sia      
Reality … Richard Sanderso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 예술적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할까. 

전시를 보거나 어떤 특별한 감각을 깨운 후 예술적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많은 것 같은데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는 모순에 봉착한다. 자가당착이다. 어떤 것에도 귀속되지 않고 규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정의할 필요도 없을 터. 그렇다면 예술가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될 수 있으며, 그렇다고 또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데 예술이 아닌 것도 있고 예술인데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아름다우니까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름답지 않으니까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직접 만들거나 그리기도 하지만, 기성 제품을 조합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모작과 오마주의 애매한 경계, 섬세하게 잘 그린 그림과 무심하지만 화룡점정의 경지를 구별해 내는 안목이 필요하기도 하다. 가격과 가치가 일치하지 않으며, 어떤 예술가는 고단한 삶 속에서 예술을 꽃 피우고, 어떤 예술가는 일찌감치 풍족한 삶으로 보상받는다. 





Ben_Michael Jackson





그런데, 호안 미로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을 무색하게 한다. 아이들 장난이나 낙서처럼 자유롭다. 규정된 언어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기호를 바탕으로 표현한다. 회화의 전통적인 작법을 배제하기 위해 관습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지양했다. 원근법이나 중력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유영한다. 상상력의 발현을 통해 생동감을 구현하고자 했던 그의 작품 속에서 나는 창조적인 에너지를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매너리즘 Mannerism'을 경계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마법의 성_더 클래식




흔히 '매너리즘'이라고 하면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로 신선함과 독창성이 결여되는 것을 뜻한다.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역시 미술에서 나온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바로크 시대로 이행하던 미술사적 과도기에 나타난 경향으로, '스타일, 양식' 등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마니에라Maniera'에서 유래했다. 요즘은 모든 분야에서 구태의연해질 때 사용한다. 오래된 것일수록 좋을 때도 있다. 그것은 발효가 되어 새로워질 경우다. 매너리즘은 부패할 때를 말한다.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에서 벗어나 타성에 젖지 않으려는 것은 예술가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직업적인 예술가가 아니라도 어떤 이의 삶은 이보다 예술적일까 싶을만치 일상이 예술인 이들도 있다. 이는 자연인의 삶이라거나 매끈한 매너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일상과 그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을 보면 진정한 지성인이자 예술가의 기질을 느낀다.




Fruity Loops_ChoCo1&2


 


나의 ‘사람들’은 내가 선택한 색처럼 단순화되었다. 단순하게 표현되어서 모든 부분이 자세하게 묘사될 때보다 더 인간적이고 생동감 넘친다. 자세하게 그리는 것은 상상력을 제한한다. 

My figure underwent the same simplification as my colours. Simplified as they are, they are more human and more alive than they would be if represented in all their details. Represented in detail, they would lose their imaginary quality, which enhances everything.

1959년 이본 타이양디에와의 인터뷰 중에서




재미난 인터뷰라 생각했다. 사실 디테일은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 차이는 역시 디테일에서 결정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디테일보다 단순화 그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안 미로의 인터뷰 내용에서 '단순화'와 '대충'의 차이를 직시해야 한다. 단순화는 복잡한 것에서 덜어내는 작업을 거친다. 전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세부적으로 낱낱히 해석해 낼 수 있을 때 불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덜어낼 수 있다. 






결국 단순화에는 이미 어마어마한 디테일이 들어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대충'하는 것이다. 형태를 불분명하게 하는 추상이 '디테일'과 '대충'에서 판가름난다. 대충 그럴싸할 수 있지만, 스스로는 안다. 결국 대충하거나 흉내만 내는 것은 기만이 될 수 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고심하는 가운데, 단순화해 나가는 과정은 곧 비단 예술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성장의 열쇠라 여겨진다. 호안미로는 형태는 절대 추상적일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상징하는 기호로 보았다. 즉, 호안미로가 말하는 단순화는 결국 디테일의 필터를 통과한 새로운 기호로 전환된 단순화인 것이다. 




Chandelier_Sia




내가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피조물로서 여자가 아니라 우주를 말한다.
What I call woman is not the creature woman.It is a universe.

1977년 조르조 라이아르와의 인터뷰 중에서





작년(2022년)에 다녀온 마이아트뮤지엄의 이 전시 외에도 예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2016년)에서 열렸던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전시에도 갔던 기억이 난다. 재미난 작품이라는 생각은 했어도 호안 미로의 작품 세계에 깊이 빠져들지는 못했다. 당시에 나는 전시회를 즐기는 것에 그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시회를 즐기는 내가 좋아보였다고나 할까. 지금은 전시회 자체보다는 내게 감흥을 일으키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전시가 좋은 것 같다. '수다'만 떨다 온 모임과 '대화'를 나눈 만남이 다르듯이.



그런 의미에서 호안 미로 전시는 작가와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기분이 들었고, 예술이라는 상투적인 의미를 지우고, 향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좋은 작품이란 각자의 세계를 확장해 주는 것이니까.




Reality_Richard Sanderson (라붐 OST)



나는 내 작품이 화가가 음악에 맞춰 만든 한 편의 시가 되길 바란다.
I want my work to be as a poem set to music by a painter.

호안 미로 




매거진의 이전글 안드레아스 에릭슨 Shorel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