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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06. 2023

48 Emotions <Prologue>

'인간'적 감정은 '신'적인가?!



�️그림

'프랑수와 에드아르 피코'의 '에로스와 프시케'


� 도서

강신주의 감정수업_강신주

사랑의 생애_이승우


� 음악 & 뮤직비디오

Party 0'Clock_NMIXX

Cool With You_New Jeans (뉴진스) M/V side A

Cool With You & Get Up_New Jeans (뉴진스) M/V side B




에로스와 프시케 /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신은 인간적이다. 적어도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는 말이다. 신화 속 신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 질투, 분노, 연민 등을 표출하며, 저마다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감정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신적이다. 왜냐하면 감정은 평범한 삶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 수 있는 힘을 지닌 데다, 한 개인이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적’이라기보다는 ‘신적’일 수밖에. 그래서일까.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모든 인간의 감정들에 그것을 주관하는 신을 배속했던 것이다. 불만의 감정과 관련된 모모스(Momos), 불화의 감정과 관련된 에리스(Eris), 그리고 사랑과 열정의 감정과 관련된 (Eros)가 그 대표적인 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빠져들게 되는 감정을 모두 신의 장난으로 돌렸다. 그들은 우리보다 감정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감정은 나의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신탁과도 같다는 점에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감정을 신적이라고 생각한 것은 전적으로 옳았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2




신의 불장난같은 낭만 희곡으로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 있다. 엇갈린 연인들의 사랑이 갈등을 겪다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다시 화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하룻밤의 꿈 이야기다. 눈꺼풀에 마법의 꽃즙을 바르면, 눈을 떴을 때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마치 에로스가 사랑의 화살을 쏜 것과 같은 효과. 이 드라마틱한 장치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속성을 조금은 알게 된다. 적어도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님을. 그러므로 사랑은 솟아나는 감정 속에 속절없이 빠져드는 것임을.



NMIXX(엔믹스)의 'Party 0'clock'의 뮤직비디오는 바로 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밤의 꿈'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스토리라인은 다르지만,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한 여름밤의 숲속파티가 주된 테마다. 모호하다는 것에서 어쩌면 사랑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들과 닮았다.



Party 0'Clock_NMIXX




소설가 이승우의 <사랑의 생애>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
신이고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생애> 이승우




삶도, 사랑도, 꿈도 모두 단순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살아 가고 사랑하고 꿈꾸다 보면, 마치 거대한 삶의 바다에 파도가 치듯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저마다의 바람의 크기로 일어난다. 그 바람은 어찌할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일지라도,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서핑을 할 수도, 거센 파도 속에 위험하게 뛰어들 수도, 혹은 방향키를 돌려 우현이든 좌현이든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이는 곧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감정에 대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즉각 반응할 것인지 적절히 대응할 것인지를 우선 1초만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좀더 현명하게 감정을 다룰 수 있다.



'진정眞情'으로 살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진정(Control oneself)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을 무작정 자제하고 억제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에 솔직하되,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이성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과 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다른 이치다. 설레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다른 이유다. 인간이란 본능에만 충실한 동물과 달리 감성과 이성이라는 도구를 두루 갖추고 있으므로.


드넓은 태양이 수많은 파도를 품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 속에는 너무나 다채로운 감정들이 숨어 있다. 문제는 지금 나를 사로잡고 있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명확히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혹은 처음에는 기쁨의 감정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슬픔의 감정으로 판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민이란 감정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기쁨의 감정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의 불행을 먹고사는 슬픔의 감정이다. 그러니까 연민의 대상과 함께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기쁨의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좀먹는 슬픔의 관계라는 사실에 봉착하게 될테니까 .

<강신주의 감정수업> p22-23



Cool With You_New Jeans (뉴진스) M/V side A


걸그룹 뉴진스의 'Cool With You'의 뮤직비디오는 단편영화를 보는 듯 하다. 연출력도 뛰어나고, 두 편으로 제작된 이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감정의 '신'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에로스와 프시케, 프랑수아 에드아르 피코 /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그림이다



에로스프시케, 아프로디테로 추측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활약한 배우 정호연이 이번에는 사랑 게임을 한다. 검은 날개옷을 입은 에로스가 되어서 말이다. 남자 배우는 프시케, 노 개런티로 출연해서 화제가 되기도 한 양조위는 아프로디테로 해석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표정과 눈빛 연기의 거장답게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다. 남녀 성별이 바뀐 것도 신선하다. 인간에게 사랑의 욕망을 불어넣고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에로스가 자신이 사랑에 빠지자 신의 옷을 벗어 버리고 인간이 되길 갈망하게 된다.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 에로스처럼, 신도 사랑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숙주이자 숙명이 된다. 속수무책으로 겪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사랑의 생애> 이승우



Cool With You & Get Up_New Jeans (뉴진스) M/V side B



부인 유가령과 결혼할 당시 양조위는 사랑에 관한 질문에 "사랑은 한국의 김치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짜릿하고 자극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해지고 익숙해지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오랜 사랑을 겪은 양조위도 설렘과 진정한 사랑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뇌과학자도 우스개 소리로 인간의 사랑에 설렘만 있다면 심장마비에 걸릴 것이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진정한 사랑은 설렘(도파민)과 다르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첼리스트 요요마 역시 "사랑의 시작은 감정이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의지"라고 말한다. 결국 사랑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다르게 사랑하는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르게 사랑한다. 다르게 사랑하면서 똑같이 사랑한다는 한 가지 표현을 쓴다

<사랑의 생애> 이승우



어느 소설가는 소설가 지망생에게 이렇게 가르친다고 한다. 소설가는 '짜증'이라는 한 단어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지 말고, 그걸 세분화해서 글을 써야 한다고. 이는 비단 소설가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이해하고,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알아가야 할 필수 요소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갖는 감정들이 '사랑'뿐만 아니라 '기쁨'이든 '슬픔'이든 오감으로 다가오는 느낌과 강도에 따라 다른 감정을 동반하기도 하기에 48가지 감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수백가지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을 조합할 수 있다.



이제부터 48가지 감정 위로 흐르는 음악과 함께 감정의 내면과 이면을 들여다 보려 한다.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아직은 확답할 수 없지만, 48가지 감정과 음악이 동행하는 여정을 통해 나와 너, 우리를 좀 더 이해하고, 헤아려볼 수 있지 않을까. 감정에 반응하기 보다 현명하게 대응하는 여유로움도 갖기를.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신들의 장난이거나 그럴 수 있겠다는 넓은 아량으로 감정들을 안아 주자!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비루함 / 2.자긍심 / 3. 경탄 / 4. 경쟁심 / 5. 야심
6. 사랑 / 7. 대담함 / 8. 탐욕 / 9. 반감 / 10. 박애
11. 연민 / 12. 회한 / 13. 당황 / 14. 경멸 / 15. 잔혹함
16. 욕망 / 17. 동경 / 18. 멸시 / 19. 절망 /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 22. 호의 / 23. 환희 / 24. 영광 / 25. 감사
26. 겸손 / 27. 분노 / 28. 질투 / 29. 적의 / 30. 조롱
31. 욕정 / 32. 탐식 / 33. 두려움 / 34. 동정 / 35. 공손
36. 미움 / 37. 후회 / 38. 끌림 / 39. 치욕 / 40. 겁
41. 확신 / 42. 희망 / 43. 오만 / 44. 소심함 / 45. 쾌감
46. 슬픔 / 47. 수치심 /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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