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_백년여행기 / 김구림 / 백 투 더 퓨쳐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은 많은 날.
삼청동의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흰구름 두둥실 시원한 바람이 애국가와 동요의 한 소절을 넘나들며 미술관으로 재촉한다. 삼청동 수제비 먹으러 갈까?에서 시작했는데, 오감을 만끽했다.
�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를 탐험하고,
� 역사 의식을 예술에 녹인 한인 이주의 백년 여행기를 따라 나섰으며,
�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예술적 시도들이 삶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 시간.
� 도서
<검은 꽃> 김영하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 음악
Back For More_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feat. Anitta
Shape Of You_Ed Sheeran
Beyond the Blue Horizon_Lou Cristie (Rain Man OST)
Con Calma_Daddy yankee & snow
Despacito_Luis Fonsi (feat. Daddy Yankee)
3D_정국 (feat. Jack Harlow)
2023. 6. 16 - 2024. 5. 26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소장품을 전시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동안 수집한 작품들 중에서 주목할만한 특징을 살펴보고 시대 변화와 미술 지형의 변동, 동시대적 특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고도성장이 이루어진 1990년대를 배경으로 이질적이면서 비평적인 작품의 주제의식을 다룬 것이 많았다.
1990년대라는 시대 전환기를 예술적 토양으로 삼아 소위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을 드러낸 작가의 작품이 다수 수집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세기 말, 21세기 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 혼재하던 시기를 관통하며 성장하고, 한국 미술 현장에 등장하여 지금 우리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보인다._국립현대미술관 소개 글에서
동시대성을 시간적 차원의 개념이 아닌, 미디어 작업으로 비선형적이고, 분절적인 화면, 시간의 굴절과 시청각적 감각의 뒤틀림까지, 당시로서는 파격적일 수 있지만, 영상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미디어 영상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예술과 다큐멘터리 요소의 결합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새로운 어법이라 여기면서 바라본다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Back For More_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feat. Anitta
2023. 9. 6 - 2024. 2. 25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을 퍼포먼스와 연출 중심의 사진과 영상, 설치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조명을 받아온 작가라고 한다. 20세기 초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뿌리를 멕시코로 옮겨가야했던 한인들의 이주기를 통해 모순된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신화와 설화 등을 통해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다층적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 정연두_백년 여행기>에서 작가가 주목한 서사는 20세기 초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 디아스포라이다. 전시명인 '백년 여행기'는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40여일의 항해 끝에 멕시코 유카타 주의 수도 메리다에 도착했던 백여 년 전의 한인 이주기를 의미한다. '역사'로서의 백 년 전 이주기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멕시코에서는 노팔 선인장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백년초라고 불리는 식물의 '설화'적 여행기에서 출발했다.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제주도에 뿌리내렸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백년초 이동 설화에서 작가는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식물 및 사람의 백년 여행기라는 소재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때 식물의 '이식'은 뿌리가 뽑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한 한인들의 '이주'와 접속한다. 그리고 이는 제국, 식민, 노동, 역사를 둘러싼 기존의 이주 서사 이외의 제 3의 이야기를 열어주는 통로가 된다.
_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자동차
용설란의 품종 중 하나인 헤네켄(Henequen)을 스페인어로 발음하면 '에네켄'이라고 한다. 이런 연유로 멕시코로 이주한 한국인 노동자들을 애니깽이라 불렀다. 에네켄은 마야 문명 때부터 노끈, 밧줄, 해먹, 가방, 기타 생활용품등을 만들 정도로 중요한 식물이었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라 지구 반대편 힘없고 순진한 한국인들을 멕시코 농장주들이 데려와 혹독한 학대와 무더위 속에서 에네켄 잎을 수확하는 노동에 투입시켰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 바로 이 멕시코 이주 노동자의 삶을 담았던 것 같다.
맞습니다. 미국 땅인데 섬이라 카데예. 거 가면 돈을 쓰레받기로 쓸어담는다 캅니더. 그뿐 아이라 옷이고 신발이고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어가 맘에 드는 기를 따서 입고 신으면 된다 캅니더. 날씨는 또 우떻고예. 사시사철 늦봄맨키로 따시니 겨울옷이 필요없다 아입니꺼.
...
극락도 아이고 무신 그런데가 있습니까?
...
그래가 포와를 낙원이라 안 캅니꺼.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p9
이금이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포와 즉,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한인들 이야기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 낯선 땅에 뿌리 내린 사람들. 사탕수수만큼 달콤한 말에 이끌려 날카로운 잎과 뙤약볕에서 살아가야 했던 이주의 역사가 한 장의 사진처럼 담겨 있는 소설이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p333
Beyond the Blue Horizon_Lou Cristie (Rain Man OST)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을 구성하는 작품은 12미터 높이의 벽면 설치 <날의 벽>이다. '날의 벽'은 말 그대로 '칼날'로 이루어진 벽을 의미한다. 그 칼날들은 바로 '마체테(Machete)'라 불리는 세계 각국의 농기구다. 작가는 어린 시절 즐겨했던 놀이인 설탕 뽑기의 방식으로 전 세계 농기구(마체테) 모양의 오브제를 만들고, 이를 거대한 벽의 형태로 쌓아 올린 후 그 주변 벽을 흡음재로 마감하여 소리가 차단된 적막한 사유의 공간을 구성하였다.
거대한 벽 설치와 설탕으로 만들어진 마체테 오브제, 이 두 요소는 모두 이아스포라의 사화 문화, 역사적 의미와 접속한다. 먼저 크고 높은 벽의 형태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벽은 서기 70년 경 로마에 이해 파괴된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전의 잔해로 이후 전 세계로 흩어져야만 했던 유대인의 역사, 홀로코스트를 포함한 그들의 비극적 세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날의 벽>의 외관이 통곡의 벽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다는 점에서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연관된다면, 작품의 내면은 디아스포라를 촉발시킨 근본적인 동인, 즉 설탕이나 향신료 생산, 에네켄 재배를 둘러싼 제국주의적 함의와 연동되어 있다. 여기서 설탕 생산을 위한 농사짓기는 자연과 인간 노동이 합일하는 낭만주의적 행위만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개입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맟체테는 식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되는 농기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주들의 억압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무기였다는 사실은 농사짓기의 정치학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어 온 농기구(마체테)의 형상과 이와 연관된 그림을 설탕으로 제작하였는데, 설타잉 주는 달콤함과 설탕 뽑기라는 유희적 놀이, 그리고 설탕 오브제의 시작적인 반짝임은 앞서 언급한 '설탕의 권력'과 상충한다. 이러한 역설의 방식은 역사를 우회하고 낯설게 함으로써 오히려 그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_국립현대미술관
<정연두 작가의 백년여행기>는 주제 자체는 무거웠지만, 표현 방식은 가볍고, 접근성이 좋았던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예술이라는 높은 장벽 대신, 역사 의식을 예술에 녹여 만든 달고나처럼 말이다.
2023. 8. 25 - 2024. 2. 12
한 때 이불 작가의 전시를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무심코 찾아 들어간 김구림 작가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매우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대형 설치와 영화, 무용, 음악, 연극 등의 요소를 통합해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인 듯 하다.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Despacito_Luis Fonsi (feat. Daddy Yankee)
거칠고 파격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사진 촬영을 하지 않은 공간들이 많긴 했지만, 작품의 의도나 메시지에 있어서 찬찬히 살펴볼만한 작품들도 꽤 있었다. 다만, 난해한 면도 없잖아 있다.
날짜별로 참여형 예술 기획프로그램인 모양이다. 여러모로 피곤한 현대인의 마음 건강을 챙기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를 돌아 보며, 예술의 효용과 역할을 통해, 평정과 편안함에 이르는 시도들을 프로그램에 담은 것 같다. 현재는 3부 '노이즈 캔슬링과 엠비언트, 몸과 목소리'라는 주제로 9월-11월까지 정해진 날짜에 각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