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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Oct 25. 2023

검은 튤립

알렉상드르 뒤마



이웃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한 튤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 
오늘날 현대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지위를 과시하는 것처럼, 
튤립은 그 당시 네덜란드인에게 지위를 말해 주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 검은 튤립 :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큰 가치를 갖고 있는 것

�질투와 시기, 분노의 독을 가진 인물인 복스텔과 그에 반해 진정으로 꽃을 사랑하고 파종과 모종과 수확에 몰두한 판 바에를르, 두 인물의 극과 극의 대비

 17세기 네덜란드의 경제를 뿌리째 흔들었던  '튤립 인플레이션'과 코로나 이후 전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이라는 풍선



* 과거 튤립 파동과 연계해 쓴 리뷰이므로 고금리 정책들과 물가 등 현재 경제 관련 추세에 관한 세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경제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세요! :) 



� 독서See너지

▶ 도서 :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 음악 : 「チューリップ」 (튤립)_Indigo la EndTulip_Dept (feat. Kelsey Kuan, Ashley Alisha), Not OK_로꼬 (feat. 민니 of 여자아이들)







프랑스의 역사가 줄 미슐레는 알렉상드르 뒤마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뒤마는 다른 역사가들을 모두 합해 놓은 것보다 대중들에게 더 많은 역사를 가르쳤다."



어릴 적 동화로 더 많이 접한 것 같은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그의 또다른 역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 <검은 튤립>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큰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검은 튤립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의 시기가 배경이다. 낭만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대중소설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역사적인 통찰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는 튤립을 좋아했다.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는 플랑드르와 포르투갈 사람들이 앞다투어 원예에 매진하며 튤립을 거의 신격화하던 때였다.그들은 어떤 박물학자도 신의 질투가 두려워 감히 인간에게 시도하지 못하던 것을 본래 동양에서 온 이 꽃에 대해 감행했다.

<검은 튤립> 알렉상드르 뒤마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복스텔은 질투와 시기, 분노의 독을 가진 인물. 그에 반해 판 바에를르는 진정으로 꽃을 사랑하고 파종과 모종과 수확에 몰두한 인물이다. 극과 극의 인물을 잘 대비했다. 흥부와 놀부에서 놀부처럼,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심술궂은 영감의 마음을 가진 인물이 복스텔이 아닌가. 



『검은 튤립』은 뒤마의 소설 중에서도 마치 보석 같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작지만 밀도가 높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활기찬 대화,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험난한 사랑, 그리고 음모와 배신과 계략이라는 뒤마적 주제가 더욱 강렬하게 변주되는, 그야말로 뒤마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튤립은 독일과 네덜란드의 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가장 아름다운 튤립을 선발하는 대회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상금이 걸렸으며, 엄청난 투기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이러한 ‘튤립 파동’을 그린 소설로, ‘검은 튤립’을 놓고 벌어지는 탐욕과 음모, 그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검은 튤립을 창조하려는 인물의 고난과 역경,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독자들이 요구하는 모든 낭만주의적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상상력으로 꾸며진 줄거리, 네덜란드라는 이국적인 배경, 아름다운 사랑,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의 묘미 등이 독자들의 기대와 환상을 충족시켜 준다. 유럽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한시도 주의를 놓칠 수 없게 만든다.

<검은 튤립> 출판사 서평 중에서



「チューリップ」 (튤립)_Indigo la End



유럽의 워렌버핏이자 투자계의 바이블로 손꼽히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의 저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그의 말대로 튤립은 17세기 네덜란드의 경제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튤립 구근 경쟁은 '튤립 인플레이션'으로 부풀어 올랐다. 코로나 이후로 세계 경제 역시 뿌린만큼 부풀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을 포함해 전 세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언제 터질 지 모를 풍선처럼. 피고 지는 세계 경제를 역사 속에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7세기의 튤립 투기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p188-191



튤립처럼 부드럽고 예쁜 꽃이 붐과 공황의 전통적인 상징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이야기는 신출내기 주식투자자, 머니매니저, 그리고 투자 상담가에게는 좋은 교훈이리라 생각한다. 이 꽃은 17세기 네덜란드의 경제를 거의 뿌리째 흔들어 놓았는데,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터키에 파견된 독일 황제의 대사였던 한 귀족은 터키인들이 투르반이라고 부르는 꽃을 너무 좋아해 싫증나도록 실컷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그 꽃을 귀국하면서 가지고 왔는데, 그 과정에서 이름이 튤립판으로 바뀌었다.



몇 년이 흘러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 꽃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사실 튤립은 오랫동안 시민들이 집에서 기르는 평범한 꽃이었으나 차차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변했다. 



이웃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한 튤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 오늘날 현대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지위를 과시하는 것처럼, 튤립은 그 당시 네덜란드인에게 지위를 말해 주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튤립 히스테리는 몇 년을 갔다. 부르주아 계급은 튤립을 이용해서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귀족을 닮고 싶었던 속물들도 헤이그 귀족들의 이 바보 같은 행동을 따라했다. 그들의 정원이 튤립으로 화려하게 장식되는 동안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수요는 계속 증가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는 충족하기가 어려웠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튤립의 가격은 계속해서 올랐고, 튤립 뿌리가 거래되는 시기인 8-9월에는 값이 절정에 달했다. 곧 계산이 빠르고 돈 있는 사람들은 그 기회를 잡아 튤립 뿌리에 돈을 투자했다. 시장은 이제 제 3국면에 도달했다. 그때까지 암스테르담의 증권거래소에서 주로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튤립 시장에 몰려들어 튤립 뿌리 가격은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1637년에 이르러 마침내 풍선은 터져 버렸다. 대량의 거래를 했던 고객들은 튤립 공급자로부터 자신에게 공급된 350가지 종류의 튤립이 이미 대부분 시장에 나왔으며 이제 그것은 더 이상 귀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투자자들은 튤립 인플레이션의 현실을 깨달았다.




'무가치 한 것'을 대상으로 한 비이성적인 게임이 벌어진다는 것은 경제적 붐의 끝, 다시 말해 번영기의 마지막 국면이며, 돈이 줄줄 흐르는 강세장의 제 3국면을 말하는 징휴이다. 이 현상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강세장은 처음에는 온건하다. 그러다가 상승 흐름이 도를 넘어 진행된다. 상승 흐름은 중간 정도의 주식을 비이성적으로 상승시키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대량의 무가치한 주식까지도 상승운동에 포함하게 된다. 새 자본이 유입되면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파괴된다. 




Tulip_Dept (feat. Kelsey Kuan, Ashley Alisha)




『검은 튤립』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행복’이다. ‘검은색’은 밤, 어둠, 심연 등 무한하고 비가시적인 것들을 상징하며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운, 신비로움을 지닌 색이다.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공존한다. 검은색이야말로 이러한 인간의 행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색이다.

<검은 튤립> 출판사 서평 중에서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이성을 잃었어요. p19

이 처녀는 읽을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읽지 않았어. 하지만 전 유럽의 역사를 단 한 단어로 요약했어. p20

<검은 튤립> 알렉상드르 뒤마



<검은 튤립>은 역사를 허구로 각색한 사극 드라마처럼 대중 소설이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여러 갈래로 해석할 수 있으나, 한 시대를 풍미한 철학이었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과 변하지 않는 본성에 근거한 소설이기에 이토록 오래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앙드레 코스톨라니 역시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 즉, '호모루덴스'로 바라본다. 그는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투자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욕망을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라고 한다. 이는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와 조화를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고, 투기와 투자를 구분 짓는 표현이기도 하다. 


세상과 역사는 같은 원리로 반복되지만 다양한 굴곡과 각도로 다이내믹하게 돌고 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투자자와 투자는 항상 있을 것이다. 누가 나에게 투자의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Homo Ludens)'로 태어나 놀면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바, 놀이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Not OK_로꼬 (feat. 민니 of 여자아이들)




발췌

<검은 튤립> 알렉상드르 뒤마 (2020. 8. 27 발췌)


p19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이성을 잃었어요.


p20

이 처녀는 읽을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읽지 않았어. 하지만 전 유럽의 역사를 단 한 단어로 요약했어.


p67

그는 튤립을 좋아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는 플랑드르와 포르투갈 사람들이 앞다투어 원예에 매진하며 튤립을 거의 신격화하던 때였다.그들은 어떤 박물학자도 신의 질투가 두려워 감히 인간에게 시도하지 못하던 것을 본래 동양에서 온 이 꽃에 대해 감행했다.


p68

코르넬리스 드 비트가 정치적 열정이라는 해로운 씨앗을 주무르며 증오를 불러일으킨 만큼이나 판 바에를르는 튤립 재배에 열중한 채 정치를 완전히 저버림으로써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다.


p69

프랑스인 식물학자, 다시 말해 꽃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아는 역사가가 단언하듯 툴반은 스리랑카 사람들의 언어에서 튤립이라 불리는 창조의 걸작을 지칭했던 최초의 단어이다. 




p73

복스텔은, 알렉산더 대왕에게 패했으되 라이벌이 유명하다는 사실로써 스스로를 위로한 포루스(Porus 인도의 왕)처럼 견실한 영혼을 갖고 있지 못했다. 

혹시라도 판 바에를르가 신종 튤립들을 개발한다면. 그리고 그것들에 코르넬리스와 얀 드 비트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는 분노로 숨도 못 쉴 것이다. 

이렇게 질시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복스텔은 자신의 불행에 대한 예언자를 자처하며 바야흐로 다가올 일을 가늠하고 있었다.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그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밤을 보냈다.


p75

그 순간부터 복스텔을 사로잡은 것은 걱정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이웃이 자신에게 끼칠 폐해만을 되새김질하다 보니 육체와 정신의 노력에 힘과 고귀함을 부여해 주는 좋은 생각의 습관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이지만, 자연이 선물해 준 완벽한 지성을 투자한 이래 판 바에를르는 가장 아름다운 튤립을 길러 내는 데 성공했다. 

가장 좋은 토양과 가장 건강한 풍토를 제공하는 도시인 하를럼과 레이던의 그 누구보다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며 코르넬리우스는 색깔을 변조하고 형태를 다듬고 신종을 개발했다. 

그는 순진하면서도 창의력이 풍부한 학파에 속했는데, 7세기 이래로 이 학파의 좌우명은 "꽃을 멸시하는 것은 곧 신을 모욕하는 것이다."였다.


p76

꽃을 멸시하는 것은 곧 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꽃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신에 대한 모욕도 증대된다. 

튤립은 모든 꽃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그러므로 튤립을 멸시하는 자는 신을 과도하게 모욕하는 자이다. 


p78

오! 질투하는 불행한 복스텔은 몇 번이나 사다리에 매달려 판 바에를르의 화단을 바라보며 튤립들의 아름다움에 눈멀고 완벽함에 숨 막혀했던가!

억누를 수 없는 경탄의 시기가 지나자, 그는 질시의 열병을 앓았다. 가슴을 갉아먹는 이 질병은 서로를 집어삼키는 무수한 작은 뱀으로 영혼을 탈바꿈시키면서 끔찍한 고통의 치욕스러운 원천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형언할 길 없는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몇 번이나 복스텔은 밤중에 정원으로 뛰어내려 화초를 짓밟고 구근을 물어뜯고 만약 주인이 튤립을 지키려고 할 경우 홧김에 그를 죽여 버리고픈 유혹을 느꼈던가.

그러나 진정한 튤립 재배자에게 한 뿌리의 튤립을 죽이는 것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범죄였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오히려 괜찮을 듯 싶었다. 

그러나 튤립 재배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본능으로 예측하는 듯 보이는 판 바에를르가 하루하루 새로운 발전을 이룩해 내다보니 복스텔의 분노는 거의 폭발할 지경이 되어 결국 이웃의 튤립 화단에 돌멩이나 몽둥이 던질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p82

하를럼원예협회가 검은 튤립을 발견하기 위해 상을 제정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우리는 흠 없는 위대한 ㄱ머은 튤립에 대해 감히 제조라는 말 대신에 발견이라는 말을 쓴다. 이 시기에는 검은 튤립이 흑갈색의 상태로조차 자연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그것은 해결되지 않았을뿐더러 아예 해결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의 제정자들이 상금을 10만 플로린이 아니라 200만 플로린으로 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검은 툴립은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튤립 세계는 바닥에서 정상까지 전체가 동요했다. 


<검은 튤립> 알렉상드르뒤마




2020. 8. 27 기록 / 2023. 10. 24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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