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go

6살, 나와 주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줄 알게 된 너에게

by 서린



요즘의 아이를 보고 있으면, 6살은 주체적이고 심도 깊은 사고를 시작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전에도 들으면 깜짝 놀라는 말들을 하곤 했지만, 최근의 대화에는 아이의 조금 더 깊어진 사유가 담겨있는 듯하다. 어느 날은 환경오염과 관련된 책을 읽다가 문득, ”엄마, 동물들이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먹고 배가 아플 수 있대. 그러니까 길에 다니다가 버려진 쓰레기가 있으면 꼭 주워서 버려야겠어.“ 라고 해서 날 놀라게 했다. 이게 왜 놀라는(찔리는) 말이었냐면, 아이는 길에 다니다가 쓰레기를 발견하면 늘 ”엄마 저기 쓰레기가 있어, 주워서 버리자.” 라고 말하는데, 나는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위생상의 이유로 직접 주워서 버리게는 못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아이는 늘 뭔가 찝찝하다는 표정을 짓곤 했지만 내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는 그 책을 읽고 생각을 한 결과로써 ‘남이 버린 쓰레기라도 발견하면 주워서 버리겠다’고 다짐했고, 여기엔 그동안의 아이의 의문(길가의 쓰레기를 그대로 두어도 되는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고 결심한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외출 시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기로 했다. 아이가 내린 답에 대한 지지 표현으로서.



Ergo는 여행 중에 들른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었다. 표지엔 알처럼 보이는 동그란 하얀색 배경 안에 노란색 새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꼭 맞게 들어가 있는데, 이 놀란 눈은 깨어남이기도, 두려움이기도, 깨달음이기도 하다. 처음 눈을 뜬 Ergo는 자신의 몸과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의식한다. 나에게 발가락이 있고 꿈틀꿈틀 움직일 수 있네, 날개가 있고 파닥일 수 있네, 부리가 있고 쪼을 수 있네! 난 정말 대단하다! 나는 세계야, 나는 세상의 전부야!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감탄하고 칭찬받으며 자부심을 느끼듯, Ergo는 자신의 첫 발견과 성과에 만족한다.



그러다가 문득 ‘벽’의 존재를 인식한 Ergo는 벽을 밀어 본다. Ergo의 세계가 데굴데굴 움직인다. 그러다가 쿵!

자신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았던 Ergo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는 세계와 그 밖에 존재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처음으로 자신을 둘러싼 것에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고,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바깥세상에 대해, 그곳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것은 혼란스럽기도,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다 똑같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을 연민하기도 한다. Ergo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의 세상 밖엔 정말 무엇이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 보면 아이는 답을 알고 있어도 Ergo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에서 매번 나름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건 Ergo의 긴 고민의 답을 찾았다는 기쁨의 공감일까, Ergo가 느꼈던 두려움의 해소에 대한 안심일까? 어느 쪽이든 아이는 읽기를 거듭할수록 이야기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고 있는 듯하다.



작가인 Alexis Deacon는 발간 후 진행한 어느 인터뷰*에서 어떻게 Ergo를 쓰게 되었냐는 질문에 ‘호기심의 정신과 탐구하는 정신의 힘the spirit of curiosity and the power of the enquiring mind‘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답했다. 처음 이야기는 why밖에 말할 줄 모르는 세 마리의 올챙이가 계속 ‘why?’를 거듭하여 어른들이 세상을 다른 식으로 바라보게 되고 결국 재앙으로부터 구해지는(?) 스토리였다고 하는데(그것도 궁금하다), 알 속에 있는 아기새가 관찰하고 질문하면서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껍질을 돌파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후 비로소 태어나게 되는 현재의 Ergo로 바뀌었다고 한다. Ergo의 서문에 있는 ‘To all the children asking their first big question’는 작가가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한 질문을 시작한 아이들이 자아를 탐색하고, 가치관을 정립해 가고, 건강하게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문구인듯 하다. 그래서 Ergo는 나와 주변에 대한 생각의 폭이 깊어지는 이 시기의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껍질 밖에 나와 있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깨고 나온 세상이 좀 더 아름다울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건 이 책이 갖고 있는 또다른 내재적 교훈이 아닐까.



* https://www.picturebookparty.co.uk/2021/08/ergo-q-with-author-alexis-deac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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