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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Aug 23. 2021

브런치

아들이 인**그램에 사진을 올리길래 감시하고 싶은 나는(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나는) 관심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아들을 따라 가입했다.


"사진 봤는데 이건 반 친구들이 보면 놀릴 것 같은데.. 지우는 게 어때?"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의 불안은 이렇게 또 아이의 경계를 거침없이 침범했고 아들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되어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돼버렸다.. 뻘쭘해진 나는 이미 계정은 생겼겠다 그림일기를 올려보기 시작했다. 일기를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나는 성장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해답을 찾게 된다면 더도 말고 내가 지나온 상처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다.

왜 도움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모르겠다. 나는 그다지 이타심이 강한 사람 아닌데도 이런 거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드는 마음의 작용인 것 같다. 힘든 일들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 본 사람이라면 저절로 드는 마음.


아무튼 그렇게 하나, 둘 일기를 올리기 시작하니 누군가 댓글로 브런치에 도전해보란다. 브런치? 그때까지만 해도 음식을 연상하게 되는 브런치가 뭔지도 몰랐는데 운 좋게도 한 번에 합격이 됐다.

일기를 올리니 핸드폰 상단에 기울어진 b표시가 뜨고  oo 님이 라이킷을 했다고 한다.

"라이킷? 이건 또 무슨 뜻일까"하며 눌러준 사람들을 클릭해보니~~ 어마 무시한 장문의 글들이 쏟아진다.

와.. 브런치는 이런 곳이구나. 진짜 글을 쓰는 곳. 출간까지 하는 곳.

갑자기 부담스러운 기운이 엄습하며 소심해졌다. 나는 짧은 일기나 쓰는 사람인데.. 나는 저렇게 장문의 글이나 해박한 글, 섬세하고 위트 있는 글은 써본 적도 없고 쓸 줄도 모르는데.. 여기에 글을 올리려면 글쓰기를 배워 저 사람들을 흉내 내야 하나 걱정이 됐다.

그런 삶을 떠올리니 자신 없고 재미가 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있는데 번뜩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나는 왜 합격했을까?

나는 왜 합격했을까?

나만큼만 써도 괜찮으니까 합격된 거 아닐까?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이기도 하지만 뷔페 같은 곳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나는 계속 뻔뻔해도 되지 않을까.

그냥 내 맛대로 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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