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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May 01. 2022

자유함

캐나다 살이 3개월 차. 나는 요즘 사람이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 나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 발동하나 보다. 행복이 콸콸 쏟아지니 균형을 맞추고 싶은 세포들이 불안감을 끌어와 희석해버린다. 어떤 상황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요동치는 나의 감정들은 결국 겸손으로 마무리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캐나다의 경이로운 자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힘이 날 평화롭게 만들었다고 느꼈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가 행복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처음 이곳에 와서 한 달은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는지 자랑하고 싶었다. SNS 사진을 연신 새로 찍은 사진들로 도배하며 부러워할 사람들에게 승리감까지 느끼며 흡족해했다. 사실 사람들이라 언급했지만 내가 의식하는 대상은 단 한 명이라는 것도 알아챘다. 나의 가정을 뒤흔들며 나에게 상처를 넘어 고통이 되었던 그 여자에게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로 내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고, 너의 짓밟음에도 내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SNS 사진에 집착해 왔다. 그렇다고 내가 불행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다시 행복해졌지만 내 안에 담아 느끼기보다 그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쪽에 더 집중다. 처참하게 무너졌던 상처는 나를 무척이나 옹졸하게 만들었고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삶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그래. 승리감은 무슨. 내가 진 게 맞 유치했고 완전한 치유 아니었다.


달 전, 어느 날처럼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분홍빛, 보랏빛 노을의 향연을 보며 행복하다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내가 이제야 꽉 찬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설픈 행복이 아니고 진짜 행복이 넘쳐흐른다는 느낌.

이때부터 나는 더 이상 사진을 찍고 싶단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동안 이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나의 행복을 보여주기 위해 정작 내가 놓쳐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멋들어진 배경 속의 아이의 표정도 나는 때 지난 사진을 뒤적이면서야 눈치 챈다. 어떻게 찍어야 더 예쁘게 나올까만 궁리하며 아이에게 "여기 서봐라 저기 서봐라 웃어 봐라." 하지 말고 진 속 아이가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을 같이 바라보며 그 순간을 온전히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뒤로는 SNS 사진을 게재하며 자랑하는 행위를 완전히 중단했다. 처음 일주일은 금단 증상처럼 허전하고 이것까지만 올릴까 하는 아쉬움이 올라왔지만 이제는 그동안 나를 옭아매던 구속에서 벗어난 듯한 홀가분함과 완전한 자유로움이 주는 이 평화로운 쾌감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인에게 보여지는 삶 대한 집착을 벗어던지면 이렇게 좋은 것을.. 이렇게 편안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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