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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찻집 주인장 Nov 10. 2019

모티브 : 환대의 기억, 환대의 공간

북 스테이 글배우의 서재

  책상 위에 피워둔 모기향이 반쯤 열어둔 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실려 천장으로 오른다. 소용돌이 모양의 모기향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 남기고 전부 하얀 재가 되어 접시 위에 살포시 앉아 있다. 이렇게 홀로 앉아 맞이하는 고요한 시간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검은 밤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공기가 상쾌하다. 멀리서 시골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간혹 날아드는 날벌레들이 지이잉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가로지르다가 책상 위로 곤두박인다. 적막을 깨는 소리에 연신 자판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소리 나는 곳을 잠시 바라본다. 이미 컴컴해진 바깥 풍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 시간에 혼자 깨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그저 반갑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2박 3일 이곳에 머물렀다. 글배우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님의 북 스테이 공간인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란다. 마침 다른 예약이 없어 내가 유일한 손님이라 아늑한 서재 공간을 혼자 마음껏 누렸다. 보물 같은 공간이었다. 모든 순간이 편안했다.


서재 강아지 '밤이' (출처: 글배우서재 블로그)

  강아지라 하기엔 발육 상태가 남다른 골든 리트리버 '밤이'가 장난감 인형을 물어와 들이밀며 놀아달라고 따라다니는 것도, 들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옥상 정원에 앉아서 저녁녘의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책을 읽는 것도 좋았다. 매니저님이 정성스레 준비해 준 야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보송하고 새하얀 이불속에 편히 누워 포근한 기분으로 잠이 드는 것도 좋았다. 아침녘 새가 우는 소리에 편안하게 눈을 뜨는 것도, 복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켜는 것도 모두 좋았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적당해서 좋았다.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은 사람에게 힘을 준다. 그리고 그 공간은 공간의 주인을 닮아 주인의 생각과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이곳 또한 주인 작가님의 배려와 세심한 마음이 공간 곳곳에 묻어 있다. 원하는 대로 편안하게 지내다 가라며 내어 놓는 아침 식탁에서도 매니저님의 환한 마음 씀씀이가 보인다. 머무는 이에게 베풀어 주고 싶은 마음을 예쁘게도 잘 담아낸 공간과 배려 덕분에 내 마음도 이내 따뜻해졌고, 환해졌다.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6월의 화사한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배우의 서재

  

  환대를 또 한 번 경험했다. 지난 여행을 통해 마음껏 누렸던 환대의 기억들을 갈무리 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곳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매 순간 즐거웠다. 마음에 환대를 품은 사람이 공간을 연출하면 그곳은 환대의 기운으로 가득 찬다. 진심과 온기가 곳곳에 흐른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가만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쉼이 되고 충전이 된다.


  환대의 기억을 만들어 주는 곳, 환대의 공간, 그리고 환대를 품은 사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환한 불이 켜지는 듯 한 상상이 미래에 내가 마련하고 싶은 공간과 내가 품고 싶은 모습의 선명한 모티브가 되어 간다. 우연히 찾아낸 공간에서, 또 우연히 청사진을 찾아냈다.


글배우 서재의 책장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당연히 잠자리에 든 줄 알았던 매니저님이 다 타버렸을 것 같았다며 모기향을 새 것으로 바꾸어 주러 살며시 다가왔다. 소담한 들꽃과 수풀 사이에 살그머니 숨어있는 서재 공간처럼, 그곳을 묵묵히 지키는 서재 식구들도 이렇게 수줍은 듯 다정하다. 머지않은 훗날, 나의 환대로 그 마음 갚을 수 있기를.


(글배우 서재 블로그 https://blog.naver.com/good1768)


글배우 서재의 뒤뜰

덧붙이는 말.  

- 글배우 서재로부터 홍보에 대한 어떠한 의뢰 없이 순수한 의도로 작성된 글입니다.

- 지난 6월에 써두었던 글입니다. 개구리는 초여름에 한창 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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