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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찻집 주인장 Oct 29. 2019

좋은 만남의 힘을 믿으니까

[글찻집] 프롤로그 마지막. 만남으로의 초대

(글찻집 프롤로그 넷(상). 차의 세계로의 초대에 이어서)


  여행 중에 가는 곳마다 좋은 차를 사서 모았습니다. 간간히 모은 빈티지 찻잔에 따랐을 때 어울릴만한 잎차를 이것저것 고르고, 차 향을 맡다가 떠오르는 지인들에게 줄 차를 구입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선물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차를 내려 주고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 이야기도 하다 보면 말동무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속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찻잔이 마르면 다시 따라 부으면 되니 서두를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말들을 다 꺼내놓을 수 있어 좋습니다. 때로 말동무가 울먹일 땐 모르는 척, 찻잔을 채우거나 내 잔을 비워내거나 하면서 조용히 듣습니다. 여행 중에 만났던 벗들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요.


  한참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면 한결 홀가분하다 합니다. 생각이 많이 정리된 것 같다며 고맙다고 하네요. 사실 듣고 맞장구친 것 외에 별다르게 한 일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여하간 기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되었다니 뿌듯하기도 하고요.


  차를 나누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찻잔을 비우며 나누는 이야기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인연을 만드는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차는 단숨에 들이켜기에는 다소 뜨거운 음료인지라 적당히 시간을 두고 조금씩 마시다 보니 차분히 담소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으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사연들이 흘러나오게 마련이지요.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듣다 보면 나에게 속 이야기를 꺼내 준 사람의 마음과 나의 마음 사이에 다리가 놓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전에는 없었던,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의 통로가 생겨난다고 할까요. 한 잔, 한 잔 찻잔을 비워내며, 빈 찻잔에 서로의 사연을 채우고, 마음을 채우며 서로에게 가까워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것이 인연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인연이라는 관계에 '좋은 만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좋은 만남의 힘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과 함께함의 유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진실하게 만나는 경험은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좋은 만남을 항상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특별히 제게 함께 차를 마시는 만남은 단순히 음료를 나누어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인연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하여, 차를 나누었던 만남의 의미 있는 기억들을 글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스쳐지나 칠 수 있는 만남일지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언제 기억해도 기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소소한 작은 만남들을 더 소중히 기념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하나하나 좋은 기억으로 남기다 보면 앞으로 경험할 어떤 만남이든 좋은 만남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만남과 만남 안에서 나누어지는 이야기들을 격려하고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힘을 주는 이야기가 되어 마지막 용기를 내는 계기를 줄 수도 있을 테니, 그 소중한 기회들이 태어날 수 있도록, 좋은 만남을 통해 나누어진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들을 잘 담아두려 합니다.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모습의 특별하고도 따사로운 이야기들이 모이면 이곳은 각양각색의 사연들로 그 어느 곳보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고,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좋은 만남으로 비롯된 이야기들이 [글찻집]에 한가득 모이는 상상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러한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져주고, 용기와 힘을 주는 곳,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들로 언제 들러도 기분 좋은 글 공간으로 [글찻집]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좋은 만남들을 주선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더 좋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서로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일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하나, 둘 소소하게 쌓인 이야기들을 오롯이 기억하는 마음으로 이곳 [글찻집]에 좋은 만남, 인연과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풀어내 보겠습니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기에는 특별하고 따뜻한 사연들이 꽤 많거든요. 물론, 앞으로 만들어 갈 만남들 또한 기대합니다. 이야기는 계속되어야겠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2019년 10월

글찻집 주인장 올림


영국 버밍험 찻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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